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의 원제는 '만비키 가족'이다. 만비키는 일본어로 좀도둑이라는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는 부자가 사이도 좋게 마트에서 물품을 훔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둘만의 수신호를 주고 받으면 아버지가 점원의 시야를 가리고 아들은 매대의 샴푸, 과자, 라면 등을 백팩에 넣는다.


아빠 오사무(릴리 프랭키)와 아들 쇼타(죠 카이리)가 훔친 물건을 가지고 집에 가는 길, 혼자 집 밖에 나와 있는 소녀(사사키 미유)를 줍는다. 추운 겨울 어린애를 집에 업고 아빠와 아들은 사이좋게 퇴근(?)하고, 엄마 노부요와 할머니는 소녀의 몸에 난 상처에 약을 발라준다. 가정 폭력을 당했을 것으로 보이는 소녀에게 '유리'라는 이름을 붙여준 가족들은 소녀와 함께 살기로 결정하고, 두달 후 '납치당한 소녀 쥬리'를 찾는 뉴스를 보게 된다.

▶비포 스크리닝
제71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으로 '어느 가족'을 뽑으며 심사위원 드니 빌뇌브 감독은 "우아한 각본이 깊은 감동을 줬다. 이 영화에 사랑에 빠졌다"라고 밝혔다. 스크린 데일리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뛰어넘는다'라고 했으며, 버라이어티지는 '한층 성숙하고 마음을 훔치는 고레에다의 가족영화 복귀작'이라고 극찬했다.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의 작품을 통해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가족영화 감독으로 명성을 떨쳤다. 최근작 '세번째 살인'으로 가족이 아닌 일본 법 제도와 살인과 용서에 대해 다뤘던 그가 다시 가족영화로 돌아왔다.
꼭 혈연 관계가 아니어도 함께 보내는 시간이 쌓여가면서 얼마든지 가족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던 '바닷마을 다이어리'에 이어 이번에도 대안가족을 그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 고레에다가 단순히 가족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니란 생각이 든다. 놀이를 하듯이 도둑질을 하던 아버지와 아이들을 비추던 카메라가 '동생한테는 시키지 말라'고 소년을 가르치는 동네 가게 할아버지, '당신들의 관계는 무엇이냐'고 묻는 사회복지국 사람들로 점차 반경을 넓혀간다. 마치 '당신들은 이 가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고 묻는 것 같다.

▶애프터 스크리닝
살림살이에 가난이 덕지덕지 묻어나는 좁고 오래된 집, 할머니, 엄마, 아빠, 이모와 아이들이 살고 있다. '가난하지만 사이 좋은' 일일드라마의 가족 모양새는 아니다. 도둑질 해온 샴푸를 보고 할머니는 '이 브랜드가 아니'라고 투덜거리고, 이모는 엄마와 아빠에게 '할머니 연금이나 노리는 주제에'라고 독설을 한다. 일용직으로 일하다가 다쳐서 돌아온 아빠가 '보상금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자 엄마는 대놓고 신나한다.
투덜거리다가도 한 자리에 모여서 식사를 하는 보통의 가족, 실은 이 가족은 혈연으로 얽혀있지 않으며 서로가 서로를 주워서 함께 살고 있다. '오늘 안 좋은 일이 있었구나' '어떻게 알아요?' '니 발이 평소보다 차가운걸' '할머니는 뭐든지 다 아네' 이불 속에 누워서 주고받는 할머니와 이모의 대화는 한없이 따뜻하다. 그러나 따뜻하고 귀여웠던 소품 '바닷마을 다이어리'와는 달리 점차 어두운 일면을 드러내며 사회파 미스터리같은 짙은 채도가 드리워지면 이 영화가 현대의 가족과 노동, 빈곤을 바라보는 시선이 좀 더 선명히 드러난다. 마냥 해맑고 따뜻한 줄 알았던 엄마 노부요가 '나 지치려고 해'라고 말할 때, 삶 전반에 퍼져있는 이들의 가난이 더 이상 놀이로 감출 수 없이 일상을 파먹기 시작할 때, 우리는 가족 바깥의 서늘한 현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아이의 시선, 아이처럼 무구해 보이는 어른의 표정,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감싸안는 할머니 키키 키린의 깊은 눈매 등등. 많은 장면이 잔상으로 남는 영화다. '어느 가족'은 7월 26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송희 | 사진 티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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