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송강호의 듬직함에 매일 감탄, 이런 배우 처음" [인터뷰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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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강동원, 이지은, 배두나, 이주영 등 배우와 함께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영화 '브로커'를 만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만났다.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질문 하나 하나에도 오랜 시간 생각을 한 뒤 답변을 하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iMBC 연예뉴스 사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 이야기로 한국인에게 영화를 선보이는 것에 대해 "제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 아니어서 한국 분이 봤을 때 외국 사람이 만든 영화라는 게 느껴지지 않게 하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베이비 박스와 주변 사람들의 취재를 최대한 많이 했다. 일본에도 영화를 찍기 전에 많은 취재를 하는데 이번에는 가능한 다양한 각도의 의견과 목소리를 들으려고 했다."라며 어떤 각오로 시작했는지를 밝혔다.

그러며 "현장에서는 대사 하나하나에 대해 가능한 배우와 많은 소통을 통해 의견 교환을 나눴다. 그 자리에서 통역도 바로바로 꼼꼼하게 하면서 위화감이 적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기대하는 마음 반, 불안한 마음도 반 있다."라며 현장에서 배우들과의 밀접한 소통을 통해 한국어로 된 영화를 만들 수 있었음을 이야기했다.

영화의 제작보고회에서 고레에다 감독은 봉준호 감독과의 통화에서 "송강호만 믿고 가면 된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직접 현장에서 만나본 송강호는 어땠냐고 물어보니 "그의 듬직함은 거의 매일 느꼈다."라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촬영 내내 송강호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고레에다 감독은 현장에서의 송강호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국말 자체를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신을 찍고 그 자리에서 오케이를 낸다 하더라도 제가 판단할 수 있는 건 대사의 의미 이외의 것들이었다. 표정이나 분위기, 뉘앙스만 보고 오케이를 하는 것이었는데 컷을 한 뒤에 송강호가 항상 와서 이 부분은 전 테이크가 더 좋았던 거 같다고 바로바로 이야기해 줬다. 그 의견이 편집할 때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촬영 끝나고 나면 그날 촬영분의 편집본을 보는데 다음날 아침 그걸 송강호가 보고 점심 휴식시간 때쯤 또 의견을 준다. "어제 편집본에서 굉장히 좋았다. 정말 좋았다. 하지만 한군데 이 부분은 신경 쓰이는데 그 부분을 유심히봐주시면 좋겠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해줘서 참고가 많이 되었다."라며 감독이 부족했던 한국어 대사 뉘앙스의 미묘한 차이를 송강호가 많이 봐줬음을 이야기했다.

그렇다고 해서 송강호가 감독의 영역을 넘본 건 아니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송강호는 굉장히 예의 바르게 "이건 어디까지나 감독님이 결정하실 거니까 참고만 하시라. 감독님을 존중하지만 참고삼아 봐달라"라고 이야기하면서 매일매일 피드백을 줬다. 심지어 촬영이 끝난 뒤 후시녹음을 하러 와서도 편집 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더라."라며 한결같은 조심스럽고 세심한 모니터를 해준 송강호에게 엄청 도움을 받았고 감사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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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감독이 송강호에게 특별한 감사함을 느낀 건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는 신에서 애초의 편집본에는 송강호가 대사를 쭉 이어가는 식으로 편집했었다. 그런데 송강호가 자신의 대사를 중간에 끊어서 가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주더라. 그의 의견대로 편집을 수정하고 보니 압도적으로 좋아지더라. 후시녹음의 상황에서도 본인의 대사를 중간에 끊는 게 좋겠다는 말을 하는 배우는 처음이었고, 정말 드문 경험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하면 좋은 작품으로 갈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배우라는 느낌이 들어 감탄했다"라며 자신의 분량에 욕심내지 않고 작품 전체를 위한 좋은 방법을 제안하는 송강호를 칭찬했다.

한국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고 캐스팅했다는 이지은에 대해서는 "'나의 아저씨' 인상이 워낙 강해서 실제로도 굉장히 쿨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현장에서 생각보다 많이 소탈하더라. 소통하기 수월했다"라며 작업 소감을 밝혔다.

송강호, 이지은을 비롯해 강동원, 배두나, 이주영 등 한국의 톱스타들을 캐스팅하여 작품을 만든 고레에다 감독은 "처음부터 올스타 캐스팅을 의도하고 준비한 건 아니었다. 각각 배우들과 이야기하다가 그 배우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쓴 결과 이렇게 되었다. 제가 바라고 상상했던 이미지의 배우들이 그대로 나와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있다. 캐스팅뿐 아니라 함께 영화에 참여한 각 파트의 스태프들도 정상급이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정말 완성도가 높다고 느껴진다. 꿈같은 일이 실현된 거에 대해 깊이 감사하다."라며 배우부터 스태프까지 한국 최고의 멤버들로 꾸려 작업을 한 것에 대해 감사함을 표했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에큐메니컬상을 비롯 한국 영화 최초 남우주연상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전 세계 영화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로 6월 8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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