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푸터(고객센터 등) 바로가기

"안 가본 길을 향해" 이정은, '경주기행'으로 대체 불가의 얼굴을 완성하다 [영화人]

기사입력2026-09-02 14:10
  • 트위터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링크 복사하기
배우 이정은이 영화 '경주기행'으로 관객들과 마주했다. '갈매기'로 평단의 호평을 모았던 김미조 감독의 신작 '경주기행'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 경주를 위해, 8년의 기다림 끝에 '죽이는' 여행을 떠난 네 모녀의 이야기를 그린 가족 복수극이다.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 보는 이의 가슴을 한동안 멍먹하게 만들 정도로 이야기가 가진 파장이 실로 거대하다. 그리고 그 정점에 관객을 숨 죽이게 만드는 이정은의 압도적인 연기가 있다. 아직 이 영화를 접하지 못한 예비 관객이라면, 이정은이 스크린에 새겨 넣은 뜨거운 집념 하나만으로도 극장을 찾을 이유는 충분하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정은은 "긴 시간을 기다린 작품이 원하는 결과물로 관객과 만나게 됐다. 기다린 보람이 있다"라며 "가장 먼저 캐스팅된 작품이라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큰 행운으로 보답받은 기분이다. 다만 과연 옥실로서 끝까지 잘 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과 무거운 숙제가 있었던 작품"이라고 개봉 소감을 전했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김 감독의 일순위 지목을 받아 가장 먼저 캐스팅된 이정은은 극의 구심점이자 복수의 시발점인 엄마 '옥실'을 맡아 영화팬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얼굴을 보여줬다. '기생충'으로 전세계 관객들에게 자신의 연기력을 뽐낸 이정은이지만 그에게도 '경주기행'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다작 배우로서 넓은 캐릭터 스펙트럼을 자랑그 일지라도 가족을 잃은 슬픔과 분노를 품은 채 끝까지 나아가는 인물의 파고가 컸고, 생존을 위한 생소한 액션 시퀀스까지 소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안 가본 길이니까 선택했어요. 그리고 주인공을 시켜주니까요.(웃음) 사실 안정적인 선택을 선호하는 편이라 파고가 큰 이 작품을 앞두고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죠. 김혜자 선생님 같은 선배님들을 볼 때마다 '어떻게 타협 없이 끝까지 연기를 하시지?'라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저 자신에게 아직 채워지지 않은 뭉툭한 부분을 찾아보고 싶었고, '경주기행'이 그 시도의 시작이었어요."


이정은은 오직 막내딸의 복수만을 바라보며 피폐해져 가는 옥실의 내면을 다부지게 그려냈다. 특히 극 후반부 백상현을 단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퀀스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집념의 얼굴을 스크린에 띄워보였다.

"산에 올랐을 때 잡힌 제 얼굴을 보고 기분이 묘했어요. 저조차도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었거든요. 촬영하는 내내 옥실에게 도달하지 못할까 봐 괴로웠지만, 두려움 속에서도 뚜벅뚜벅 걸어간 것 같아요. 옥실에게 이번 복수는 구원이라기보다 삶의 목표였어요. 형량이 얼마가 나오든 이걸 완수해야 남아있는 딸들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고 믿으며 모든 걸 끌어안은 안도감을 표현하고 싶었죠."

작은 독립영화의 규모로 출발했던 '경주기행'은 공효진, 박소담, 이연이 세 딸 역할로 합류하면서 탄탄한 앙상블을 완성했다. 이정은은 '동백꽃 필 무렵'에서 합을 맞춘 공효진, '기생충'의 박소담과 재회하며 남다른 시너지를 발휘했다.

"상상도 못 했던 조합이었어요. 다 딸들 덕분에 영화가 이만큼 커지고 개봉할 수 있었죠. 공효진 배우는 첫째 장주의 캐릭터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정확히 아는 정말 똑똑한 배우예요. 박소담, 이연 배우는 신인의 시기를 넘어서 날개를 자유롭게 펼치는 패기와 열정이 돋보였고요."


여기에 극에 강렬한 밀도를 더한 인물은 백상현 역의 변요한이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영화 '자산어보', 숏드라마 '아버지의 집밥'에 이어 이번 '경주기행'으로 네 번째 이정은과 연기 호흡을 맞춘 변요한은 가장 마지막에 합류해 노 개런티로 열연을 펼쳤다.

"요한 씨는 경계가 없는 배우예요. 제가 '좋은 역할도 해, 잘생겼잖아'라고 하면 '누님, 저는 다른 거 하고 싶어요' 하면서 역할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고 싶어 하죠. 가짜 이까지 붙여가며 캐릭터의 외형을 만들고 노 개런티로 참여하는 열정을 보면서 배우로서 참 부러웠어요. 극 후반부에 옥실이 감정을 마음껏 쏟아낼 수 있도록 다 받아준 친구라 정말 고마웠죠. 그리고 몸을 어찌나 잘 쓰는지 타조 같았어요. 이제 한국 영화계는 변요한이 나오는 것과 안 나오는 것으로 나뉘게 생겼다니까요.(웃음)"

'오 나의 귀신님'부터 '타인은 지옥이다', '동백꽃 필 무렵' 등 수많은 작품을 거쳐오며 대중에게 깊은 몰입감을 선사해 온 이정은. 그는 단순히 '엄마'라는 상징적 역할에 갇히기보다, 작품을 통해 시대와 인물의 깊이를 고민한다고 짚었다.

"자녀에게 집착하거나 전근대적인 엄마를 연기할 때도 그 행동의 근원이 어디서 나오는지 공부하게 돼요. 우리 세대의 숙제를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야 할지 늘 고민하죠. 정서적으로 인물과 완전히 일체화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한 경험 그 자체가 모두 성장이라고 믿습니다."

배우로서 가보지 않은 길을 기꺼이 택하며 자신의 한계를 메워나가는 이정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촘촘한 기획과 묵직한 서사, 그리고 이정은이라는 믿고 보는 배우가 보여주는 명연기는 관객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울림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그의 진심과 뜨거운 도전이 담긴 영화 '경주기행'은 현재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