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선규는 80년대 당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은 신성영화사 대표 '구중호'를 연기했다. '구중호'는 신성영화사의 간판 스타 '희란'(이하늬)에게 마지막 계약 작품으로 '애마부인'을 제안하지만 대차게 거절당한 뒤 '희란'을 조연으로 강등시킨다. 그리고 당돌한 '주애'(방효린)를 새로운 스타로 키워내고자 하는 인물이다.
불편한 캐릭터를 소화하면서도 그에게 연기는 오히려 치유의 공간이었다. 그는 "저는 예전부터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마음을 다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연기를 할 때 그 마음을 확장하는 게 저에겐 즐거움이고, 동시에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는 운동으로 풀고, 누군가는 다른 방식이 있겠지만 저에게는 연기가 그렇다. 평소의 모습과 다른 사람으로 존재하는 순간이 저를 즐겁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도 놀랄 만큼 내면의 또 다른 면을 확인했다. 그는 "저한테도 그런 모습이 없을 수는 없다. 어딘가 숨어 있었던 마음을 꺼낸 것이다. 구중호는 그중에서도 자기 욕심을 드러내고 더 뻔뻔하게 보여주는 인물이었다. 저는 연기를 하면서 늘 그 확장을 즐긴다. 그게 배우 진선규가 연기를 계속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신인 배우들과의 작업은 건강한 자극이었다. "이번에 같이한 어린 친구들이 지금 누군가에게 감동이 되고 자극이 되는 연기를 하는 걸 보면서 너무 배우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소희 배우, 효린 배우 모두 자극이 됐다. 열려 있는 마음으로 주변과 상황을 본다면 제가 더 좋은 배우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옛날 방식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젊은 배우들이 가진 생각과 사고를 같이 나누며 연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속한 세대를 "과도기 안에 있는 세대"라고 표현하며 "지금의 것과 예전의 것을 함께 보면서 앞으로 있을 것을 같이 만들어가고 싶다"고도 말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스스로를 '좋은 꼰대'라고 정의했다. "저의 베프(아내 박보경)가 늘 '넌 참 하얀 꼰대, 좋은 꼰대다'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 꼰대 소리를 듣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좋은 꼰대는 창작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했던 것만 고집하며 '이게 맞아'라고 주장하는 건 꼰대다. 저는 지금의 것과 예전의 것, 앞으로 올 것들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웃으며 "결국 나이 들어서 그런 얘기를 들을 바엔 좋은 꼰대라는 말이 더 낫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후배들과의 관계에 대한 바람도 분명했다. "저도 좋은 배우가 되고 싶고, 동시에 좋은 선배이고 싶다. 꼰대라면 꼰대일 수 있지만, 창작과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좋은 선배가 사라지는 느낌이 아니라, 계속 만나도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 후배들이 희망을 가지고 계속 갈 수 있게, 연기의 재미를 잃지 않게 돕고 싶다"고 했다.
1980년대 한국을 강타한 에로영화의 탄생 과정 속,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에 용감하게 맞짱 뜨는 톱스타 '희란'과 신인 배우 '주애'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는 지금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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