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설연휴 공개된 주지훈 주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의 흥행은, 공개가 예정된 많은 '의드'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했다. '중증외상센터'가 글로벌 TV쇼 비영어권 부문 1위에 오르는 등 글로벌 시청자는 물론 국내 시청자들의 호평도 자아내자, 의드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한층 누그러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뒤이어 공개된 박은빈, 설경구 주연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 역시 출발이 좋다. 현재 4회까지 공개된 '하이퍼나이프'는 OTT 플랫폼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서 대한민국 디즈니+ 콘텐츠 종합 순위 1위에 올랐다. 대만, 홍콩, 일본, 싱가포르, 튀르키예 등 5개국에서 콘텐츠 종합 순위 톱5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흥행도 예고된 상황.
두 드라마의 흥행이 특히 더 고무적인 이유는, 의정갈등이 해결될 가능성이 여전히 요원한 현실에서 이뤄낸 성과라는 점.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5년 3월 전공의 임용 대상자는 1,672명으로, 의정갈등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해 동월 임용 대상자(13,531명)의 12.4% 수준에 불과하다.
의료계는 미복귀 의대생들의 제적 여부를 두고 소요가 계속 커지는 상황이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미등록 휴학 의대생들에 대한 '무더기 제적'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교육부는 제적 의대생에 대한 정부 차원의 구제책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연세대에서만 300명 이상이 제적 예고 통보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공의 미복귀, 의대생 휴학 투쟁 등 현재의 의료계 현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호의적으로 바뀌기엔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그럼에도 '중증의상센터'와 '하이퍼나이프', 두 의학 드라마의 흥행 이유는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현실과 판타지를 분리해서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이 크게 자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이들 작품이 현실과는 동떨어진, 판타지에 강하게 발을 붙이고 있다는 점도 요인이 됐다. '중증외상센터'와 '하이퍼나이프'는 각각 '의드'의 탈을 쓴 '의학 판타지물'. '중증외상센터'는 백강혁이 초인적인 능력으로 다 죽어가는 환자들을 번번이 살려내는, 만화적 쾌감이 극대화된 '영웅 판타지'라 할 수 있고, '하이퍼나이프'는 캐릭터성이 매우 극단적인 두 인물이 서로 치고받는 심리 스릴러에 정체성을 두고 있다. 주인공이 의사일 뿐, 의사의 현실 미화와는 거리가 멀다. 대중이 의료계의 현실과 드라마로서의 판타지를 분리해서 시청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인 셈이다.
다만 오는 4월 공개를 앞둔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당초 지난해 방송 예정이었던 '언슬전'은 의정갈등 여파로 편성이 무기한으로 연기됐고, 1년 만에 가까스로 tvN에 안착하게 됐다. 그러나 앞선 두 작품과 달리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가 현실적 서사를 지향해 왔다는 점에서, '언슬전'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작진은 작품에 대해 "처음 사회생활을 하는 친구들,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아기들 등 세상의 모든 시작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한 바, '언슬전'에서 그려질 전공의의 현실과 성장 서사를 예고했다.
진정성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복귀를 희망하는 사직 레지던트 총 199명 중, '언슬전' 속 배경인 산부인과는 단 1명에 불과했다. 현실에도 1명뿐인 전공의들을 4명이나 등장시켜 이들을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시선이 파다하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가 제일 잘 보여줬던 진정성 있는 이야기의 힘이, 부정 여론을 뛰어넘어 현실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언슬전'을 바라보는 대중의 기대와 우려가 뒤섞이고 있다.
iMBC연예 백승훈 | 사진출처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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