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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악녀의 전형, 민서영 다시 보기

기사입력2009-05-1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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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중 낙마 사고로 잠시 브라운관을 떠났던 그녀가 돌아왔다. 1년 후, 미수(이유리 분)와 영민(이정진 분)이 파란만장했던 사랑에 종지부를 찍고, 미수와 현우(이상윤 분)가 우여곡절 끝에 부부가 된 잠잠한 시기다. 민서영 역의 오승현은 3개월여 만에 복귀하며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악녀를 선보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민서영’이란 이름 석 자가 이제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악녀의 전형으로 각인되고 있다.





 


당신이라면 가만히 참고만 있겠어요?

“저랑 영민씨가 얼마나 사랑했던 사이인지, 드라마 처음부터 보신 분들은 다 아시죠? 그런데 난데없이 약혼자의 아들이라니! 게다가 제가 잠시 흔들리는 틈을 타 제 남자의 마음을 빼앗아간 조미수! 용서되나요? 그래도 잊자, 모두 잊자 하며 프랑스로 떠났어요. 소중한 건 저니까. 홀가분한 마음으로 1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죠. 아니 그런데, 죽고 못 살 것 같던 영민씨랑 조미수는 헤어지고, 조미수는 엉뚱하게 현우와 결혼해 잘 살고 있더군요. 이러려고 저에게 그토록 상처를 줬나요? 그럼 진즉에 그만 두든가! 참을 수 없었어요!”


죽도록 사랑했던 내 약혼자에게 아들이 나타났다. 내 남자는 OK, 하지만 남자의 아들은 NO. 이런 갈등으로 우리 사이가 잠시 소원한 사이, 내 남자는 나보다 가슴 따뜻한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져 버린다. 서영의 악녀 행각 전반전. 영민을 빼앗아간 미수를 직장에서 쫓아내거나 핍박하고 괴롭히는 일, 혹은 본인의 실수로 인한 유산이 그녀의 짓이라고 꾸며대는 일. 치졸하긴 하지만 어쩌면 지극히 상식적인 복수다. 결혼은 파탄 나고 임신한 아이까지 유산됐다. 서영 역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은 피해자다. 영민을 잊기 위해 떠난 유학 1년. 돌아와 보니 미수는 다른 남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홀로 남은 영민에게 진실한 마음을 고백하지만 그는 바위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미수의 과거를 시댁에 폭로하는 악행은 어쩌면 미수를 망가뜨리기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영민에게 민서영이라는 존재를 각인시키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영민을 향한 서영의 마음은 이미 사랑 반, 원망 반의 온전치 못한 상처투성이의 사랑이다. 그가 가장 아끼는 것을 아프게 만들고픈 병적인 사랑으로 이미 피폐해진 그녀였으므로.

 


그래도 저, 보기 드물게 쿨한 악녀 아닌가요?

“전 터무니없는 거짓말은 안 해요. 사실 그대로만을 이야기하죠. 아, 딱 한 번. 영민씨와 조미수를 호텔로 불러내 만나는 것처럼 꾸민 일만 빼고. 현우 아주머니는 저에겐 이모 같은 분이세요. 당연히 며느리의 실체에 대해 똑바로 아셔야 하지 않겠어요? 저 때문에 <사랑해, 울지마>가 막장으로 변질된다고 한다면서요? 벌써 잊으셨어요? 폭력, 납치, 사기, 감금. 전 다른 드라마 속 악녀들처럼 그런 상식 밖의 짓은 안 해요. 전 쿨하니까.”






찾아뵙고 싶습니다.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아주머니께서 꼭 아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턱대고 쳐들어와 악부터 지르고 보는 막장 악녀들의 폭로전에 비하면, 서영의 악행은 꽤 상식적이다. 이미 악녀의 전형은 상식을 벗어난 거칠고 투박한 이미지로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사죄드립니다. 그건 제가 꾸민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건 모두 사실입니다. 영민과 재결합이 결정된 후 순순히 현우 어머니에게 자신의 악행을 고백하는 모습조차 너무나 차분하고 당당해 화가 치밀 정도다. 서영의 행동을 비난하는 시청자들의 분노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지극히 정상적인 범위, 상식적인 수준의 행동을 영위하는 서영의 일상성에서 비롯된다. 미수를 겨냥한 서영의 폭로에는 지나친 과장이나 속임수가 없다. 그저 그녀의 입장, 온전치 못한 피해자의 뒤틀린 시각일 뿐이다.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자. 일러바치는 그녀가 나쁜지, 앞뒤 재지 않고 그 말에 휘둘리는 사람들이 더 나쁜지. 불화의 소지를 제공한 미수와 현우의 우유부단한 행동들은 문제가 아닌지. 어떤 시어머니든 자기 며느리가 조카 같은 친구 딸의 연인과 과거가 있었다면, 미혼모의 딸임을 숨기고 결혼했다면, 분명 화가 날 노릇이다. 게다가 그토록 반대했던 며느리였다면 더더욱.   

 


솔직히 요즘 저 때문에 드라마 보는 사람들, 많잖아요?

“요즘 조미수의 시련 때문에 드라마 시청률이 많이 올라갔다면서요? 그게 다 누구 때문이겠어요? 그녀를 불행하게 몰아간 건 바로 저라고요. 조미수랑 현우가 결혼에 골인하고 나니까 다들 의아해 하셨죠? 그럼 조미수와 영민씨의 사랑은 어떻게 되는 건지. 뭔가 극을 움직일 만한 제대로 된 원동력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저요, 요즘 욕 제대로 먹고 있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제가 욕먹을수록 드라마는 사랑받을 테니까. 4년 만의 브라운관 복귀작인데, 부상으로 드라마를 떠나있었던 시기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악녀의 등장으로 시청률이 상승하는 현상은 몹시 슬픈 일이다. 하지만 이미 자극적 입맛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은 담담한 무채색 드라마에 쉽게 시선을 주지 않는다. 고착상태에 접어들었던 <사랑해, 울지마>는 서영의 컴백과 함께 제2부의 포문을 열 수 있었다. 요즘은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인물들 사이에서 민서영이라는 캐릭터 하나만 목표와 능동성을 지닌 움직이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서영은 극을 속도감 있게 전개시키고 이야기의 결말을 끌어 오는 효과적인 장치다. 서영의 등장 직전에 홀로 남은 싱글대디 영민, 행복한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미수와 현우로 압축되었던 평이한 이야기는 서영의 등장과 함께 치열한 갈등과 결말을 알 수 없는 본격적인 드라마로 접어들었다. 일말의 가능성조차 남지 않았던 미수와 영민 사이에 조금이나마 가능성을 두게 된 것도 바로 서영 때문이다. 극중 그녀의 말마따나 서영이 미수와 영민을 이어주는 오작교 노릇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 이민재 기자




*기사 속의 인터뷰는 극중 캐릭터를 반영한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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