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본명 이은영)이 다시 마이크를 잡고, 이별을 노래한다. 1일 그는 새 디지털 싱글 '한편의 영화 같은 널 사랑했어'를 발매했다. 2년 3개월 만에 부르는 온전한 자신의 노래로 유의 짙은 감성은 물론, 한층 성숙해진 보이스와 깊어진 무드를 느낄 수 있는 이별 발라드다. 한편의 영화처럼 흘러가는 사랑과 이별의 장면, 복잡한 감정들을 오롯이 담겼으며 현실적이면서도 서정적인 노랫말과 감각적인 선율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감성을 고조시킨다.
iMBC연예의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한 벤. 최근 그의 인생 굴곡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20년 A씨와 혼인신고를 하고, 2023년 2월 딸을 출산했던 그는 결혼 3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이혼은 A씨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었으며 양육권은 벤에게로 왔다. 미혼에서 아내로, 엄마로, 다시 돌아온 싱글로. 이제는 당당한 워킹맘이자 가수로 세상 밖에 나온 것.
벤은 민감할 수 있는 개인사에 대한 질문에도 "이제는 노래가 더 슬퍼지겠네요"라며 밝게 웃어 분위기를 풀었다. 그는 주특기를 활용한 정면돌파를 택했다. '열애중', '180도', '헤어져줘서 고마워', '지금 뭐해' 등 대표적인 이별 발라드 히트곡을 지닌 벤이 이번 복귀에도 슬픈 서사의 '한편의 영화 같은 널 사랑했어'를 택한 셈이다.
이는 자칫 연민의 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듣는 이들이 부르는 이를 불쌍히 여기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벤은 "어쩔 수 없이 이혼 소식에 대한 댓글, 대중의 의견을 마주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안 좋은 쓴소리도 있었지만 '벤 노래가 더 슬퍼지겠다'는 글이 눈에 띄었어요. 제 말이 어찌 해석될지 염려스럽기도 하지만, 후련한 것도 사실이고 오히려 내 노래가 대중의 감성을 더욱 자극할 수 있는 상황이라니 안심도 되었어요"라고 털어놨다.
이별이 호재인 모순 투성이의 직업 가수, 벤은 참가수였다. 참으로 우문에 현답이고, 그야말로 긍정적 사고다. 그는 "타인의 생각과 가치관을 조절할 수 없는 노릇이지 않나요? 절 맹목적으로 미워하는 이들도 있고, 이유 없이 좋아해 주시는 이들도 있잖아요. 그저 이별곡을 더 구슬프게 부르고 싶은 가수로 이번 다양한 경험들을 잘 녹여내고 싶을 뿐"이라며 "노래하며 겪은 슬픈 일들을 대입하고 곱씹는 편이거든요. 듣는 이들도 각자의 경험을 떠올리며 흥얼거리면 그만한 보람이 없어요. 제 사연이 안쓰러워 더욱 제 노래에 젖어 들어 주신다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쓰라린 경험이고, 아픈 시간들이었다. 그런 벤을 일으킨 건 가족과 음악이라고. 그는 "돌아보니 가족뿐이더라고요. 난생처음 엄마가 되어 육아에 전념하다 보니 어머니와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정말 힘든 일이 몰아닥치니 가족이 남더라고요. 품에 안긴 딸을 보니 지키고 싶었고, 그 마음이 날 버티게 만들었어요. 무너질 새가 없이 이 아이를 지켜내고 싶었거든요"라고 전했다.
이어 "사실 제가 다시 일어서게 된 계기를 물으신다면, 딸 덕분이죠. 제가 만들어낸 아이고 저희 아이고, 저를 살게 해준 아이죠. 우리 아기가 저를 살렸다고 늘 말하거든요. 우울증도 심했고, 번아웃도 왔었고, 살도 찌고, 상태가 말이 아니었어요. 때마침 저를 찾아와 준 선물 같은 존재거든요. 이제는 제가 지켜줄거예요"라며 "자는 아기를 보고서 '정신 차려'라고 스스로에게 소리쳤어요. 빨리 노래하고 싶더라고요. 이 아이를 위해서, 우리 가족을 위해서요"라며 눈을 빛냈다.
벤은 후련하단다. 그리고 앞으로 본인과 자녀는 더욱 행복한 삶을 살아갈 거라고 자신했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그는 "돌아보니 그런 선택을 한 거는 더욱 행복한 가정이 되려고 결심한 거더라고요. 원래 제 인생 키워드는 행복이에요. 이 모든 결정은 더 행복해지기 위한 과정일 뿐이더라고요. 제가 한 일 중에 가장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딸 정말 잘 크고 있어요. 저도 하루 하루 즐겁고 행복하고요. 후련하고 홀가분한 걸 어쩌겠나요"라 말했다.
모성애라는 돈 주고 살 수 없는 위대한 감정의 카테고리가 벤의 삶에 하나 더 추가됐다. 그는 "맞아요. 사랑의 종류와 형태는 다양해요. 남녀의 만남과 이별만 사랑이 아니잖아요. 가족의 사랑, 반려견과의 사랑, 친구와의 사랑도 있지 않나요. 전 모성애라는 크나큰 감정을 배웠고, 이제는 더 나아갈 수 있는 가수가 된 셈"이라며 "엄마가 처음이라 아직은 어색하지만, 행복한 요즘"이라며 웃어 보였다.
벤을 지켜준 건 또 하나 있다. 바로 음악이다. 그러니 보답하고 싶단다. 자신이 받은 위로 그대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서 허덕이고 있을 이들에게 공감이라는 선물을 주고 싶다는 의중이다. 그는 "노래를 엄청나게 많이 들으며 위로를 얻었어요. 울기도 많이 울고, 공감하며 따라 부르기도 했어요"며 "그래서 이번 곡은 고음을 조금 내려놓고, 가사말에 집중해 덤덤하게 불러봤어요. 울고 싶을 때, 공감 얻고 싶을 때, 멍 때리고 싶을 때 마구마구 틀어주시길 바라요"라고 염원했다.
"그럴 때 있지 않나요? 속이 너무 시끄러워 친구에게도 가족에게도 어떠한 부연 설명을 하고 싶지 않을 때요. 그럴 때 타인과의 사사로운 대화는 잠시 미뤄두고 제 노래 들으며 의지하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iMBC연예 이호영 | 사진출처 BRD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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