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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ZOOM] 연쇄살인범의 생각을 읽는다

기사입력2009-02-1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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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정보
프로그램명   크리미널 마인드 3.5
방송   채널CGV 월~금요일 저녁 8시 50분
제작   마크 고든, 에드워드 앨런 베네로
출연   토머스 깁슨, 셰마 무어


용산 참사의 국면전환을 위해 강호순 사건을 적극 활용하도록 지시한 청와대 모 행정관이 15일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누군가의 손안에서 놀아난 기분이 개운치는 않지만 2004년 유영철 연쇄살인 사건에 비해 2배가량 많은 언론보도가 이뤄졌다니 그 수완만은 인정해야겠다. 여러 모로 씁쓸한 뒷맛이 남지만 그와는 별개로 강호순 사건이 연쇄살인과 프로파일링에 대해 비상한 관심과 실적을 남긴 것은 확실하다. 그도 그럴 것이 2년여 전 경기서남부 연쇄실종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범죄분석팀은 프로파일링 수사기법을 통해 ‘호감 가는 인상에 차량을 소유한 30대 남성’으로 범인의 특성을 압축, 이번 강호순 검거에 일조했다고 한다.



기존 범죄 정보를 바탕으로 범죄자의 심리를 추론하는 프로파일링 수사기법은 1970년대 FBI가 처음 만들어낸 것이다. 증거를 제일로 여긴다는 범죄 수사에 있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예측을 시도한다는 발상이 뜬금없어 보이지만, 실제로 상당한 실적을 거뒀다고 하니 그 참신한 역발상이 새삼스럽다. <크리미널 마인드>는 바로 연쇄살인과 FBI의 행동분석팀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범죄수사드라마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시리즈가 물증을 확보하는 과정을 현란한 특수효과로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것과는 달리 <크리미널 마인드>는 FBI 프로파일러들의 범죄에 대한 추론과 직감이 극을 이끌어 간다. 무형의 증거를 뒤쫓는 만큼, 그리고 FBI 요원들이 주인공인 만큼 그 이력이 비범한데 애런 하치너 요원(토머스 깁슨)은 전직 검사였으며, 스펜서 리드 요원(매튜 그레이 구블러)은 20대의 나이에 3개 박사학위를 받은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다. 5명의 프로파일러와 2명의 지원요원으로 구성된 팀은 증거부족에 시달리면서도 놀라운 팀워크와 직감을 바탕으로 미궁에 빠진 사건들을 해결해 나간다.







모든 시리즈물의 공통점이겠지만, 변화는 필연적이다. 인기를 끌고 시즌이 거듭될수록 반복되는 기존 패턴이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미널 마인드>는 시즌2를 맞아 요원들 간의 갈등과 개인적인 과거사를 새롭게 추가한다. 여성 심리분석에 탁월한 능력을 선보이던 앨 그리너웨이 요원(롤라 글로디니)은 시즌1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범인에게 총격을 당한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하차, 새로운 요원 에밀리 프렌티스(페짓 브루스터)가 참여하게 된다. 연쇄살인의 묘사가 수위를 높여가는 만큼 요원들의 과거와 갈등도 농도가 짙어진다. 일례로 강박범죄 전문가로 팀의 행동대장 격인 데릭 모건 요원(셰마 무어)이 근육질의 단단한 외모이면에 성추행 당했던 과거를 숨기고 있었음이 드러나기도 한다. 시즌3에 이르러서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던 팀장 애런 하치너까지 아내와 갈등을 빚는 한편, 팀의 정신적 지주였던 반장 제이슨 기디언(맨디 파틴킨)마저 충격적인 사건들 이후 자신의 직무에 회의를 느낀 나머지 수사팀을 떠나게 된다. 기디언의 빈자리는 1세대 프로파일러로 명성이 드높은 데이비드 로시 요원(조 만테냐)이 대신한다.



작가파업으로 시즌3의 에피소드13 이후 3개월간 휴식한 시리즈는 시즌 3.5로 7개 에피소드를 소화하며 연쇄폭탄테러라는 색다른 범죄를 다루기 시작한다. 도시를 위협하는 테러집단의 등장은 9.11테러 이후에도 계속해서 전쟁을 수행중인 미국의 근원적 공포다. 3월 16일부터 국내방송을 앞둔 시즌4는 폭탄 테러에 대한 수사팀의 프로파일링이 틀렸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시리즈의 심장과 같은 프로파일링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곧 월등한 우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탈레반과의 기나긴 전쟁을 마무리 짓지 못한 미국의 무의식을 엿볼 수 있는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사실 9.11테러 이후 작품에 미국인의 불안을 반영한다는 점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으로 그리 신선한 발상은 아니다. 미국이 탈레반에게 전쟁을 선언한지도 어언 십여 년 전의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범죄와 프로파일링에 기초한 본래의 형식에서 벗어나 테러와 프로파일링의 오류를 상정하며 문을 연 시리즈에 대해 기존 팬들은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크리미널 마인드>는 특이한 상황과 설정에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녹여 높은 시청률을 이끌어낸 바 있다. 결과는 간단하지만 연쇄살인으로 드라마를 직조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다만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꼬이는 요원들의 개인사와 커져만 가는 범죄의 양상이 주체할 수 없는 지경이 될까 걱정일 따름이다. | 유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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