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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 JAPAN TV] 일본은 혼혈 연예인 전성시대, 일본 최고의 인기 사회자 베키

기사입력2010-04-1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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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지 닛케이엔터테인먼트는 매년 ‘탤런트 파워 랭킹’을 발표한다. 전년도를 기준으로 탤런트들의 인지도, 활약도, 실적 등을 종합해 그 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번 순위에서 종합 순위에서 여성 1위가 아사다 마오(종합 9위), 그 뒤를 이은 여성 2위가 베키(종합 12위)였다는 점이다. 아사다 마오는 스포츠 선수이기 때문에 사실상 여성 탤런트 종합 1위는 베키라고 할 수 있다. 베키는 2009년도 랭킹에서도 여성 탤런트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베키가 평범한 탤런트가 아니라는 데 있다. 베키는 영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탤런트다. 혼혈 여성이 일본 최고의 인기 여성 탤런트라는 점은 일본의 정서가 우리의 정서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말해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베키는 1999년에 아역 배우로 처음 연예 활동을 시작했다. 15살 때의 일이다. 그 뒤로도 주로 아동용 드라마와 특촬 드라마 등에 출연하며 그저 그런 역들을 전전했다. 당시에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꽤 인기가 있었지만 그다지 널리 알려진 배우는 아니었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베키는 다양한 일본 드라마에 조연으로 출연했는데, 한국의 일본 드라마 마니아들에게도 이때부터 낯익은 얼굴이 되었다. 베키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 계기는 2005년경부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출연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베키는 버라이어티에서 엄청난 속도로 말을 하며 수다스러운 캐릭터를 어필하기 시작했는데, 이런 수다스러움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되어 상당히 많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고정 출연자로 발탁된다. 현재 베키가 고정으로 출연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만 7개나 되는데 <천재! 시무라 동물원> <세상 끝까지 가보자Q!> <모리타 카즈요시의 웃어봐 좋은 친구!> 등 각 방송국의 간판 프로그램들이다. 그 이외에도 각종 특집 프로그램의 사회를 도맡는 등 현재 일본에서 가장 잘나가는 여성 MC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 인기 때문인지 CF 출연도 많은데, 2009년 말에는 9개사 18개 CF에 동시 출연하는 등 그 인기는 절정에 이르고 있다. 올 초에는 거의 TV에서 흘러나오는 광고 중 절반이 베키, 아야세 하루카, 우에토 아야, 아마미 유키가 나오는 광고였을 정도로 그 비중은 높았다.


명실 공히 현재 일본 최고의 인기 여성 MC인 베키. 영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영어 실력은 별로라고.

베키가 이렇게까지 높은 인기를 얻게 된 데에는 명랑한 캐릭터인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베키에 대한 연예계 내외에서의 평판이 좋았기 때문이다. 보통 일본 여자 탤런트들은 어린 시절 데뷔해 무명일 때 여러 권의 수영복 사진집을 내고 조금 더 인기가 좋아지면 수영복 DVD 영상집을 내는 등 이른바 ‘계단’을 밟아 올라가는 수순이 있다. 그런데 베키의 경우 그런 유의 제안에 대해 자신의 미래 이미지를 나쁘게 한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한 채 데뷔 초기부터 순수하게 연기와 탤런트 활동만으로 승부했다. 또 연애를 하게 되면 반드시 스캔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남성에게 러브레터조차 쓰지 않을 정도로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베키는 CF에 출연하기 위해 광고주와 사전 회의를 하게 될 때 매니저를 통해 몇 주 전부터 그 회사를 조사하도록 해서 광고주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기업의 리스트와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브랜드와 싫어하는 브랜드 리스트, 좋아하는 여성상, 싫어하는 행동과 싫어하는 단어 등까지 정리해서 조금이라도 기분 나쁘게 할 만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연습한 뒤 회의에 참석한다고 한다. 그런 완벽한 자기 관리와 프로의식 때문에 베키는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한국 연예계에서 베키와 같은 혼혈 탤런트가 최고의 인기 MC의 자리에 오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에 비해 일본은 혼혈 탤런트나 외국인 탤런트에 대한 특별한 거부감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연예계뿐만이 아니라 일반 사회에서도 큰 차이점이 없다. 이번에 동방신기의 영웅재중이 출연한 드라마 <솔직하지 못해서>에서도 5명의 젊은이가 바에서 처음으로 만났을 때 재중이 “어, 난 한국인이야”라고 말해도 나머지 4명이 별 반응이 없었던 것이 바로 그런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일본에는 상당히 많은 수의 혼혈 탤런트가 있는데 베키 이외에도 그라비아 아이돌로 인기 있는 ‘리아 디존’, <홍백가합전>에도 매년 출장하고 있는 가수 ‘안젤라 아키’와 ‘키무라 카에라’ ‘AI’ ‘츠지야 안나’, 모델인 ‘하세가와 쥰’ ‘사다 마유미’ ‘토요타 에리’ ‘미치바타 자매’, 여배우인 ‘카토 로사’와 ‘사와지리 에리카’ ‘미즈키 아리사’ ‘헨미 에미리’ 등 톱 탤런트들 중에 서양계 혼혈 연예인들이 유독 많다. 1991년 누드사진집 <산타페>를 내놓아 우리에게도 매우 잘 알려진 ‘미야자와 리에’도 사실은 네델란드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서양인 혼혈 탤런트다(이름이 ‘리에’인 것은 그런 이유이다).


일본 최고의 톱 모델 중 한 명인 하세가와 쥰.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일본 전통의 아름다움을 지닌 여성으로 포장되는 미야자와 리에. 하지만 그녀도 네델란드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서양인 하프.

일본에서 혼혈 탤런트에 대한 거부감이 그다지 없는 것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그들이 순수한 일본인보다 외형적으로 더 뛰어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이미 혼혈인에 매우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도쿄 북부의 아카바네의 경우 길거리에 지나가는 커플 열 쌍 중 한 쌍은 외국인과의 커플일 정도다. 필자의 직장이 있는 히로오(広尾)의 경우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의 비율이 일본인보다 서양인이 훨씬 많을 정도로 외국인이 많다. 필자가 이전에 살았던 도쿄 동부의 신코이와 지역에서는 아침에 등교하는 고등학생들 속에서 혼혈 학생들을 아주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혼혈 탤런트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익숙함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부터 외국인과의 국제결혼이 활발해진 일본은 서양인과의 결혼 이외에도 농촌 등지에서 필리핀이나 베트남으로부터 여성을 데려와 결혼을 하는 국제결혼 알선업체를 통한 국제 결혼도 상당히 많았는데, 그 당시에 결혼한 사람들의 자녀 세대들이 이제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이 되었다. 이 때문인지 최근 일본의 아이돌 그룹에는 반드시 필리핀이나 베트남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멤버가 포함되어 있다. AKB48의 중심 멤버인 ‘아키모토 사야카’, <마크로스F>로 스타덤에 오른 아이돌 성우 ‘나카지마 메구미’, 인기 배우인 ‘하야미 모코미치’ 등은 어머니가 필리핀인이고, 인기 아이돌 그룹 '아이돌링!!!'의 멤버 ‘폰치’는 양 부모가 모두 베트남인이다.

아마 앞으로도 일본의 혼혈 연예인 붐은 계속될 것 같다. 일본에서는 혼혈인들을 보는 게 이미 일상이 되어 버렸으니까 말이다.

iMBC연예 김상하(프리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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