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시장의 영원한 블루칩, 퀴즈쇼. 2009년 브라운관은 바야흐로 퀴즈 열풍이다. <장학퀴즈> <퀴즈 대한민국> <1 대 100> 등 정통 퀴즈쇼부터 <환상의 짝꿍> <우리말 겨루기> 등 특정 아이템으로 차별화를 꾀한 퀴즈쇼, <가족오락관> <스타 골든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세상을 바꾸는 퀴즈(이하 세바퀴)’처럼 퀴즈쇼의 예능화를 통해 인기몰이 중인 프로그램들까지. 도전과 성공의 감동적인 변주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대한민국 퀴즈쇼는 역사별, 세대별로 각기 다른 기획의도와 포맷으로 끊임없이 진화하는 중이다. 오늘은 대한민국 대표 퀴즈쇼 프로그램들과 그 의미를 키워드로 삼아 대한민국 퀴즈쇼의 변천사를 조명해 본다.

<장학퀴즈> -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는 출제 시스템
1973년 MBC에서 첫 방송된 이후 대한민국 원조, 최장수 퀴즈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장학퀴즈>.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으로 시작하는 경쾌한 프로그램 오프닝은 일요일 아침의 상징으로 각인되었을 정도다. 이런 <장학퀴즈>가 최근 새로운 포맷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문화, 과학, 사회, 예능, 상식 등 5개 분야가 다양하게 출제되던 단선형 포맷은 2009년 봄 개편과 함께 서바이벌 연승제로 바뀌었다. 단순히 기계적으로 문제를 보고 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보기를 보고 빈칸 추리하기, 주어지는 문제풀이를 넘어 스스로 문제를 창조하는 1 대 1 서바이벌 형식, 4단계 연상퀴즈로 지식의 한계를 가리는 최종 결정전이 생겨났고, 장학금 3천만원이 걸린 7연승 ‘퀴즈지존’ 시스템도 정비되었다.
<장학퀴즈> 측은 프로그램 포맷 변화의 기획 의도가 수동적인 20세기형 인재가 아닌, 21세기가 요구하는 능동적 신지식형 인재 개발을 위한 시도라고 말한다. 35년 역사의 장수 퀴즈쇼조차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변화하는 현상은 대한민국 사회가 ‘퀴즈’라는 아이템이 지닌 교육적 효과를 인정한 결과다. SBS <대한민국 국민고시> 역시 이러한 흐름을 적극 반영한 퀴즈쇼 중 하나. <대한민국 국민고시>는 단순지식이 아닌 일상 속 지혜와 성찰, 삶과 퀴즈를 연결시킨 문제들을 주로 출제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 방영되는 수많은 퀴즈 프로그램들의 문제 포맷이나 출제 시스템이 다각화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 한 번으로 정답을 찾아낼 수 있는 정보 과잉의 시대, 대한민국 퀴즈쇼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스스로 변화를 시도하는 발 빠른 대처를 통해 스스로 유효함을 획득한다.

<퀴즈쇼! 희망뱅크> - 퀴즈 상금과 경제학
1991년 SBS <알뜰살림장만퀴즈>는 프로그램 제목에 걸맞게 한 문제당 하나씩 살림을 상품으로 책정했다. 이 프로그램이 매일 방영된다는 점에 기인할 때, 대단한 상품 규모였다. <장학퀴즈>는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장학증서를 상품으로 수여했다. 1997년 외환위기와 함께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현금’에 대한 암묵적인 금기를 깨면서 1999년 최종 우승자에게 2천만원을 수여하는 <퀴즈가 좋다>가 탄생했다. 이때부터 <퀴즈의 힘> <퀴즈쇼! 최강남녀> <1 대 100> <퀴즈 대한민국> 등 공중파 퀴즈쇼 프로그램들이 상품으로 어마어마한 액수의 상금을 내걸었고, 퀴즈쇼의 인기와 인지도는 곧 상금의 액수에 비례하는 시대가 도래 했다.
2008년 12월, MBC가 파일럿으로 선보인 <퀴즈쇼! 희망뱅크>는 현금 상품형 퀴즈쇼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린 프로그램이다. 생계형 채무자 3명을 대상으로 객관식 앙케트 문제가 출제되고, 출연자들은 문제에 배당된 금액만큼을 부채에서 탕감받는 형식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 TV판 로또로 자리 잡으며 도전 의지를 더욱 불태우게 했던 퀴즈쇼의 상품성 논란은 <퀴즈쇼! 희망뱅크>에 이르러 극에 달하는 동시에 또 하나의 인식 전환을 가져왔다. 현금을 상품으로 수여하는 퀴즈쇼 중 가장 진실성이 돋보이면서도 채무자의 아픔을 또 다른 쇼의 매개체로 활용했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으로, TV 퀴즈쇼가 생계형 채무자들의 직접적인 솔루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리기도 했다. 상금을 금기시하는 사회에서 상금을 로또식 희망으로 삼는 사회, 그리고 상금으로 생계형 채무를 탕감하는 사회로의 이동 루트. 결국 대한민국 퀴즈쇼의 경제학 지형도는 부침이 심한 한국 사회의 이면이었다. 
<가족오락관> - 퀴즈 프로그램의 예능화, 퀴즈쇼의 오래된 미래
1984년 4월 3일 전파를 탄 <가족오락관>이 올해로 25주년을 맞았다. 남성과 여성의 성대결, 연예인을 활용한 시사 퀴즈 프로그램과 오락의 접목은 당시 시청률이 20~30%에 육박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가족오락관>의 탄생과 함께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다양한 게임의 원조가 마련되었고, <가족오락관>은 최초로 ‘스타’와 ‘주부’를 결합시키며 학생들이나 사회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한정되었던 퀴즈 프로그램의 시청자 층을 전 세대로 확장시켰다. 퀴즈 프로그램의 예능화는 2009년 브라운관의 대세다. <스타 골든벨> <대한민국 국민고시>
문제 출제 방식의 변화, 현금 상품의 진화와 더불어 대한민국 퀴즈쇼 역사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린 포맷은 바로 퀴즈쇼의 예능화다. 스타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퀴즈가 부수적인 아이템으로 전락한 몇몇 퀴즈쇼들은 시청률 논리에 휘둘린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청률에 상관없이 자신들만의 색깔과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시청자들을 위해 고삐를 늦추지 않는 25년 경력의 <가족오락관>, 10~20대 젊은 층으로 국한된 시청자층을 중·장년층을 포함한 전 가족으로 확장시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세바퀴’처럼 대한민국 예능사에 퀴즈쇼를 의미 있는 발자취로 기록하고 있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있다. 대한민국 퀴즈쇼의 예능화는 비단 오늘날의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다만, 오랜 예능화의 역사 속에서 가장 가치 있는 콘텐츠로 남기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퀴즈 대한민국> - 내 이웃의 감동 드라마
고졸 퀴즈왕은 학벌주의 사회에서 지혜와 경륜의 승리로 통쾌함을 안겨주었다. 주부 퀴즈왕과 고령의 할머니 퀴즈왕은 상황과 나이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아름다운 인간상으로 기록되었고, 한 번도 고액 과외나 학원수업을 받지 않고 오로지 일상 속 대화와 독서만으로 퀴즈왕이 된 초등학생 퀴즈영재는 사교육에 휘청거리는 교육 시장에 신선한 선례로 남았다. 퀴즈쇼의 최근 대세인 예능화 속에서 굳건히 자기 영역을 지키고 있는 일반인 대상 퀴즈 프로그램. 퀴즈쇼의 가장 큰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유명인이 아닌 평범한 내 이웃이 도전에 승리함으로써 더할 나위 없는 대리만족을 안겨주는 것이다. 일반인이 출연하여 각본 없는 감동의 드라마를 보여주는 퀴즈쇼의 원칙은 탄생 순간부터 지금까지 지속되어 온 퀴즈 프로그램의 가장 큰 매력이다. 다만 시대가 변하면서 일반인 퀴즈왕의 탄생은 새로운 의미를 정립한다. 학교 공부에 충실했던 천재 소년에서 일확천금 로또를 거머쥔 행운아로, 획일화된 사회에 통쾌한 메시지를 던지는 특별한 사례에서 도전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과 희망을 주는 드라마로. 앞으로 세월이 흐르며 숱한 퀴즈쇼의 역사 지형도가 바뀐다 해도, 대한민국 퀴즈쇼가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이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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