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고요의 바다'로 곱씹은 제작자의 무게 [인터뷰M]

주소복사|스크랩
정우성은 근래 배우보다 제작자로 각광받는다. 주연 배우의 명성에 버금가는 제작자로서 '고요의 바다' 항해의 키를 잡은 선장이 됐다. 책임감은 제작의 원동력이었다. 배우가 아닌 제작자로서, 혹독한 평가에 따르는 채찍질까지 감내하겠다고 밝힌 그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최근 정우성은 iMBC연예와 만나 자신이 제작자로 참여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극본 박은교·연출 최항용)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고요의 바다'는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8부작 SF 스릴러다. 우주 생물학자 송지안 박사(배두나 분)와 탐사 대장 한윤재(공유 분) 등은 달 연구기지에서 미스터리한 사건들에 맞닥뜨리게 된다.

'고요의 바다'는 공개 전부터 정우성이 제작을 맡았다는 소식에 대중의 기대가 한껏 쏠렸다. 이에 적잖은 부담이 됐을 터, 정우성은 "잘해야 한다는 긍정적 책임감이 나를 이끈 것 같다. 제작자이기 때문에 주어지는 무거운 채찍이라고 생각하고 혹독한 평가까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보면 다른 제작자분들은 자신의 작품을 많이 알리고 싶어도 기회가 없으니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제작자로서 이렇게 인터뷰를 많이 하는 게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정우성은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에 이어 '고요의 바다'로 다시 한 번 제작자로 나섰다. "('나를 잊지 말아요') 당시엔 제작자로서 미숙한 점이 많았다"고 말한 그는 "제작자가 갖는 고충이나 어려운 점은 상업성과 작품성의 타협점을 찾는 것이다. 그런 고민을 끊임없이 하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정우성의 말대로 '고요의 바다'는 상업성과 작품성 모두를 적절히 확보하려는 노력이 보였던 작품이었다. 배두나, 공유 등 대중에게 사랑받는 걸출한 톱 배우들이 출연해 흥행을 정조준했다. 또한 달이라는 낯선 공간이 주는 새로움, 생명체와 접촉하면 늘어나는 '월수'라는 독창적인 소재를 이용해 환경, 계급화, 인간 윤리 등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도 담아냈다. 지난해 넷플릭스에 먼저 공개됐던 '오징어 게임', '지옥' 만큼은 아니지만, '고요의 바다' 역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5일 넷플릭스가 공개한 주간 집계 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지난 2일까지 일주일간 시청시간을 합산한 결과 '고요의 바다'는 4783만 시간으로 비영어권 TV 시리즈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일부 시청자들의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미국 영화 비평 사이트 IMDb에는 전개가 늘어지고 지루하다는 평도 잇따랐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고요의 바다'는 시각적으로 인상적이지만 8개의 에피소드는 따분하고 느릴 수 있다”고 평했다.

제작자일 때 성과에 더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는 정우성. 그는 "'고요의 바다'는 전 세계 팬들에게 동시에 공개되는 게 부담이었다. 절실하게 느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엄청난 장점이기도 하다. 좋든 싫든 우리 작품을 전 세계가 함께 볼 수 있는 기회지 않나.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정우성은 "에피소드를 완성하는 과정 속 무엇이 장점이고 놓친 점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스스로 나를 돌이켜보고 자기반성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고 말하면서도 "성과에 대한 예상은 할 수 없다. 사람들에게 얼마나 사랑을 받을지는 미지의 영역이다. 많은 분들이 ('고요의 바다')를 봐줌으로 인해 여러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건 바람직하고 즐거운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정우성은 작품의 완성도와 호불호를 떠나 "제작자로서 모든 돌발 상황들을 해결하고자 충실히 (제작에) 임했다"고 이야기했다. 공유, 배두나 등 출연 배우들은 여러 매체 인터뷰에서 정우성을 입 모아 칭찬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촬영 현장에 등장했던 정우성을 "가장 열정적인 제작자"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최근 넷플릭스 공식 SNS에선 정우성이 달 지면 세트장의 발자국을 지우는 작업에 열중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보통 촬영장에서 잘 보이지 않는 제작자에겐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 화제를 불렀다. 이에 정우성은 "난 현장에 있던 배우였기에 어떻게 현장에서 움직여야 하는지 관심이 많다"며 "(배우들의) 동선 효율성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원활한 촬영을 위해 열심히 작업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촬영 현장에서 배우가 아닌 제작자로서 느끼는 즐거움은 없었냐는 물음에 정우성은 손사래를 쳤다. 그는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제작자는 촬영 전체를 책임지는 입장"이라며 "매 순간 주어지는 끊임없는 책임감의 연속"이라고 밝혔다.

2022년에도 제작자이자 배우 정우성의 목표는 간결했다. "내 소망은 일과 연결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정우성.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헌트'와 '서울의 봄'은 올해 각각 극장 개봉과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그러면서도 "일을 뺀 정우성의 소원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밝힌 그는 "취미 생활을 많이 못한 것 같다. 많은 걸 배워보고 싶긴 하다. 악기를 배워보겠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없더라. 휘파람이라도 잘 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얘기를 했더니 이정재가 웃었다"고 이야기했다.

책임감 넘치는 배우 정우성이 제작한 '고요의 바다'는 2021년 12월 24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iMBC 백승훈 | 사진제공=넷플릭스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등을 금합니다.

댓글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

0/250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