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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동물적인 감각으로 연기한다는 걸 증명해 보이는 배우, 문근영 ①

기사입력2017-10-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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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을 접고 치료에 전념하던 문근영이 영화 <유리정원>으로 관객 앞으로 돌아왔다. 세상에 상처 받고 숲으로 숨어버린 미스터리한 과학도 재연을 연기한 문근영을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질문 하나하나마다 대답이 나오는 속도는 느렸지만 문근영은 그 대답을 꺼내기 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민을 혼자 해 왔는지, 그러면서 세상에 던지는 질문들을 얼마나 잘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리해 왔었는지를 알수 있게 해주는 답변들이 돌아왔다.


Q. 오랜만에 관객 앞에 섰다. 소감이 어떤가?

A. 많이 긴장되고 무서운 것도 많아졌다.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많이 치유를 받은 기억이 있다. 촬영이 끝나고 바로 다음 작품에 들어가느라 당시에는 재연이라는 인물로 살았을 때의 여운을 오래 갖고 가지 못했는데 영화가 한참 있다 개봉하면서 요즘 다시 재연을 만들었던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때 기억이 많이 떠올랐다. 여운이 아직 남아 있는 느낌이다.

Q. <유리정원>을 복귀작으로 선택한 이유는?
A. 촬영은 1년 전에 했었고, 개봉이 늦어지고 그 사이에 아프면서 복귀작처럼 여겨지는데 엄청나게 계획한 복귀작은 아니다.

Q. <유리정원>에서 재연은 굉장히 독특한 인물이다. 이 영화를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A. 딱 접합한 말을 찾자면... 대본과 역할이 매력적이었다. 무엇 때문에 매력을 느꼈는지 생각을 해 봤는데 이 역할을 잘 이해하고 싶었고, 잘 표현하고 싶었고, 내가 '재연'이가 되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 배우로의 욕심이 함께 생기는 그런 매력이 있었다.


Q. 감독이 혹시 재연이라는 인물을 위해 특별히 연기적으로 요구한 것은 어떤 것이었나?
A. 촬영 전에 감독님이 살을 빼달라고 했었다. 미팅했을때 보다 촬영 당시에는 5~6kg정도 살을 빼고 시작했는데, 감독님이 보시기에는 한 10kg정도 빠졌다고 생각되셨나 보더라. 조금 살을 뺐고 숲에서 촬영 할 때에는 거의 메이크업을 하지 않고, 더벅머리 그대로 촬영을 했다. 헤어스타일의 경우도 다른 느낌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숏컷과 단발 중에 고민을 하다가 결국 둘 다 보여지게 되었다.


Q. 영화의 어떤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지?

A. 영화의 거의 끝부분인데, 숲으로 가기 전 지훈과 이야기 하는 장면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거기서 끝이 나도 괜찮다고 생각을 했지만 영화의 끝장면을 보고 난 뒤 다시 영화의 첫 장면을 떠올려보면 이게 또 하나의 소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에 재연의 이야기가 있고, 이런 재연을 보고 쓴 지훈의 소설이 있는 식의. 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관점일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Q.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대해 관객들의 의견이 많더라. CG로 완성된 재연이 나무가 된 장면에 대해 개인적인 느낌은 어땠는지?
A. 영화를 촬영하기 전 감독님이 그림 하나를 보여주셨다. 진짜 사람같이 생긴 나무의 그림이었는데, 감독님은 이걸 보면서 '진짜 나무일까? 아니면 사람이 나무가 된걸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라고 이야길 해 주셨다. 너무나 사람같은 형체를 갖고 있는 실제 이미지를 먼저 봐서인지 나에겐 영화에서 보여진 나무 CG보다는 감독님이 보여준 나무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 그래서 CG를 보고 특별한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 장면에 대해서 나는 재연이가 나무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나무를 보고 지훈이 재연을 생각했다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오히려 더 사람처럼 묘사하지 않았을까?

Q. 영화 속 재연이는 문근영이라는 배우의 인생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한 인물이었다. 순수한 듯한 눈빛에서부터 광기어린 눈빛까지 폭넓게 오가지만 연기라기보다 실제같다는 느낌을 많이 주더라.
A. 재연이라는 캐릭터는 심경의 극단적인 변화를 보여주기 보다는 흐름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심경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이 변화의 지점을 읽어낼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순간에 어떤 눈빛을 해야 한다는 계산은 해 본적은 없고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려고 노력은 했다. 순간의 표정, 눈빛의 변화가 나도 모르게 나오는 순간들이 잘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바래서 시나리오 분석도 열심히 했었다.


Q. 신수원 감독이 왜 문근영에게 동물적인 감각이 있는 배우라고 했는지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연기 하기에 쉽지 않은 캐릭터였는데 정말 절묘하게 줄타기를 잘 했던 것 같다.
A. 우리끼리 제일 많이 고민했던 말이 '재연이가 미친사람 같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거였다. 사람마다 미쳤다고 보는 수위는 달랐기에 그 적절한 수위를 찾기 위해 감독과 많은 고민을 했다. 매번 테이크마다 '덜 미쳤으면 좋겠어' ' 더 미쳤으면 좋겠어'라는 식으로 디렉팅을 받다보니 뭔가 쌩으로 연기하는 느낌이 들었었다. 앞의 씬의 뭐가 잘못되어서 이번 씬에서는 뭘 강조하고 뭘 빼고가 아니었기에 처음부터 하나씩 만들어 가는 느낌이었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Q. 신수원 감독도 현장에서 문근영과 잘 통했다고 하던데, 감독님이 여성 감독이어서 더 시너지가 있었던 건가?

A. 감독님이 여성감독이어서 라기보다는 인간적으로 잘 맞는 사람이어서라고 생각한다. 잘 통한다는 건 생각, 감정들이 다 똑같이 맞아 떨어졌다는 게 아니라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에 자극을 주고 받고, 다른 생각에 대한 통찰을 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생각을 알게되는 것이 재미있는 분이었다. 같이 이야기하고, 공유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게 잘 되니까 촬영하면서 너무 현장이 좋았었다.

Q. 순수한 건 오염되기 쉽다는 대사가 참 인상적이었다. 재연이는 순수한 인물인가?
A. 재연이는 순수한 인물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운 지점이 있는 인물인데 왜 사람들이 순수하게 볼까를 고민했을때 뭔가에 마음을 다 쏟을 수 있다는 데서 오는 것 같았다. 어릴때는 뺏길거, 상처받을 거가 두렵지 않고 그래서 마음도 다 주고 다 열고, 다 믿는데 살아가면서 상대에게 상처받고 계산되고 재단이 되면서 누군가에게 온전히 모든 걸 다 주기 어려워 지는 것 같다. 재연이는 상대방이 나쁜 사람들이어서라기 보다 열었던 마음이 컸기에 돌아오는 칼날이 더 날카롭고 아팠을 거다.
그런 면에서 생각해 보면 마냥 고귀하고 깨끗한 게 순수가 아닌 것 같다.

Q. 재연이와 문근영은 어떤 면에서 닮았나?
A. 재연이가 왜 성처를 받았을까를 고민하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사람들은 저마다 상처도 받고 상처를 주며 살아가는데 왜 어떤 사람은 상처로 느끼고 어떤 사람은 상처로 느끼지 않을까가 궁금해졌다. 상처가 상처로 남는 이유는 내 마음이 전제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를 받았을 때 발현시키는 방법이 나와 비슷했다. 재연은 나를 지키거나 치유를 받기 위해 유리정원 안으로 들어가는데 나도 그런 편인것 같더라. 그래서 캐릭터에 더 공감되었다.

Q. '유리정원'의 의미는 어떻게 해석하는지?
A. 사람들을 피해서 유리정원 안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처음에는 나를 보호해주는 안전한 곳이 아니라 투명하고 속이 다 들여다 보이고, 언제든 깨질 수 있는 곳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연약하고 유약한 인간형을 보여주는 것 처럼 보여졌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또 누군가가 깨 주길 바라는 걸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재연이의 그런 마음도 아프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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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BC연예 김경희 | 사진제공 리틀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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