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경택 감독은 "소방관에 대한 부채의식 때문에 시작한 영화다. 다들 너무 119를 편하게 부르는 거 같아서 너무 안타까웠다. 술 드시고 소방관을 부르는 경우가 많던데 안 그랬으면 좋겠고 작은 일에도 '소방관은 당연히 와서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던데 그런 의식이 안타까웠다. 이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꼭 알리고 싶었다."며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리고 "세금에서 얼마를 더 떼준다 해도 돈이 안 아까울 직업은 소방관밖에 없는 거 같다. 소방관의 순직 소식을 들으면 너무 안타깝다. 소방관에게 들어가는 예산은 국민의 생명, 재산과 직결된다. 그러니 자신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예산도 많이 배정해 주면 좋겠다"라며 개인적인 소신을 덧붙였다.
곽경택 감독은 "홍재동 화재는 너무 유명한 사건이다. 소방관의 체질개선을 안겨준 실화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기에는 너무 단순한 구조였다. 유족을 찾아가 이야기를 채집하기엔 그분들의 가슴을 후벼 파는 것 같아서 사건의 큰 구조만 가져오고 나머지는 드라마타이즈를 하려 했다. 주인공뿐 아니라 주변 인물에고 개성을 살리려 했고, 소방관들이 업무 스트레스로부터 스스로를 어떻게 지키고 위안받는지 등의 표현에 신경 써서 만들었다."며 실제 사건, 실제 직업 등 현실성이 강한 이야기를 소재로 삼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작품을 위해 많은 소방관들을 만나고 공부를 했다는 곽 감독은 "의외로 소방관들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더라. 생각하지 않고 상황이 벌어지면 바로 투입되더라. 소방관도 체계가 나눠지는데 현장에서 구조하는 분들은 전투 참가요원 같은 역할이다. 나머지는 지원부서다. 제일 위험한 현장의 선봉장에 서는 것도 용기라고 생각하지 않는 단순한 행동이 처음에는 많이 낯설었다."며 소방관들의 심플하고 직관적인 마인드에 우선 놀랬다는 말을 했다.
실제 홍재동 화재에서 살아남은 분을 만나 술자리를 자주 하며 정보를 얻으려고 했었다는 곽 감독은 "워낙 소방관들이 힘든 일을 끝내고 약주를 자주 하셔서인지 저도 술을 하는 편이지만 매번 만날 때마다 나만 취했다. 술 취한 김에 해준다는 말도 일절 없었다. 어찌나 과묵하신지, 얻은 건 없었지만 대신 그분들의 정서는 건졌다. 위험한 순간에 어떤 생각이 나셨는지 궁금했으나 동료를 먼저 떠나보낸 이 분이 얼마나 괴롭겠나 싶어서 차마 더 묻지 못하겠더라"며 적극적인 취재를 하려 했던 과정을 이야기했다.
"그러고 나서 어떻게 현장에 투입이 되는지, 장비는 어떻게 쓰고, 현장에 도착하면 어떤 일들을 하는지를 많이 배웠다. 유압기가 뭔지, 어디에 쓰는 건지에 대한 질문은 그나마 편하게 하고 배울 수 있었다."며 일반적인 소방관의 현장에 대한 정보는 많이 얻었음을 알렸다.


소방관의 현실을 굉장히 많이 반영해 만들어진 영화였다. 실제 화재 현장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 불이 아닌 연기라고. 지금껏 영화에서는 연기가 강조된 적이 없었는데 실제 화재 현장의 연기는 바로 코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깜깜한데 실제처럼 촬영하면 화면에 담길 내용이 없기 때문에 영화적으로 연기가 아닌 불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곽 감독은 "테스트 촬영을 하고 나서 미듐샷은 거의 포기했다. 연기가 얼마나 무서운지에 대한 사실감을 주고 싶었는데 연기자들의 표정과 눈빛이 중요하니까 연기를 걷어낼 수밖에 없더라."며 리얼리티를 살리지 못해 아쉬웠던 부분을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곽 감독은 CG가 아닌 실제 불을 피워가며 촬영을 했다. "찍을 때마다 비상이었다. 비번인 소방관을 모니터 뒤에 모시고 항상 촬영했다. 제가 실수할 수 있으니 세세한 장면까지 다 조언과 도움을 받아가며 촬영했다. 문을 만져 온도를 감지해 들어가는 장면, 구조대 투입과 방수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는 상황과 연기를 빼고 들어가야 하는 상황 등에 대한 조언을 토대로 장면들을 만들었다."며 안전에 최대한 신경을 써 촬영했다고 알렸다.
그러며 "현장에서의 불은 알콜성 액체를 사용한 것이라 막 번지지는 않았다. 프레임 밖에는 소화기가 준비되어 있었다. 다른 영화 하시는 분들이 '요즘 CG로 다 되는데 굳이 현장에서 배우와 스태프를 고생시킨다'는 말도 하시더라. 하지만 나는 앞이 안 보여 당황하는 느낌이나 불의 온도가 느껴져 걸음걸이다 달라지는 건 연기로 안된다고 생각했다. 안전이 허락하는 내에서 실제 불을 사용했다."며 뚝심 있는 연출의 이유를 밝혔다.
배우들이 보호구를 착용해서 어떤 대사는 잘 안 들리는 부분도 있었지만 감독은 "이걸 잘 들리게 하자니 현실감이 없고 자막을 깔자니 시선이 분산될 것 같고, 현실감을 주자니 연기를 안 깔 수 없었다. 녹음실에서 다소 불편함이 있었으나 자막 없이 그냥 가기로 결정했다."며 대사를 자막으로 처리하지 않은 이유도 덧붙였다.

영화 제작 전반의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지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감독은 "빌라촌 섭외였다. 전국의 재개발 지역은 다 뒤졌다. 부산, 전라도, 경상도, 경기권을 다 뒤졌으나 재개발 지역이 첨예한 이권이 상충되는 곳이라 제작비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그곳이 어디라고 오픈되는 것도 싫어하시더라. 어떤 곳은 주민투표도 했었는데 한 표 차이로 촬영을 포기하기도 했다. 결국 광명에서 촬영을 했는데 여기도 안되면 다른 방법이 없어서 90도로 인사하며 부탁을 드렸었다."며 대형 화재가 발생했던 엔딩의 장소 섭외가 가장 힘들었다는 말을 했다.
힘겹게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영화다. '소방관'이 다른 작품에 비해 각별한 의미일 것 같다는 말에 감독은 "저를 겸손하게 만든 작품이다."는 말을 했다.
그는 "감독으로서 열심히 하는 것과 달리 작품은 작품대로의 운이 있다. 이번에는 저에게 4년의 시간을 기다리게 했고 지금도 마음을 힘들게 하는 작품이다. '친구' 이후에 내가 좋은 작품만 찍으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살아왔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주관적인 해석을 하며 살아왔던 모든 일들을 반성하게 하더라."라며 화환을 안기는 작품이라는 말을 했다.
영화 '소방관'은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투입된 소방관들의 상황을 그린 이야기. 12월 4일 개봉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주)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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