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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 설경구 "위험한 사람의 몰락, 정치 이야기 보다 사람 이야기로 봐주시길" [인터뷰M]

기사입력2024-07-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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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에서 국가의 운명을 바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박동호'를 연기한 설경구를 만났다. 설경구가 연기한 '박동호'는 부패한 정치권력을 청산하기 위해 스스로 악이 되어버린 국무총리로 신념을 행동에 옮기는 저돌적인 모습부터 상대를 압도하는 전략가의 모습까지, 다양한 매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데뷔 이후 단 한 번의 아침드라마 출연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화 작업만 했던 설경구는 권력 3부작으로 탄탄한 팬덤을 가진 박경수 작가에 대해 잘 알지 못했음을 고백했다.

그는 "저는 책을 잘 못 읽는 사람인데 처음에 저에게 5권의 책을 주더라. 그런데 일상의 말이 아닌 글인데도 힘이 느껴지며 한 번에 5권을 다 읽었다. 글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출연하고 싶었는데 주변에서 박경수 작가가 쪽대본을 주기로 유명하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도 호감이 있더라."라며 대본의 첫인상을 밝혔다.

설경구는 "박경수 작가를 처음 만나서 이야기하는데 자기는 1분 1초라도 지루한 게 싫다고 하더라. 내가 지루하면 시청자는 얼마나 지루하겠냐며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작가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며 대본에 이어 작가의 마인드까지 마음에 들어 작품에 참여했음을 알렸다.


보통 영화는 감독의 작품이라 하고 드라마는 작가의 작품이라 한다. 드라마에서 작가의 의견이나 주장은 큰 힘을 가지기 때문이다. 워낙 강렬한 이야기를 썼던 박경수 작가이다 보니 이번 작품을 위해 캐릭터의 어떤 지점을 요구하더냐 물어보니 설경구는 "따로 없었다. 뭐에 중점 둬서 연기해 달라는 말은 없었다."며 사전에 작가에게 들은 이야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에서는 작가의 존재감이 별로 없다. 감독이 현장에서 대본을 바꿀 수 있는데 드라마는 작가의 존재감이 크더라. 영화를 많이 했어서 작가와 소통할 생각도 안 했었다. 오히려 촬영이 다 끝나고 후시녹음을 하면서 작가님과 디테일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촬영하며 궁금해했던 '무슨 의도로 이 글을 쓰셨냐'는 질문을 촬영을 다 끝내고서야 물어봤음을 알렸다.

iMBC 연예뉴스 사진

끊임없이 반전이 이어지고 거짓을 덮기 위해 더 큰 거짓이 만들어지는 '돌풍'의 대본을 보면서 어떤 대목에서 가장 놀랍더냐는 질문에 설경구는 "박동호의 죽음이 가장 놀라웠다. 계속 복선이 깔렸기에 죽으려나 보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마지막까지 정수진을 똑바로 쳐다보며 너의 몰락을 저승에서도 지켜볼 거라는 느낌의 죽음을 맞이할지는 정말 몰랐다. 사실 이 인물이 죽겠다는 느낌은 처음 작가와 만났을 때부터 들었다. 하지만 서로 입 밖으로 죽음에 대해 꺼내지는 않았다."며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의 결말이 충격적이었다는 말을 했다.

시청자들도 해당 장면이 충격적이긴 마찬가지였다. 설경구는 "죽는 장면을 촬영할 때 줄 두 개를 매달고 촬영했다. 한 이츨 정도 촬영 한 것 같은데 연기에 초집중하느라 촬영이 길어서 힘든지는 몰랐다. 창피한 이야기인데, 제가 박동호가 아니어서 그런지 뒤로 떨어지는 촬영을 할 때 첫 테이크에서 나도 모르게 와이어 줄을 잡게 되더라. 그러고 나서 '이건 아니지' 싶어 소심하게 줄을 놨다. 안전장치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공포스럽더라."며 온갖 고된 액션 촬영도 다 해낸 베테랑이었지만 유독 벼랑에서 뒤로 떨어지는 씬은 겁이 났다는 고백을 했다.


설경구는 "이 인물이 정말 독하더라. 자기의 말을 지키기 위해 저렇게까지 한다고 싶었다. 박동호를 현실의 인물이라 생각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판타지라 생각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과 어울리려면 현실적이어야 하니까 속으로만 '현실에는 이런 사람 없다'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며 캐릭터를 설명했다.

사실 이 엔딩에 대해 네티즌들은 특정 실제 인물이 떠오른다며 이렇게 표현해도 되냐는 갑론을박이 있기도 했다. 설경구는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장면이었다면 나는 촬영 전에 바꿔달라고 했을 것이다. 산으로 올라가는 발걸음을 떼지도 못했을 것. 나는 그 누구도 상상해 본 적 없이 편하게 극 중 인물로만 받아들였다. 작품 속에 보이는 에피소드들이나 인물을 두고 작가와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이 작품은 정치라는 외피를 둘렀을 뿐이지 정치인을 타깃으로 쓴 글은 아니다. 괜한 진영싸움을 원하지 않는다. 정치 이야기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다. 크건 작건 조직 안의 사람들의 이야기. 이 작품을 보고 난 뒤에 정치가 남지 않고 사람이 남을 것"이라며 정치적인 부분이 강조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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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을 위해 어떤 짓이든 하고야 마는 박동호를 연기한 소감이 어떠냐고 물으니 그는 "위험한 사람의 몰락이라 생각한다. 박동호는 하나에 꽂히면 거기에 질주하는 사람이다. 지킬 사람 없이 돌진만 하는 사람이었다. 속 시원한 부분도 일부 있었지만 그 과정이 좋지는 않았다. 최고 권력을 취해 자신의 뜻을 펼치는데 결과적으로 더 큰 악을 가져오는 게 아닌가 생각되더라. 저는 박동호도 정수진도 원하지 않는다."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흔들리지 않은 인물을 연기한 설경구는 어떤 사람일까? 그는 "저는 개인적으로 많이 흔들리는 편이다. 신념 같은 거 없다. 신념이 뭔지도 잘 모르고 주어진 것만 열심히 할 뿐. 대의가 없다. 배우의 일도 철학을 갖고 하는 거 같지 않다.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 피해 주지 않게 내가 할 것만 잘하자는 주의."라며 자신에 대해 설명했다.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사이의 대결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은 지금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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