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의 문소리. <추노>의 이선영이라는 이름보다 더욱 친숙한 닉네임이지만 대선배인 문소리에게 누가 될까 걱정된다는, 그리고 그러한 꼬리표가 영광스럽고 감사하다는 그녀. 극중 캐릭터만 생각하고 얌전하고 다소곳할 거란 생각은 그녀와 대화를 나눈 지 10분 만에 지구 밖으로 던져버렸다. 내 앞에 앉아 있는 그녀는 한복에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조선시대를 살아가는 지고지순한 이선영이 아니라 캐주얼한 차림에 환한 미소를 머금은 2010년을 살아가는 발랄한 말괄량이 하시은이었다.
하시은은 2004년 <두근두근 체인지>로 데뷔해 지난 2009년 <청춘예찬>에서 차장인 춘섬 역으로 고정배역을 맡으며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두근두근 체인지> 이후로 사실 꾸준하게 활동은 했어요. 그런데 늘 작은 배역이어서 존재감이 없었던 거죠.(웃음) 지난해 <청춘예찬>에서 처음으로 고정배역을 맡게 되었고 이번 <추노>를 통해 시청자 분들이 확실하게 저를 알아봐주시는 것 같아요.”
<두근두근 체인지> 이후 너무 오랜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빙그레 웃으며 그동안의 자취를 이야기해준다. <청춘예찬>과 <추노>에 합류하기까지 너무도 힘든 일이 많았다고 했지만 좋은 일이 생기면 그간의 어려웠던 일들은 옛이야기가 되듯 지금의 관심과 인기에 그 어려움들이 이젠 그녀의 추억이 된 듯하다.

“<추노>는 제 인생에 보석 같은 작품이에요. 앞으로 제가 선영이 같은 장애인 역할을 할 기회가 있을까 생각이 들거든요. 역할도 역할이지만 <추노>는 제 이름을 알리게 해준 첫 번째 작품이기 때문에 저에겐 정말 보석과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로서의 목마름이었을까, 선영은 신인으로서는 분명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하지만 하시은은 이선영으로 다시 태어났고, 첫 등장 이후 시청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사실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게 될 줄 몰랐어요. 특히 선영이를 연기하면서 뇌성마비 장애인 분들이 기분 나빠하지 않으실까 하는 걱정도 했거든요. 그런데 너무 감사하게도 정말 나쁜 이야기들을 하나도 안 하세요. 특히 “자신도 장애인인데 포인트를 잘 잡아서 표현한 것 같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시은씨 덕분에 바뀌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등의 격려의 글을 정말 많이 보내주세요. 그런 글들을 읽다 보면 정말 힘이 나요.”
실제로 그녀의 미니홈피에는 하루 2천여 명 이상이 방문, 하시은의 연기에 대한 칭찬의 글들을 올려놓고 있었다. 바쁜 촬영 스케줄에도 시간을 내어 꼬박꼬박 새로운 글들을 확인한다는 그녀는 일촌신청에 대해서는 일일이 다 수락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전했다.

“선영인 남편을 위해선 뭐든 할 수 있는 헌신적인 여인이잖아요. 솔직히 말하면 전 그렇진 못해요. 전 늘 남녀가 평등하길 원하거든요.(웃음) 또, 무엇보다 선영이처럼 가족과 바꾸어야 할 만큼 남자가 중요하진 않아요. 만약 선영이와 같은 일이 생긴다면 전 그 사람을 포기하게 될 것 같아요.”
사실 선영이처럼 지고지순하다는 식의 대답은 식상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남녀가 평등하길 원하고 남자보다 가족이 우선이라는 이 여인은 당차도 너무 당차다. 역시 신세대는 다른 걸까? 그럼에도 극중 선영이 철웅과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황철웅이라는 인물도 사실 부인도 장애를 가졌고 가난한 홀어머니는 외롭게 생활하고 계시잖아요. 자신도 얼마나 삶이 힘들겠어요. 선영이도 철웅이도 아픈 사람들끼리 만났잖아요. 또, 선영이가 남편을 너무 사랑하는데 언젠가는 그 마음이 전달되지 않을까요. 황철웅도 그런 착한 마음이 한 구석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언젠가 그 마음이 열리지 않을까 싶어요.”


샤우팅 창법을 구사하고(실제로 녹화 중 노래를 불러줬지만 사회적 파장이 클 듯하여 공개하지 못함을 아쉽게 생각한다.) 예쁜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한 그녀에게 선영이로의 과감한 변신을 요청했을 때 “어떻게 어떻게”를 연발하면서도 순간 선영이의 모습을 영상에 담게 해준 그녀. 인터뷰 내내 진짜 배우가 되고 싶다고 되뇌던 그녀의 말에는 너무도 간절히 꼭 이루고 싶다는 의지가 담겨 있음이 강하게 느껴졌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추노>를 잘 마무리하고 올 한 해 쉬지 않고 시청자들과의 만남을 지속하고 싶다는 그녀. 지금부터 진정성 있는 배우가 되고 싶은 진짜 배우 하시은과의 만남을 영상을 통해 전한다.
iMBC연예 엄호식 기자 | 영상 및 편집 김병혁 기자 | 사진 노민규 기자 |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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