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구상할 때부터 아내인 배우 탕웨이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는 김태용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도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이런 기술이 있다면 만나볼 거냐는 질문에 너무 슬퍼서 못 만날 것 같기도 하다는 등 긍정과 부정의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제가 직접적으로 작품에 출연해 달라고는 이야기 안 했다"며 탕웨이의 캐스팅은 영화제작사의 의지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아내가 유명한 인기 배우인데 왜 직접 캐스팅 제안을 하지 않았을까? 김태용 감독은 "저는 이 작품을 한국영화로 한국배우와 작업하는 게 좋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발전시켜 가면서 영화사 쪽에서 외국 배우가 외국인의 정체성으로 들어오는데 관계에 집중하는 이야기이고, 인터내셔널 하게 바뀌는 상황의 근미래이니까 한국인만 등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외국인이 아닌 엄마와 딸의 연기를 할 것을 제안해 출연하게 된 것"이라며 탕웨이의 출연을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영화에는 탕웨이뿐 아니라 정유미, 최우식, 수지, 박보검 등 비주얼적으로나 연기적으로 너무 좋은 배들이 캐스팅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감독은 "어느 한 케이스를 집중적으로 가는 이야기가 아니어서 상황이 비약적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어느 하나가 세면 다른 케이스의 관심이 뚝 떨어질 수 있다. 다 같이 스타가 아니거나 다 같이 스타여야만 밸런스가 맞을 거라 생각했다. 저의 욕심과 제작자의 욕심이 합해져 모두가 스타로 캐스팅이 되었고 각각의 케이스가 존중받을 수 있게 하고자 했다."며 이렇게 화려한 캐스팅을 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너무 훌륭한 배우들이 출연하는 데다 케미 기대치까지 높아지자 막상 영화를 보면 특정 배우들의 분량에 대한 팬덤의 아쉬움도 있을 수 있다. 김 감독은 "그거까지는 염두에 두지 못했다. 기대치에 못 미칠 수 있을 것 같다. 만드는 입장에서는 다양한 케이스를 보며 느닷없는 감정들을 봐주길 바랐는데 왜 정인-태주가 갑자기 싸우냐는 소리를 할 수 있을 것. 그런데 실제적으로 우리가 사는 게 그런 거 아닌가. 원하는 것만 보고 살 수는 없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
옴니버스 형식에 대한 고민을 초반부터 많이 했다는 감독은 "각각을 분리할지 어떨지. 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멜로나 가족 드라마로 봐도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은 편집하면서도 하긴 했다. 제 바람은 거의 동시에 이야기들이 진행되는 게 에피소드들에 시너지가 있을 거라는 거였다. 연인의 이야기에만 집중되는 게 아니라 연인 관계가 곧 엄마 아빠와 만나는 관계, 그게 나중에는 엄마와 딸의 관계 등 서로의 관계들이 다른 관계의 미래나 과거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래서 서로가 서로가 될 수 있다 생각했다. 제 바람은 전체적으로 연인 이야기를 본 건지 엄마와 딸을 본 건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AI와의 관계에서 나라면 어떨지를 확장하여 생각하기를 바랐다."며 형식적인 강조보다는 메시지와 내용적인 면에서의 시너지를 고려한 구성이었음을 강조했다.
영화 속 AI들은 고고물리학자로 사막을 탐험하거나 파라다이스에서의 생활, 우주 비행사로 근무하는 등 다소 환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공간의 옵션이 있다. 죽은 사람이 만약 LA에 가 있다고 한다면 어떤 사람들은 맘먹고 LA에 찾아보러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실제로 갈 수 있는 곳에 죽은 사람이 있다고 하면 곤란한 상황이어서 현실세계에서 가장 갈 수 없는 먼 곳을 설정했다. 상대방이 믿게 하고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하니까 가짜를 진짜로 만들 수 있을만한 공간을 설정했다."며 직업과 공간 설정의 비밀을 밝혔다.
영화를 보고 나면 탕웨이와 공유의 케미가 더 기억에 많이 남는다. 분명 모성애를 강조한 캐릭터였는데 그 역할을 다 하면서도 공유와는 어떤 미래가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안겨주는 탕웨이의 캐릭터였다. 아무래도 감독의 애정필터가 너무 강력해서 탕웨이의 장면이 더 잘 나온 것 아니냐는 농담 섞인 질문에 감독은 "그렇지는 않다. 사실 저는 박보검을 더 사랑했다. 수지-박보검의 이야기를 굉장히 좋아하고 엄청 공을 많이 들였다. 탕웨이는 익히 잘 아는 배우라 오히려 신경을 덜 쓴 편"이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김태용 감독은 "박보검과 수지는 리허설도 엄청 많이 하고 한씬한 신을 정말 공들여 준비 했다. 휴대폰마 보고 디테일한 표정이 나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영상통화를 하는 장면이 있는 영화 중 이렇게 디테일한 표정이 잘 나온 영화는 없을 것"이라며 박보검-수지의 영상통화 장면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며 "항상 자기 촬영이 아닐 때도 와서 멘트를 해주고 에너지를 줬다. 우주공간에서의 촬영은 일상생활에서의 촬영과 3주의 텀이 있었다. 그런데도 3주의 물리적, 시간적 거리를 뛰어넘는 감정 연기를 하기 위해 일반적인 촬영보다 훨씬 더 공을 들이고 상대에 대한 배려를 하고, 내 촬영이 아닌데도 반드시 와서 맞춰주는 등 카메라 밖에서의 연기가 엄청 많았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의 연기는 더 실감 나고 좋았다"며 현장에서 박보검, 수지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 촬영에 임했음을 알렸다.
이 둘의 케미가 좋았던 만큼 관객들은 정인-태주가 다투는 장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태주와 정인 입장에서 내가 뭔가 이상한가? 내가 진짜 사랑한 건 누군가? 혼란스러울 것. 그런 혼동에 집중해서 그려보려 했다. 감정의 비약을 설명하기보다는 감정 하나하나를 잘 표현하면 그 비약이 영화적으로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갑자기 화를 내는 정민의 모습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부분을 설명했다.
결혼 이후에 만난 배우 탕웨이는 어땠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워낙 열심히 준비하는 배우이고 캐릭터로 있으려고 전념하는 배우다. 연출자로서는 배우 탕웨이와의 작업은 엄청 행복한 경험이다."라는 답을 했다.
그러며 "집에서도 일하고 현장에서도 일을 했다. 워낙 질문이 많은 배우인데 집에서도 질문, 세트장에서도 질문을 하니까 24시간 일하는 느낌이어서 쉽지 않더라. 아내일 때와 많이 달랐지만 자극이 되니까 좋은 점이 많았다"며 진짜 좋았는지 힘들었는지 알기 힘든 말로 속내를 보여 웃음을 안겼다.
김태용 감독은 "일상을 나누다가도 카메라를 들면 다른 사람으로 확 변해있더라. 배우마다 캐릭터로 들어가는 자기만의 방식이 있는데 그게 더 많아지고 깊어진 거 같다. 상업영화로 십몇 년 만의 재회였는데 탕웨이는 그 사이에 많은 감독들과 좋은 작품을 해서 적응력이 좋아지고 여유로워졌더라"며 탕웨이의 배우로의 성장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김태용 감독은 "기계가 얼마나 위대한가 가 아니라 기계로 인해 내 삶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 내가 소통하고 믿을 건 무엇인가를 이 영화에 담으려 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영상통화 기술을 담은 이유는 이게 가장 잘 소통될 이야기라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인공지능 영상통화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게 된 진짜 이유를 밝히며 영화를 통해 관객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기를 희망했다.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 '원더랜드'는 6월 5일 개봉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제공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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