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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조자' 박찬욱 감독 "싸구려 트릭 엔딩 좋아…기다렸다 보면 더 재밌을 것"

박찬욱 감독이 '동조자'로 돌아왔다. 그는 "몰아보기 보다는 한 회차씩 천천히 음미해서 봐달라"고 당부했다.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 돌비 시네마관에서 HBO 오리지널 리미티드 시리즈이자 쿠팡플레이가 독점 공개하는 '동조자'(감독 박찬욱,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마크 먼든) 언론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박찬욱 감독이 참석했다.

'동조자(The Sympathizer)'는 자유 베트남이 패망한 1970년대, 미국으로 망명한 베트남 혼혈 청년이 두 개의 문명, 두 개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겪는 고군분투를 다룬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탄 응우옌(Viet Thanh Nguyen)의 퓰리처상 수상작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특히 '동조자'는 박찬욱 감독이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제75회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후 선보이는 첫 번째 작품이자, BBC '리틀 드러머 걸'에 이어 두 번째로 연출한 글로벌 시리즈다.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만든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나는 베트남 사람도 아니고 미국 사람도 아니다. 이런 역사에 거리감이 있다고 봤다. 세대로 봐도 어느 정도는 알지만 잘 알지도 못한다. 그래서 객관성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었다"며 "예를 들어 독일 감독이 한국에 와서 우리의 역사를 토대로 작품을 만든다고 한다면 난 비웃을 생각이 없다. 오히려 궁금할 거다. 외국인이 본 한국은 어떨지, 어떤 관점이 들어갈 지 궁금할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여 "결국 사건과 역사를 얼마나 진지하게 공부하느냐가 중요하다. 역사 속에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한 존중을 담아 만들고 또 나 나름대로의 영화적인 표현을 구사해서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동조자'를 글로벌 프로젝트로 만들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 박 감독은 "'파친코', '기생충', '오징어게임' 덕분에 아시아 작품들이 글로벌 OTT에서 관심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런 작품 영향이 있는 반면에 시대가 그런 작품의 성공을 만들었다. 소수의 목소리가 힘을 지니게 됐다. 이 모든 게 복합적으로 작용한 게 아닐까 싶다. '동조자'에 베트남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고, 대사에 절반이 베트남어다. 이런 일이 가능해진 게 놀랍고 어찌보면 너무 늦은 일"이라고 꼬집었다.

박찬욱 감독은 총 7개의 에피소드로 제작된 '동조자'에서 총 3편의 연출을 맡았다. 4화는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5화부터 7화까지는 마크 먼든가 연출을 맡았다. 이와 관련해 박 감독은 "끝까지 다 하고 싶었지만 7편을 혼자서 다 만드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며 "최대한 좋은 감독을 모셔와 전체를 아우르는 중요한 것들은 강조했고, 각본 쓰는 날이 아닐 땐 현장에 가서 함께 모니터를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특히 지루해 질 수 있는 4화에는 나와 정반대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는 감독이 연출을 맡아 환기를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준 것 같다. 마지막 후반 작업은 당연히 내가 다 한다. 이런 작업을 처음 해봤는데 새로운 경험이었다"라고 고백했다.

끝으로 박찬욱 감독은 "요즘 시청자들은 한꺼번에 몰아서 시청하는 걸 선호하더라. 한 주에 한 편씩 보는 재미도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어렸을 때 나를 생각하면서 '동조자'를 만들었다. TV 시리즈를 만들 땐 항상 어릴 때를 생각한다.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보면 항상 절정에서 끊어버리지 않느냐. 싸구려 트릭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나는 그런 걸 좋아한다. 그걸 만끽하기 위해선 한꺼번에 보는 것보다 기다리면서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대폭소가 터지는 드라마는 아니지만 천천히 음미하면서 보시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총 7부작으로 제작된 '동조자'는 매주 월요일 오후 8시 쿠팡플레이에서 한 회차씩 공개된다.

iMBC 장다희 | 사진 iMBC 고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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