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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스타 다이어리> 배우 천호진

2010-01-25 17:34
<올드스타 다이어리> 배우 천호진
최근 수요일과 목요일엔 30년 만에 재회한 첫사랑과 위험한(?) 사랑을 나누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아내에게 꽉 잡혀 살지만 효성 지극한 남편이자 아들로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는 이가 있다. 어느새 희끗희끗한 머리를 선보이며 매력있는 초로(初老)의 신사가 된 로맨스 그레이. 이번 <올드스타 다이어리>의 주인공은 30여 년 동안 연기생활을 이어온 배우 천호진이다.


소년, 배우를 꿈꾸다
천호진은 대한민국을 대표했던 프로레슬러 천규덕의 아들이다. 천규덕은 박치기왕으로 명성을 떨쳤던 김일과 쌍벽을 이루던 프로레슬러로 당수귀신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뛰어난 공수도 실력을 자랑했으며 프로레슬러로 데뷔하기 직전 맨손으로 황소 3마리를 한꺼번에 도살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천호진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배우가 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인하대 화학과에 진학, 1학년을 마치고 공군에 입대해 35개월을 복무했다. 그리고 1983년 5월 제대 후 복학 대신 배우의 길을 선택한 그는 1983년 11월 MBC 탤런트 공채에 합격해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청 블루 스케치>(1986) <좋지 아니한가>(2007)

이후 1986년 영화 <청 블루 스케치>로 스크린에 데뷔, <이장호의 외인구단> <지금은 양지>(이상 1988), <며느리 밥풀 꽃에 대한 보고서>(1989), <오세암> <자유여자>(이상 1990), <눈물의 웨딩드레스>(1991), <2009 로스트 메모리즈>(2002), <이중간첩>(2003), <말죽거리 잔혹사> <범죄의 재구성> <늑대의 유혹> <인형사>(이상 2004), <주먹이 운다> <혈의 누>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상 2005), <흡혈형사 나도열> <데이지> <비열한 거리> <삼거리 극장>(이상 2006), <좋지 아니한가> <용의주도 미스 신>(이상 2007> (2008), <29년> <죽이고 싶은> <배꼽> <불꽃처럼 나비처럼>(이상 2009) 등에 출연했다.


<궁S>(2007), <잘했군 잘했어>(2009)

주요 출연 드라마로는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1990), <여자의 시간>(1991), <사랑을 그대 품안에>(1994), <옥이이모>(1995), <동물원 사람들>(2002), <깡순이>(2004), <세잎클로버>(2005), <눈의 여왕>(2006), <궁S>(2007), <잘했군 잘했어> <그대 웃어요>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이상 2009) 등으로 영화에 비해 작품 수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강렬한 카리스마를 넘어 로맨스 그레이로


<불꽃처럼 나비처럼>(2009)

천호진은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에서 순박한 시골청년의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대부분의 출연작을 살펴보면 늘 강하고 남자다운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지난해 개봉했던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서는 매서운 눈매와 저음의 목소리로 카리스마 넘치는 흥선 대원군을 표현했으며 <범죄의 재구성>이나 <비열한 거리> 등에선 젊은 배우들 못지않은 존재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오랜만에 주연을 맡은 <좋지 아니한가>에서는 쓸쓸한 눈빛과 힘없이 축 처진 어깨를 보이며 오늘날 힘없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담기도 했다. 하지만 늘 그가 심각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만을 펼친 것은 아니다. 그는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 이혼남 조재경 역을 맡았다. 그리고 그의 집에 남자 가정부로 민태현(김태현 분)이 일하게 되는데 두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마지막에 조재경이 민태현의 가슴을 때리면서 이루어질 수 없지만 끌리는 감정을 느끼는 동성애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그대 웃어요>
그런 그가 최근 드라마를 통해 로맨스 그레이로 변신을 했다. 지난해 MBC <잘했군 잘했어>를 통해 정애리와 애정행각을 벌인 그는 SBS <그대 웃어요>와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 수요일과 목요일 그리고 주말을 넘나들며 각기 다른 로맨스를 선보이고 있다. 그의 파트너는 연기파 배우인 조민수와 허윤정 그리고 송옥숙. 먼저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의 춘희(조민수 분)와는 30년 전 함께 떠나기로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30년의 세월을 흘려 보낸 뒤에 만나게 된다. 그리고 끝까지 감정을 꽁꽁 싸매고 각자의 가정에 충실히 살려고 하지만 시한부 판정을 받은 준수(천호진 분)가 하루를 살다 죽어도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싶다는 욕심을 부리며 비로소 사랑의 감정을 드러내나 결국 갑작스런 죽음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그런가 하면 <그대 웃어요>에서는 극 초반 MBC 공채 동기인 허윤정과 함께 살면서 첫사랑이었던 허윤정과의 달콤한 로맨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억척스럽지만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송옥숙에게 꼼짝 못하는 남편으로 알콩달콩한 부부애를 선보이며 대표적인 서민 부부의 모습을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은 배우
천호진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소속사와 매니저 없이 활동하는 것은 배우로서의 고집을 포기하기 싫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요즘 무엇이든 사람 중심이 아니라 물질 중심이 되어가는 것이 싫다”고 전했다. 이것은 그가 <그대 웃어요>의 제작발표회에서 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이가 드니 사람냄새 나는 따뜻한 내용의 작품이 마음에 와 닿는다”라고 밝혔던 이야기와 같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는 지난해 9월 인터넷 생활목공예 가구회사 ‘만들고’를 오픈하기도 했으며 <천호진의 생활목공 DIY>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촬영이 없는 날이면 거의 매일 나가 직원들과 출퇴근을 같이한다는 그는 나무로 가구를 만드는 오랜 취미를 제2의 직업으로 살린 케이스. 한 잡지 인터뷰에서 “일이 몰릴 때는 정신 없다가도 금세 허무해질 때가 많아요. 그럴 때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한데 저에게는 그게 나무였어요”라고 밝힌 바 있으며 생활 목공을 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그만큼 시간이 걸리고 정성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뿌리 박고 서있는 나무를 베는 것으로 시작해 작품이 나오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고 또 기다림 없이는 누구도 처음부터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형태의 작품을 만들지 못하는 목공. 그러기에 나무 만지는 작업과 연기는 달라 보이지만 굉장히 비슷하단다. 더불어 “영화는 그 작품을 선택한 특정 관객들이 보는 것이지만 드라마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에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이나 연기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 기본적으로 시청자들의 감성을 위로하고 다독일 수 있어야 하는데 요즘은 그런 드라마가 너무 드물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그대 웃어요>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어 배우가 되었다는 천호진. “30년 가까이 수도 없이 많은 인물을 연기하며 사람 공부를 한 셈”이라는 그의 말이 가슴 한편에 콕 박힌다. 사람 이야기를 하고 사람냄새를 풍기는 배우. 평생이 지나도록 수많은 인물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배워갈 배우 천호진의 새로운 작품이 늘 기대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iMBC 엄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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