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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혜옹주’와 <서프라이즈>, 우리들의 영웅은 일그러지지 않았다. [광복절 특집]

기사입력2016-08-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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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실의 후계이기에 지고 살아야 했던 멍에

광복절 문턱에서 한 편의 영화와 한 권의 책을 곱씹게 된다. 영화 <덕혜옹주>와 책으로 다시 보는 ‘신비한TV 서프라이즈’의 세 번째 시리즈 <서프라이즈 - 우리나라 편> 이야기다. 영화 ‘덕혜옹주’는 만 13세 때 일제에 의해 강제로 일본 유학길에 오르며 비운의 삶을 살았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삶을 재조명하고 있는데, 지난 6월에 출간한 <서프라이즈 - 우리나라 편>에 영화 ‘덕혜옹주’와 시간의 궤를 같이 하는 이야기들이 제법 등장한다.

황실 재정을 총괄하고 있던 내장원경 이용익에게 은밀히 내탕금(임금의 개인재산을 지칭, 일종의 비자금)을 건네 훗날을 도모하는데 쓰라고 당부했던 고종의 사연부터 뜻을 이루지 못하고 숨을 거둔 아비의 삼년상을 치르지 못하게 되자 일제의 눈을 피해 고종의 능에 전화기를 설치해 두고 매일 곡을 했던 순종의 애달픔, 그 암흑의 시대에 왕보다 더 주목을 받으며 전무후무한 왕비로 성장했지만 시아버지 흥선대원군과 권력싸움을 벌인 악녀로 둔갑되고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명성황후, 그리고 영친왕의 짝으로 간택되었으나 역시나 일본의 계략으로 약혼지환을 스스로 내어주고 평생 혼자의 몸으로 살아야했던 비운의 황태자비 민갑완 여사까지 조선 왕실의 후계이기에 개인이 감내하기에는 너무도 큰 멍에를 지고 살아야 했던 그들의 이야기.



배우고 외우는 역사가 아닌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들



우리는 지난날의 것을 있는 그대로 알 수가 없다. 기록 그 자체가 진실을 전제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마저도 온전히 남아 있지 않은 낱개의 조각들을 맞추어야 한다. 때문에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창작물들은 그 사이사이 연결고리들을 드라마틱하게 연출할 수밖에 없고, 같은 맥락에서 <덕혜옹주>와 <서프라이즈>는 기본적으로 역사를 미화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상업적 성공을 거두어야 하는 콘텐츠라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콘텐츠들은 그 위험한 일을 감행했다. 왜일까? 몇 해 전 어느 서울에 소재한 한 역사박물관 관장이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해야 하면 좋은가?’라는 인터뷰 질문에 이렇게 답한 데서 그 이유를 더듬어보자면 이렇다.

“역사를 어느 한 시점에 고정하지 말고 현재,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역사 지식을 많이 아는 것도 좋지만 그걸 정보나 지식으로 습득하기 이전에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나의 할아버지, 나의 아버지는 어떻게 생활을 했을까, 내가 100년 전에 태어났다면, 나라면 어땠을까? 하고 질문을 던져 보는 겁니다.”


빼앗긴 들에 봄을 부른 사람들

영화 ‘덕혜옹주’에서 친일파 한택수가 그러했던 것처럼 권력에 자신을 내맡긴 이들이 상당수였고, 그 만행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먹먹한 시대를 노래한 이상화의 되물음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 ‘그렇다’하고는 “대한 독립 만세”를 부르짖을 수 있었을까?



<서프라이즈>에는 안중근 의사, 김구 선생과 같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물들과 관련한 훈훈한 이야기는 물론 그 이름은 다소 낯설지만 때문에 더욱 값지게 느껴지는 사연들도 소개한다. 과부라는 꼬리표와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평생 악착같이 번 돈을 우리나라의 젊은 인재를 양성하는 육영사업을 비롯하여 사회사업에 모두 기부하고도 모자라 조선총독부에서 주겠다는 표창을 거절했던 백선행, 서양의학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던 시대에 불굴의 의지로 의료 활동을 전개했던 우리나라 최초의 여의사 김점동이 바로 그들이다.

한편, 일본 열도로 강제 징집되어 간 한국인 노동자들이 인고의 세월을 보낸 끝에 해방을 맞고 귀국하려던 찰나 그들이 탄 일본 해군 군함 우키시마호가 돌연 폭발하며 교토 부근 마이즈루항 해상에서 침몰해 1만여 명이 희생된 사건하며, 연합군 포로를 감시하는 포로 감독관으로 투입되었던 식민지 조선의 청년들이 해방 이후 전범으로 내몰려 일본과 한국 어느 쪽에서도 보호는커녕 차별 대우를 받으며 외로운 투쟁을 벌여야 했던 일까지 <서프라이즈>는 그토록 바라던 해방을 맞이하고도 그 기쁨을 누릴 수 없었던 사연들도 담고 있다.

71번째 광복절이다. 뜨거운 여름 한가운데 하루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공휴일이라 더 반가운 것이 솔직한 심정이겠으나 우리에게 서슬 퍼랬던 날들이 있었고,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이렇듯 빼앗긴 들에 봄을 부른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영화 ‘덕혜옹주’와 책 <서프라이즈>를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서프라이즈 - 우리나라 편>
ⓒMBC C&I







iMBC 취재팀 | 자료제공=MBC 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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