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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1-3 모로코. 한국이 10일 모로코와 평가전에서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신태용(왼쪽) 감독은 이번 두 번의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내용과 결과를 모두 놓치고 말았다. /빌-비엔(스위스)=대한축구협회 제공 |
[더팩트 | 심재희 기자] 몸에 안 맞는 긴 옷이 있다. 끝을 접어 입으면 당장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활동을 하다 보면 접은 부분이 풀리거나 두꺼워 불편하기 마련이다. 그러면 동작이 부자연스러워진다. 불편함을 느끼면 당연히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억지로 움직여도 정확한 동작을 취하기 어렵고 오히려 역효과만 낼 뿐이다. 유럽 원정을 떠난 신태용호가 딱 그랬다. '안 맞는 옷'을 고집한 신태용호가 러시아전에 이어 모로코전에서도 무기력하게 패했다.
러시아전 실수를 반복했다. 10일(한국 시각) 모로코와 대결에서도 한국은 수비 불안에 고개를 떨궜다. 전반 11분 만에 두 골을 허용했다. 상대가 잘해서가 아니다. 수비수들이 가운데로 몰려다니며 치명적인 공간을 계속 내줬고, 결정적인 슈팅 상황에서도 허둥지둥 상대를 전혀 막지 못했다. 수비 숫자는 많았지만 불필요한 공간에만 서 있으며 모로코 공격수들의 발을 더 가볍게 만들었다. 백스리, 백파이브의 기본 개념은 '호흡'이라는 두 글자가 기본으로 깔릴 때 의미를 더한다. '호흡 불일치'의 신태용호 수비가 소화할 수 없는 이상적인 그림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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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수비 불안! 한국이 러시아전에 이어 모로코전에서도 수비 불안으로 대량 실점하며 고개를 숙였다. 심각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는 신태용 감독. /빌-비엔(스위스)=대한축구협회 제공 |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안 맞는 옷'의 불편함은 더 자세히 나타난다. 여러 선수들이 생소한 자리에서 뛰면서 어색해진 틈은 연쇄적으로 작용해 팀 전체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특히 부실한 측면은 '졸전'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 중심을 앞에 두고 플레이를 주로 펼쳐온 선수는 수비에서 허점을 드러냈고, 좌향좌 명령을 받은 선수에게 오른쪽 왼쪽을 가리지 않고 잘 뛰었던 이영표의 모습을 바라는 것도 무리였다.
기본적으로 측면이 불안한 상황에서 중앙 수비수가 앞쪽으로 계속 나오다 보니 전체 수비는 '플랫'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임무와 공간 분담이 애매해 안정된 수비 틀이 갖춰지지 않았고, 골키퍼를 포함해 수비수들은 동료에게 패스를 쉽게 주지 못하고 불안해했다. 패스를 받아야 할 선수가 그 자리에 없으니 공 처리가 늦어지고, 결국 빠른 모로코 공격수들의 압박에 부담을 더 느끼게 됐다. 거기에 부상으로 기동력이 떨어진 선수와 공격 성향이 강한 선수 두 명이 이루는 중앙 허리진의 수비 커버도 낙제점이었다. 수비와 중원이 무너졌으니 공격도 제 기능을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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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태용호, 무기력한 패배! 모로코는 8일 가봉전에 출전한 베스트 멤버를 모두 제외한 '2군'으로 한국과 경기에 나섰다. /사커웨이 캡처 |
K리거들이 애초에 빠졌다는 점, 그리고 러시아전 선발 명단과 많이 달라졌다는 점도 모로코전 '최악의 경기력'의 변명이 될 수 없다. 모로코는 우리보다 더 힘을 빼고 경기를 시작했다. 이틀 전(8일) 치렀던 가봉과 아프리카 최종예선전에 출전했던 선수들을 대거 제외했다. 사실상 '2군'이 나왔다. 하지만 신태용호는 완패했다. 그래도 알짜배기 해외파들이 투입된 신태용호가 차와 포를 다 뗀 모로코보다 상황이 나았지만, 시종일관 끌려다니며 패배의 쓴 맛을 보고 말았다.
실험 : 아직 실증되지 않은 이론이나 기술을 전제로 그걸 입증하기 위해 실제로 해 보거나 새로운 이론 또는 기술을 찾기 위하여 관측, 제작, 작동 등을 하는 것.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실험'을 하려한 것이 잘못이다. 축구에서 실험은 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꼭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는 '실험'을 할 여유가 없다. '평가전 이상의 평가전'이라 불리며 결과도 꼭 만들어야 했던 이번 유럽 원정에서 신태용호가 실험, 그것도 '무리한 실험'으로 더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말았다. 유럽 원정을 떠나기 전 내용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뜻을 비쳤던 신태용 감독이다. 몸에 안 맞는 옷으로 실험을 할 게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책을 잘 짜서 '시험'을 했어야 한다. A매치 지휘봉을 잡은 국가 대표 감독이 '제대로 된 결과를 보여주는지 확인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지닌 '시험'과 실험을 혼동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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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태용호의 운명은? 신태용호가 유럽 원정 두 경기에서 졸전 끝에 패하면서 월드컵 본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모로코전에서 실점한 뒤 아쉬워 하는 한국 선수들(흰색 유니폼). /빌-비엔(스위스)=대한축구협회 제공 |
몸에 안 맞는 긴 옷이 있다. 옷을 접어 입는 고육지책을 빼면 두 가지가 남는다. 과감하게 옷을 잘라서 몸에 새로 맞추느냐, 몸을 더 키워서 긴 옷을 소화하느냐. 8개월여 남은 월드컵 본선.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면서 유럽 원정의 평가를 제대로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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