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월 24일 박혜진 앵커의 마지막 방송
얼마 전 신경민 앵커가 하차한 데 이어, 지난 3년간 MBC 뉴스데스크를 지켜왔던 박혜진 앵커도 4월 24일을 마지막으로 데스크에서 내려왔다.
‘앵커’의 사전적인 의미는 취재되어 온 원고를 기초로 최종적인 정리를 하는 뉴스캐스터이다. 여기서 ‘뉴스캐스터’란 라디오나 텔레비전 뉴스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말하는데, 단순히 원고를 읽는 아나운서와는 구분되는 것이다. 즉, 앵커는 뉴스를 전하는 아나운서의 역할과 더불어 알기 쉽게 풀어서 해설도 하는 방송 진행자를 일컫는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뉴스 결정권이 보도국 국장에게 있기 때문에 사전적 의미에서의 앵커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남자 앵커 교체와 함께 여자 아나운서들도 교체가 되곤 하는데, 아나운서에 관해 몇 가지 궁금했던 사실을 확인해 보기로 하자. 변유경 인턴기자
아나운서는 꼭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해야만 할까?



▲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 <하늘이시여>, <태양의 여자>
2000년 <이브의 모든 것>, 2005년 <하늘이시여>, 2008년 <태양의 여자>. 이 세 드라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방영되었던 방송사는 각기 다르지만 그 당시 가장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라는 것, 그리고 모두 똑 부러지는 여자 아나운서가 나온다는 것이다. 시대의 차이는 조금 있지만 세 드라마 속 여자 아나운서의 이미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정돈된 단발머리, 깔끔하게 떨어지는 정장, 지적인 느낌의 메이크업은 우리들 머릿속 전형적인 아나운서 이미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나운서는 왜 하나같이 비슷한 모습을 갖게 되었을까? 지금이야 여자 아나운서들이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고 예능 프로그램 MC를 맡기도 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누가 뭐래도 아나운서의 기본 역할은 뉴스 전달이다. 같은 뉴스라도 시청자들에게 더욱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는 그들의 안정적인 오디오뿐만 아니라 믿음이 가는 비디오, 즉 이미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뢰를 주는 이미지를 위해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기보다는 가장 ‘단정한 이미지’를 추구하다 보니 여자 아나운서들이 하나같이 쌍둥이가 된 것이다. 늘 단정한 모습만 보여주기 때문인지 조금은 딱딱해 보이기까지 하는데, 아나운서라면 꼭 이렇게 흐트러짐 없는 모습만 보여야 하는 것일까? 의문을 보다 구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현재 스포츠캐스터 겸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김희준 캐스터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아나운서는 최종 전달자로 시청자와 만나는 만큼 자연스럽고 부드럽지만 신뢰와 안정감이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하지만 재치와 유머가 살아있는 방송진행과 흐트러진 모습은 분명 차이가 있는 거지요.”
그렇다면 여자 아나운서들의 정형화된 이미지는 점점 더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아나운서 아카데미의 영향 때문은 아닐까? 아나운서 준비생이라면 통과의례로 거쳐 가는 곳이 이러한 교육기관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캐스터는 아나운서 아카데미는 아나운서다운 자질을 연마하고 이끌어낼 수 있는 곳이지 정형화된 이미지를 만드는 곳은 아니라고 한다. “여자 아나운서의 고정된 이미지는 아카데미가 생겨나기 이전부터 변함없이 이어져 온 것입니다. 갖추어진 이미지로부터 나오는 신뢰감은 훨씬 크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지요.”
방송 진행자임과 동시에 우리말 도우미라고 할 수 있는 아나운서. 학창시절 선생님들께서 늘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수업하셨던 것도 모두 같은 이유가 아닐까? 같은 뉴스라도 풀어헤친 머리에 목 늘어난 티셔츠를 입은 아나운서보다는 단정한 헤어스타일과 깔끔한 정장을 입은 아나운서에게 더 믿음이 갈 테니까.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방송의 특성상 아나운서의 이미지를 무시하기엔 그 영향력이 너무도 크다. 얼마 전 방송 사고로 ‘거울공주’라는 별명이 붙은 이정민 아나운서도 시청자들에게 보다 믿음이 가는 뉴스를 전달하기 위해 거울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 MBC 김주하, 이정민, 손정은 앵커
우리나라 방송에서 보는 아나운서 스타일, 외국은 많이 달라요~

▲ 다양한 모습의 멜리사 도리오
프랑스의 아침을 여는 앵커로 유명한 멜리사 도리오. 그의 인기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식을 줄 모른다. 미스 프랑스 출신의 멜리사 도리오는 의상, 헤어, 표정 등에서 우리나라 아나운서들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어깨와 팔이 그대로 드러나는 민소매 셔츠를 입기도 하고 때로는 보이시한 라이더 재킷을 입기도 한다. 프랑스의 시청자들이 과연 뉴스에 집중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그녀의 구릿빛 피부가 그대로 드러나는 ‘비치룩’도 그녀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헤어스타일도 우리나라 여자 아나운서들보다 다양하게 연출한다. 생머리를 어깨까지 늘어뜨려 섹시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기도 하고 때로는 포니테일 스타일로 청순한 매력을 뽐내기도 한다. 섹시에서 청순까지, 팔색조의 매력을 지닌 그녀를 보고 있자니 아침에 뉴스 보느라 출근은 제때 할 수 있을지 프랑스의 회사원들이 살짝 걱정되기도 한다. 
▲ 케이티 쿠릭
미국 방송 최초로 저녁 시간대 뉴스의 여성 주진행자를 맡고 있는 CBS의 케이티 쿠릭은 미국 전역에서 존경받고 사랑받는 여성 앵커이다. 1957년생인 그는 우리나라 메인 뉴스 앵커들이 대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인 것과 비교해볼 때 여성 앵커로서 적지 않은 나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방송에서 남자 앵커의 경우 나이는 크게 상관이 없다. 오히려 젊은 남자 아나운서들이 예능 프로그램과 스포츠 뉴스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연륜을 자랑하는 아나운서들은 메인 뉴스 앵커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여자 앵커의 경우엔 그렇지 않다. 국내 여자 앵커들에게 나이는 걸림돌이 된다. TV에서 라디오 진행으로 옮겨 일하는 경우도 있고 소수의 아나운서들은 TV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입사 후 10~15년 정도가 지나면 방송에서 얼굴 보기가 힘들다. 왜 국내 여자 앵커들은 케이티 쿠릭이 될 수 없는 걸까? 김희준 캐스터 역시 국내의 방송 문화는 외국과 다르다고 했다. “외국의 경우 여자 앵커가 35세 정도 되면 가장 안정적이고 자연스럽게 방송을 진행하고 신뢰감을 주기에 적합한 나이라고 합니다. 그만큼의 방송경력을 인정함과 동시에 그 앵커로부터 나오는 신뢰감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뜻이겠지요. 해외 앵커들처럼 TV 앵커로 오래 활약하기 위해선 국내 방송사의 환경도 바뀌어야 하겠지만 현직 아나운서들의 자세와 노력도 중요해요. 어떤 일이든 길게 보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거의 매년 새로 채용되는 아나운서들이 있기에 모든 아나운서들을 한정된 프로그램에 투입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방송경력과 그에 따른 노하우를 갖고 있는 아나운서들이 나이만을 이유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해야 한다면 그 뒤를 따르는 후배 아나운서들 역시 10~15년 후 자신의 모습에 불안해하지 않을까? 방송의 신선함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익숙함에서 오는 신뢰감이라고 생각한다. 신선한 뉴스를 위해 새로운 얼굴만을 추구하는 방송 문화도 바뀌어야 하지만 아나운서 자신들도 각자의 내공을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과학 전문 프로그램에는 아무개 아나운서, 국악 프로그램에는 아무개 아나운서가 떠오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의 특성에 자신을 맞추기보다는 개인이 가진 개성에 전문성을 더한 여성 앵커들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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