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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성적표] '빅 포레스트', 신동엽의 슬기로운 대림 생활? 엇박자난 웃음 코드

기사입력2018-09-08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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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포레스트 첫방 성적표

잘 나가던 연예인 신동엽이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큰 빚을 지고, 졸지에 연예계도 은퇴하고 사채꾼에게 쫓겨 다닌다. 논픽션인지 픽션인지 경계가 모호하지만(실제로 신동엽은 사업 실패로 큰 빚을 지고 다년간 갚아야 했다), tvN 드라마 '빅 포레스트'의 이야기다. 신동엽-정상훈이 주연인 '빅 포레스트'는 인생의 내리막길에 있는 두 남자가 우연히 대림동에서 아래 윗집에 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려 발버둥치는 이야기다. 신동엽은 사채업자(아보카도 금융)에 쫓기고, 정상훈은 돈을 받아내기 위해 신동엽을 독촉하는 사채업자 역할이다.


GOOD
오랜만에 등장한 서민이 주인공인 tvN표 드라마
중년 가장과 인생 막장의 중년 남자가 주인공인 남자 이야기
영화 '범죄도시', '청년경찰'의 배경이었던 대림동의 이국적 풍경

'슬기로운 감빵생활' 공동연출 박수원 피디의 드라마, 어떨까?

승승장구하던 개그맨이자 MC였지만 지인에게 사기를 당하고 사업까지 말아먹고 직업도, 가정도 모든 걸 잃은 신동엽. '빅 포레스트'는 신동엽이 과거에 사업으로 큰 피해를 보고 연예계 활동도 어려웠던 소재를 확장시켜 '신동엽이 완전히 망해서 재기 불능이 된 상태'에서 드라마를 시작한다. 극중 신동엽이 자신의 화려했던 과거를 비디오 테이프로 볼 때 등장하는 시트콤이 '남자셋 여자셋'인데, 신동엽이 '남자셋 여자셋' 이후로 정극 연기에 도전하는 것은 20여년 만이다. 종종 '헤이 헤이 헤이'에서 콩트를 하긴 했지만 '빅 포레스트'는 진지한 정극 연기를 요하는 드라마다.

실제의 신동엽은 사업으로 진 빚을 다 갚고 여전히 활약하고 있기에 이 드라마를 보는 마음이 그렇게 불편하지만은 않다. 드라마 제목인 '빅 포레스트'는 '대림동'의 대림에서 따왔다. 그만큼 이 드라마에서는 대림동이라는 배경이 중요하게 활용된다. 주요 인물 외에 조연들은 다수가 조선족 사투리로 등장하고 그 중 가장 조선족 사투리를 맛깔나게 활용하는 채옥(장소연)의 대사 밑에는 자막까지 넣어준다. 사채업자에게 두들겨 맞고 빚을 탕감하기 위해 사기결혼을 계획하고, 중국집에서 짬뽕에 소주 한잔을 기울이는 신동엽의 '찌질한' 모습은 그간 tvN에서 '막돼먹은 영애씨' '초인시대'등의 시트콤에서 자주 보여줬던 소외된 서민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다. '빅 포레스트'의 주요 감성 포인트는 '짠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이 현실적인 이유로 짠내 나는 삶을 사는 것을 웃음을 섞어 보여주는 것이다.


뭔가 해보려고 하지만 번번히 좌절되고, 되는 일이 없어서 울면서 소주잔을 기울이면서도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지' 일어서는 모습은 보기에 안쓰러우면서도 현실적인 맛이 있다. 사금융인 아보카도 금융이 주요 배경인데, 신인 배우와 개그맨들이 등장하는 금융 회사의 캐릭터 면면도 다채로운 편.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신원호 피디와 공동연출을 했던 박수원 피디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보여줬던 성격이 다양한 캐릭터를 등판 시켜 볼거리를 주는 재주를 여기서도 보여준다. 아마도 이 드라마는 tvN에서 나영석-신원호 다음을 맡을 후배 피디와 작가진을 양성하는 역할을 할 듯 보인다. 사채업자들이 주인공이다보니 일본 드라마 '사채꾼 우시지마'처럼 서민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이 등장하고 사채업이라는 다소 생경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도 나름의 볼거리로 작용한다.



BAD
과장된 사채업자와 조선족 역할들, 재미는 없고 불편하기만 하다
사채업자들의 추심과정, 어디까지 설정으로 감안해야 할까
가족을 위해 외롭고 힘들어도 참고 견디는 중년 남자의 자기연민 드라마

신동엽은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서 대림동으로 왔다고 말한다. 망한 연예인의 프레임에서 사람들의 손가락질이 괴로워 외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으로 온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조선족이라고 해도 신동엽을 못 알아볼리가 없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가 본명으로 출연하는 신동엽이기 때문에 그의 연기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신동엽의 장난끼어린 표정은 종종 진지한 장면에서 몰입을 방해한다. 짠하고 안쓰럽다가도 '아, 저건 신동엽이지' 싶어지고, 연기 역시 개그맨의 콩트 연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극 연기로 소화되기에는 아직까지는 어색함이 짙다. 딸을 혼자 키우는 정상훈이 사금융사에서 일하면서 추심을 배우는 장면에서는 더 놀라운 장면이 이어진다. 캐시(유주은)가 추심을 하기 위해 채무자의 아이를 찾아가서 야한 잡지를 보여주고 손에 붙인 스티커를 가리키며 '다음엔 누나가 진짜 문신으로 해줄게'라고 협박하는 장면은 아무리 픽션이라고 해도 보는 게 곤혹스럽다.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넣은 장면들이 웃음은 커녕 불편함을 주고, 정상훈과 신동엽의 '짠내' 캐릭터를 살리기 위한 장면들 역시 크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드라마 방영 전 '조선족을 폄훼'에 대한 걱정을 샀던것과 달리 의외로 조선족에 대한 리서치는 작가진이 꼼꼼히 했지만 그 역시 일반적인 '조선족에 대한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자신이 이제 '바닥'이라고 말하는 신동엽을 위로하며 김용(전국환)이 "땅에서 나는 가지, 감자, 양파로 맛있는 요리가 나온다"고 위로하는 장면이나 '자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지만 당신 아무것도 아니라'고 다 내려놓으라고 일갈하는 등의 대사는 나름 드라마가 갖춰야 할 교훈이나 감동코드를 담고 있지만, 그 역시 배우들의 뻔한 연기 때문에 크게 감동을 주지 않는다.



iMBC연예 김송희 | 사진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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