Q. 일반 시사회 이후 있었던 무대 인사때 반응이 뜨거웠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A. 그런 느낌 정말 오랜만이었다. '형' 때 도경수와 같이 무대 인사 다닐 때 같은 호응이었다. 이게 다 류준열의 인기 덕분인 것 같다.
Q. 영화 '뺑반'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A. 한준희 감독님 때문이었다. 감독님의 전작을 좋아했어서 너무 재밌겠다 싶더라.
Q. 실제로 작업을 해 보니 어땠나?
A. 현장에서도 감독님께 농반진반으로 '예술적인 변태'라고 말씀을 드렸었는데 특이하고 생경한 감정이나 지점을 잘 끄집어 내시는 감독이시고. 또 그런 걸 되게 좋아하시는 분이시더라. 배우 입장에서는 미처 생각지 못한 것 까지 끄집어 내 주고, 그걸 구현시켜주시니까 되게 좋은 감독님이시다.
좋아하는 지점이 너무나 확고하고, 그 지점에 대한 확신이 있으셨고, 그래서 믿음이 갔다. 제가 눈을 깜박 거리는 장면도 사실 NG 일 수 있는 장면인데 그 장면을 유난히 좋아하시더라. 다시 촬영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아니라고, 정말 좋았다고 하시더라. 행여 그게 약간 남들의 생각과 다를 지언정 자기만의 확고한 기준이 있으신게 작업할 때 좋았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는 아이디어를 서로 제공해서 장면을 만들어 가는 느낌이 아니라 텍스트에 충분히 묘사되어 있으니 이걸 잘 구현해야 한다는 게 있었다. 한준희 감독님에게 천진난만라고, 아이스러운 모습들이 많이 있었고 그게 정재철 배역에 많이 투영된거 같다.
Q. 첫 악역 연기였다. 캐릭터 설정이 힘들었을 것 같다.
A.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첫 느낌이 되게 이상한 인물이라는 느낌이었다. 연기할 때 어렵기도 헀고 고군분투하는 시간이 있었다. 말 더듬는 설정이 시나리오부터 있었는데 잘못하면 관객들에게 답답함도 줄 수 있고, 대사 전달에도 방해가 될까봐 적절하게 기술적으로 장면들에 잘 집어 넣는 것에 대한 고민을 감독님과 많이 했었다. 말 더듬는 연기는 고등학교 동창 중에 실제로 말을 더듬는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에게서 힌트를 받았다. 말을 더듬는 건 횡경막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하더라. 공기의 순환이 잘 안되어서 중간 중간 답답하니까 한숨도 쉬고, 숨을 한 번 쉬고 말을 내 뱉는 그런 특징들이 있어서 그런 걸 살리려고 노력했다.
Q. 악역들도 종류가 많은데 극중 '정재철'은 어떤 악역인가?
A. 이상한 인물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에서 어긋나는 게 있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어찌보면 완전히 나르시스즘에 빠져있는 친구 같더라. 서브 텍스트로 정재철이 어떤 인물인지 설명이 되기도 하는데 과거에 굉장히 안 좋은 가정 형편에서 자랐고, 그로 인해 안 좋은 방향으로 빠진 인물이다. 자신이 일궈낸 성과를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아서 더 안 좋은 방향으로 계속 흘러가고, 문제를 돈으로 어떻게든 해결하려 하고 살아남는 게 목표인 인물이다. 올바른 자수성가는 아니지만 일단은 자수성가를 했기에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인물이다.
저와 너무 다른 행동을 하는 게 있어서 처음에는 절대 이해가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연기 하다보니까 이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고, 계속 대본을 읽어보고 하다보니까 이해가 되더라. 이런 인물이라면 충분히 자기 차를 부실 수 있겠다 싶더라. 정채철이라면 자신이 쪽팔리고 자존심 상하는게 더 문제지 이깟 차가 얼마라고 아끼겠나. 영화를 찍으면서는 몰랐는데 감독님이 영화를 위해 인터뷰 하고 사전 조사하는 과정에서는 실제로 이런 사람이 있었다고 하시더라. 나중에 홍보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Q. 악역 연기에 참고 한 다른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는가?
A. 다른 악역을 생각하지는 않았다. 참고한 것 도 없고 그냥 제 생각, 제 분석대로 연기했다. 어떤 모델을 보고, 또 그걸 답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집중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 같다.
Q. 정재철을 연기하면서 조금이라도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건 없었나?
A. 결이 완전 다른 인물이다. 도전하고 모험하는 건 워낙 좋아하지만 정재철의 도전이나 모험과는 다른 의미다. 도전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류준열이 생각나는데, 제가 류준열은 되게 좋아한다. 또래 배우중에 가장 열심히 하고 가장 도전이나 모험을 계속해서 시도하는 친구 같다. 다작을 해서가 아니라 늘 언제나 쉬지 않고 연기를 하고 있어서, 그래서 류준열과 같이 작품을 하고 싶었다. 이 작품을 같이 해서 좋았다. 시도하고 도전하는게 저희의 숙명 같더라. 그렇지 않으면 그냥 잘하는 것만 계속 하는 거 아니겠나.
Q. 공효진과도 오랜만의 재회였다. 드라마 '질투의 화신'을 정말 재미있게 봤었다.
A. 공효진하고는 이제는 눈만 봐도 너무 잘 알 수 있는 경지까지 이른거 같다. 다시 둘이서 로코를 하면 기가막히게 할 수 있을것 같다. 로맨스는 어떻게든 잘 만들어 질 수 있다고 보는데 코미디는 서로의 합이 중요하다. 서로의 코드와 결이 맞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다시 한번 한다면 빵빵 터트릴 수 있을거 같다.
Q. 극 중에서의 실제 운전 장면들, 촬영하면서 어렵지 않았나? 대부분 직접 운전 했다고 했는데....
A. 90%의 장면을 거의 다 제가 운전한 걸로 쓰셨더라. 영화를 보다보면 카메라가 내 정면과 측면을 클로즈업 해서 보여주는데, 촬영 당시 속도를 내고 있는 차 바로 앞이나 옆에 카메라 차가 바싹 붙어서 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다고 생각을 해 봐라. 배우들이 더 용기를 내서 촬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극중에서 칼치기를 하는 장면도 100km에 가까운 속도로 가던 중이었기 때문에 많이 위험했다. 속도는 속도대로 내면서 얼굴 클로즈업이 많다보니 연기도 제대로 했어야 했다. 뭔가 만화같은 영화였다. 자동차들이 열받아 있고 운전하는 사람들의 얼굴도 적나라하게 드러나니까. 감독님이 좀 감정적으로 운전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연기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빗 속에서 류준열과 추격을 하는 장면도 그렇고 매 순간 위험했는데 다행히 제작진이 준비를 철저히 해줘서 안전하게 촬영은 했다.
Q. 운전 연습은 많이 하셨나? 이번 영화를 통해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게 되신 건 아닌가?
A. 초반 경주용 자동차인 F3 머신을 모는 장면은 연습을 좀 했다. 생각보다 어렵더라. 핸들과 기어가 같이 붙어 있어서 손으로 기어도 조작하고 방향도 틀어야 했다. 운전하는 자세도 특이했는데 다리를 쭉 뻗고 거의 누워서 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오로지 감각으로만 운전하게 되더라. 핸들도 빡빡하고 처음에는 시동도 다 꺼트린다고 하던데 나는 한 번도 시동을 안 꺼트렸다. 처음에는 잘 탄다고 해서 립서비스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차를 돌려주시는 스탭들도 쿨하고 터프하게 진짜 잘탄다고 해 주시니까 내심 뿌듯했다. 하지만 이 재능을 발전시킬 생각은 없다. 저는 운전은 잘 하고 자동차에 관심도 있지만 속도를 즐기는 타입은 아니다. 경주나 시합, 스피드에는 관심이 없다.
Q. 평소에 승부욕이 있는 타입 같은데?
A. 20대 때만 하더라도 승부욕이 넘쳤던 사람이었다. 어마어마했다. 동네에서 농구를 하더라도 친구들은 포기하는 시점에도 저는 끝까지 포기 안하고 끝까지 치얼업하고 열정을 불살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30대가 되니까 변하게 되더라. 이걸 왜 집착하지? 라며 변하게 되더라. 게임이나 다트, 당구라면 아직 좀 승부욕이 살아 있지만 스피드에는 절대 그렇지 않다.
Q. 드라마나 영화를 하면서도 틈틈히 연극도 하시더라. 쉽지 않은 일 아닌가?
A. 무대에 대한 갈증이나 향수가 늘 있다. 마음속으로는 항상 1~2년에 한 작품씩 무대에 서려고 마음을 먹고 있다. 올해도 실천하고 싶은데.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 .
Q. 설연휴때 특별한 계획이 있으신가?
A. 그냥.. 명절 때 양가 집에 인사를 갈 것이다. 이상하게 '처가집'이라는 말을 하는 게 많이 쑥쓰럽다.
Q. 늦었지만 결혼 축하 드린다. 의외의 발표였다. 두 분이 그렇게 소박하게 언약식으로 결혼식을 대신 할 줄은 몰랐다.
A. 연애할 때 부터 그런 이야기를 서로 했었다. 양가 부모님과 함께 조용하게 하고 싶었다. 서로 바빠서 아직 신혼여행은 못 갔는데, 잘 살고 있다. '뺑반' 무대 인사나 홍보가 끝나고 나면 SBS에서 '녹두꽃'이라는 동학 농민 운동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에 출연할 계획이라 신혼여행 일정을 구체적으로 못 잡고 있다.
Q. 영화 '뺑반'을 홍보하자면?
A. 조정석의 새로운 모습을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다. 다른 영화에 비해 느낌이 있는 통쾌한 영화다. 차근차근 씹어 먹는 느낌이 있고, 그렇게 곱씹어 먹는 통쾌함이 있다. 마치 포장된 아스팔트를 달리는데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느낌이랄까. 거칠고 반듯하지 않은 통쾌함이 있는 것 같다. 설 연휴 동안 많이 봐 주시면 좋겠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제공 JS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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