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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톡] 1969년, 2007년, 그리고 2018년. '하얀거탑'은 왜 다시 소환됐나

기사입력2018-01-2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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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월) UHD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친 '하얀거탑'이 첫방송을 시작했다. 후반작업 등 미흡한 부분이 보완됐지만 사실상 재방송이나 다름 없는 이 드라마는 4%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고, 다음 날까지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있을 만큼 화제를 모았다.


'명품드라마'로 명성이 자자했던 '하얀거탑'이지만 이같은 호응은 놀라운 부분이다. 2007년 방송 당시에도 시청률 20%를 넘기며 이미 높은 인기를 끌었던 '하얀거탑'은 왜 2018년에 다시 소환됐고,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을까.



그 힌트는 연출을 맡은 안판석 PD에게서 얻을 수 있었다. 안판석 PD는 리마스터 방송을 앞두고 "2018년의 현실 속에서도 이 (드라마 속) 현실과 맥이 닿아있는 그 어떤 연결고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1960년대에 나온 소설을 2006년 초에 접했음에도 그 이야기들이 현실로 받아들여졌기에 제작에 돌입하게 되었다고.


방송이 시작되자 안판석 PD의 말은 곧 사실로 증명됐다. 우선 뛰어난 실력을 지닌 후배 장준혁(김명민)을 질투해 교묘하게 권위를 악용하는 이주완(이정길)이나 언뜻 능글능글하고 상냥해보이지만 섬뜩한 양면성을 지닌 우용길(김창완) 등 극성과 현실성을 모두 담아낸 인물들이 존재감을 발휘하며 긴장감을 자아냈다. 뿐만 아니라 교수 부인들의 모임이나 다른 의사, 직원, 환자 등 역할의 크기나 분량에 상관없이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드러내는 인간의 면면들이 공감대를 더했다.


또 이들의 이야기는 비단 의사 세계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직업인들의 현실과 이상을 대변하고 있었다. 실력에 대한 자신감과 강한 야심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최고가 되길 꿈꾸는 장준혁과 정치나 처세와는 거리가 멀지만 진심으로 환자를 생각하며 소신을 지켜나가는 최도영(이선균)의 대립과 공존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 때문에 선하지만은 않은 장준혁이 시청자들의 심정적 지지를 얻은 것도, 다소 비현실적일지라도 한 번쯤은 최도영의 승리를 응원하게 되는 것도 '하얀거탑' 안에서는 모두가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이처럼 개인과 조직 그 자체에 주목한 '하얀거탑'은 머리 스타일이나 화장법만 빼면 전혀 촌스럽다는 느낌 없이 2018년의 시청자들과 만나게 됐다. 오히려 충분히 더 자극적인 방식으로 환자의 사연이나 의사들의 현실을 보여줄 수 있었음에도 잔잔하게 깊이 있는 몰입을 택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1969년 야마자키 도요코의 소설 원작이 2007년 한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되며 이미 한 차례 국경과 시간의 경계를 허문 이 드라마가 현재의 우리에게 새롭게 던져줄 재미와 의미는 무엇일지, 여전히 유효한 명작의 가치와 함께 곱씹어볼 만한 시점이다.




iMBC 김은별 | 사진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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