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버라이어티계의 오랜 히로인 중 하나는 단연 이효리일 것이다. 이효리는 그간 다양한 쇼 프로그램에서 예능인으로서의 감각을 선보이며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그 전환점이자 정점이 지금의 ‘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이다. 화려하게 반짝이던 국민요정이 메이크업 지우고 스포트라이트 치우고 털털하고 수더분한 ‘국민 오누이’로 거듭나 대중에게 한층 가깝게 다가선 것. 이제 ‘패떴’에서 이효리는 국민요정이자 국민 오누이고, 패밀리들을 꼼짝없이 휘어잡는 사감이자 장난기 넘치는 악동이기도 하다. 이 변화무쌍함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그녀의 캐릭터는 바로 ‘털털함’이다. 이미 이효리가 털털하다는 것은 온 국민이 다 안다. 하지만 시골마을에서 패밀리들과 장시간 동고동락하는 ‘패떴’에서 이효리는 미처 보여주지 못한 털털함을 새삼스럽게 모두 노출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이효리에게 ‘패떴’이, ‘패떳’에 이효리가 유효한 이유다.
지난 26일 방송된 ‘패떴’에서 이효리는 그동안 숨겨둔 발가락 괴력을 선보여 ‘발가락 달인’에 등극했다. 자신만의 장기를 뽐내는 달인 코너에서 국민요정은 자신이 발가락 힘이 세다며 양말을 벗어젖혔다. 향기롭지 못한 제스처지만 그래도 일단은 국민요정의 발이다. 톱스타의 발가락에 주목하며 클로즈업해 볼 기회가 어디 흔하겠는가.
이효리는 “발가락으로 꼬집어 5초 안에 비명이 나오게 하겠다”며 먼저 패밀리들의 종아리를 발가락으로 꼬집어 한차례 비명을 시원하게 뽑아내 시청자들에게 ‘발가락 맛’을 제대로 선보였고, 이어서 발가락으로 물건 집기에 도전했다. 물병, 리모컨, 빨래집게, 참빗, 화투 등 다양한 물건들이 이효리의 발가락에 척척 집혀 올라가 패밀리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로써 두말없이 ‘발가락 달인’으로 등극한 이효리. 털털한 줄은 알았지만 발가락까지 털털한 줄은 이제야 알았다.
큰 볼거리가 아닐 발가락 부위까지 노출하며 몸개그를 선보일 수 있는 털털함의 기저에 있는 것은 ‘자신감’이다.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사소한 부분까지 자신 있게 내보일 수 있는 당당함. ‘이효리스러움’의 모든 것은 바로 이 당당한 자연스러움에서 태어나고, 우리가 ‘Hyorish(효리쉬)’라 부르는 것의 본질 역시 이것일 것이다. 꼭 멋지지 않아도 그 자신감에 시청자들은 박수를 보내는 것 아닐까. 그것이 설령 한낱 발가락에 불과할지라도. 서유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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