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대 버스 안내양으로 만난 두 청춘은 때로는 동경하고, 사랑 때문에 생채기가나도 끝끝내 서로를 사랑하는 관계다. 영례는 재필(허남준)과의 인연을 스스로 거두면서까지 종희의 행복을 바란다. “내 행복추구권은 거두겠다. 너의 행복을 바라는 사람이 나니까”라는 내레이션은 단순한 우정이 아닌, 여성 간의 희생과 연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최근 드라마 속 여성 관계가 점차 다변화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에서 보여준 관계성이 ‘선망과 원망 사이 꽃핀 우정’이었다면, ‘백번의 추억’의 영례와 종희는 ‘내 행복을 양보하면서도 너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어지는 서사다. 질투로 시작해도 결국 서로의 안녕을 선택하는 관계, 바로 이 지점이 시청자들에게 ‘착한 드라마’, ‘몽글몽글한 드라마’라는 반응을 이끌어낸 원동력이다.
양희승 작가 역시 서면인터뷰를 통해 영례와 종희를 단순한 우정을 넘어서는 감정선을 설계한 이유에 대해 “결코 가볍지 않은, 여성들의 우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첫사랑’이라는 키워드를 활용했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한없이 설레고, 간절하고, 강렬한 기억이니까. 운명의 장난처럼 그 사랑마저 겹치지만, 우여곡절 끝에 우정과 사랑을 다 지키는 두 사람을 통해 관계의 깊이와 성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결국 ‘백번의 추억’은 ‘첫사랑’이라는 낭만적 키워드를 통해 여성들의 연대와 성장을 녹여낸다. 경쟁과 질투를 넘어, 끝내 서로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귀결되는 이 이야기는 지금 이 계절, 시청자들에게 가장 따뜻하고 몽글한 위로를 건넨다.
iMBC연예 유정민 | 사진출처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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