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위 건달이지만 정통 건달이 아닌 ‘약쟁이’로 세력을 넓힌 재호(설경구)는 본능적인 판단 능력과 정치적인 감각을 통해 교도소의 실세가 된다. 교도소에서도 특유의 사업 수완으로 담배사업을 벌이며 보안 계장과 형, 동생 하는 사이로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재호의 독주를 막기 위해 누군가 재호를 죽이려 공격하고 현수(임시완)가 이를 재빠르게 눈치채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게 된다.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현수를 친동생처럼 아끼게 된 재호. 두 남자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우정을 쌓아가지만 줄을 타는 듯한 긴장감은 계속된다. 그러나 현수의 인생을 뒤흔들어 놓을 결정적인 계기로 인해 재호에게 의리와 더불어 존경심까지 갖게 된 현수는 출소 후 반드시 그와 함께 할 것이라 약속을 하게 된다. “버려진 새끼들끼리 재미있지 않겠냐?”며 현수의 공감대를 자극하는 재호. 그리고 모든 것을 잃은 그에게 재호는 가족 같은 사람이 된다. 출소 후, 함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의기투합하던 중, 두 사람의 숨겨왔던 야망이 조금씩 드러나고, 서로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들의 관계는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믿는 놈을 조심하라! 믿음의 순간 배신은 이미 시작되었다!

▶ 비포 스크리닝
오는 5월 17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되었다는 소식이 개봉 전에 알려지며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 대한 관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지금껏 칸의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은 액션, 스릴러, 미스터리, 호러, 판타지 등의 장르 영화 중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 3~5개를 해마다 초청해 왔다. 2005년 <달콤한 인생>, 2008년 <추격자>, 2014년 <표적>, 2015년 <오피스>, 2016년 <부산행>등 지금껏 초대되어 온 영화들의 면면을 보면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작품성이나 대중성도 어느정도 수준 이상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영화는 각 공간과 씬마다 개성 있는 색감과 고도의 콘티 작업, 환상적인 편집으로 기존의 느와르 장르에서 볼 수 없었던 미장센을 추구한다고 되어 있으며 만화적인 요소를 살린 공들인 액션 장면을 통해 리얼리티보다는 상상력을 살려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 처럼 여겨지길 바란다는 감독의 변이 소개되어 있다. <나의 PS파트너>를 만들었던 충무로 젊은 세대 감독인 변성현의 손을 거쳐 나온 느와르 장르는 어떤 점이 색다를지, 어떤 부분에서 기존과 다른면을 보여줄 지 기대가 높아진다.

▶ 애프터 스크리닝
'칸'의 후광을 등에 엎고 있지만 설경구의 연기는 후광 없이 보아도 눈이 시릴 정도로 강렬했다. 몇 년 동안 이런 독한 캐릭터를 연기하지 않았던 덕에 설경구가 연기한 '재호'는 더 신선했고, 더욱 날이 선 눈빛과 말투는 캐릭터의 불안한 심경을 잘 표현해 냈다.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할 수 없지만 몇몇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마다 설경구가 보여주는 표정은 단순히 비밀의 확인 이상의 느낌과 생각을 담고 있다. 도무지 진심이 무엇일지 알 수 없는 그의 얼굴은 그래서 극중에서 자주 클로즈업 되며, 그의 속내를 알고 싶은 마음에 관객은 더욱 그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물론 지금까지의 맑은 모습을 버리고 거칠고 잔인한 모습을 표현해 낸 임시완의 연기도 설경구에 밀리지 않고 잘 어우러져 두 남자 간의 끈끈한 관계에 개연성을 실어준다. 임시완은 올해 들어 선보인 <원라인>과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를 통해 관객들에게 배우로의 성장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원라인>에서는 악역으로의 눈빛 연기를 마스터 했다면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통해서는 액션 연기와 내면 연기까지 마스터 하는 셈. 지금까지 임시완이 아이돌 출신의 연기돌로 기대되는 '유망주'로 불렸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어엿한 배우 반열에 올라섰다 할 수 있겠다.
두 주연배우 뿐 아니라 함께 출연한 배우 김희원, 전혜진의 숨쉴 틈 없는 연기도 영화의 밀도를 높여준다. 설경구와 임시완 사이를 밀고 당기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적절히 줄다리기 하는 불안한 '병갑'(김희원)과 잔인한 조직과 마약밀수 세계를 일망타진하기 위해 큰 그림을 그리는 야심있는 경찰청 '천팀장'(전혜진)이 더해지는 순간부터 이 영화는 직진이 아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입체적인 공이 되어 팽팽한 긴장감 위를 통통 튀어다닌다.
이 영화는 위장잠입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언제 위장 잠입의 정체가 들킬까?'하는 뻔한 긴장감은 아예 생략해 버림으로써 서로가 서로를 어떤 상황에서 믿게 되는지, 어떤 상황에서 믿음이 흔들리는지, 의리가 의심이 되는 심리적인 과정에 무게를 싣게 되고 시선을 머물게 만든다.
하필이면 최근들어 영화 <프리즌>, 드라마 <피고인>을 통해 감옥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흥행을 하면서 영화를 보기 전부터 식상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지만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색다른 캐릭터와 빼어난 미장센으로 관객을 불러모을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전세계 85개국에 선판매되는 쾌거를 이룬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5월 18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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