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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승, '개콘' 멱살 잡고 이끈 선수들의 선수 [인터뷰M]

기사입력2024-05-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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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가 달라졌다. 툭하면 존폐의 벼랑 끝에 서 위태로운 모양새를 띄더니, 드디어 각성한 느낌이다. 선봉장엔 신윤승이 서 있다. 대중에겐 낯선 얼굴이지만, 진작에 선수들 사이에선 손꼽혀온 '진짜' 희극인이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최근 대한민국 공개코미디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KBS2 '개그콘서트'의 기세가 매섭다. 간판 베테랑 스타들은 물론,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나 다름없는 신예, 무대를 잃어 유튜버로 전향한 이들까지. 성역 없는 개그를 무기로 '개콘'에 다시 뭉쳐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 이러한 상황 속 시청자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인물은 신윤승이다.

신윤승 입장에서 '개그콘서트' 복귀는 마냥 가볍고, 달갑기만 한 선택은 아니었다. 그는 2012년 KBS 27기 공채로 데뷔해 10년 이상 지독한 무명 생활을 겪어야 했다. 그런 '개콘'이 폐지됐고, 신윤승은 무대를 잃었다. 회사원으로 치면 부도난 회사에 다시 돌아온 셈이다. 그는 "사실 많이 고민했다. 부활에 회의적인 편이기도 했다. 하지만 제작진의 의중과 과정들을 보니 마음이 바뀌었다. 도전해 볼 법하더라. 나도 이제 경력이 쌓였으니 예전처럼 과도한 간섭을 받지 않고 뛰어놀 수 있겠다 싶더라"고 말했다.

이어 "기왕 마음먹은 것, 코너 한편에서 자리만 채우는 걸로는 성에 차지 않겠더라. 진짜 모두가 인정할만한 좋은 코너 하나 구상해 완벽히 복귀하고 싶었다"며 "예전과 대중의 취향도 많이 바뀌었다는 확신이 있었다. 내 공식, 내 호흡이 공개 무대와 시청자에게도 먹힐 거라는 확신"이라고 눈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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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촉은 통했다. 신윤승은 '이상해 씨'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상표, 비속어 등 일상에선 자연스럽지만 공영 방송 KBS에선 불가한 발언을 거침없이 뱉는 인물이다. 묵음 처리되는 것은 물론, 중간 단어가 빠져 맥락이 완전히 달라지는 순간 좌중은 웃음바다가 된다.

리스크는 컸다. 그간 브라운관을 통해 공개된 적 없는 방식의 개그이기 때문. 어떠한 형식으로 어떠한 모양새로 송출될지 가늠이 되지 않기에 시청자의 웃음 역시 보장되지 않았던 셈이다. 신윤승은 그의 소속사 대표이자 선배,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던 시절 고정급여를 준 은인 윤형빈과도 나눈 대화를 들려줬다. 그는 "형빈 선배와 항상 이야기 나누는 철학과도 일맥상통해요. 내 앞에 관객을 웃기는 게 최우선이라는 신념 말이다. 이들은 웃길 수 있어야 이들 건너 시청자도 웃길 수 있다. 믿고 밀어붙여봤다"고 회상했다.

신윤승은 제작진의 공도 높이 샀다. "이상해 씨 캐릭터를 제안했을 때 제작진이 믿음을 줬다. 기존 공식과 완전히 다른 개그다. 제작진, 특히 음향 감독님과의 호흡이 정말 중요했다. 아주 완벽히 합을 맞춰주신 덕분"이라고 기뻐했다.

참으로 발칙하고 시의적절한 코너다. 공영 방송 KBS의 대척점에 선, KBS에서 활용하니 더욱 웃긴 코너다. 많은 코미디언들이 '개콘' 폐지의 이유를 물으면, 제약 탓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제약의 상한선을 낮추겠노라 약속하고 부활한 '개콘'에서 상표와 비속어를 틀어막는 것을 빗대어하는 개그라니. 보는 입장에서는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는 역발상이다.


신윤승은 "과거에 스치듯 떠오른 아이디어를 적어둔 것이다. 유튜브에서는 해봤자 재미가 없겠더라. tvN '코미디빅리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KBS '개그콘서트'니까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료 선후배, 제작진께서 '고급스럽다'고 표현해 주시더라"며 "제작진과 싸우는 그림을 만들어야 했다. '요즘 사람들 TV를 안 봐'라는 대사를 TV에서 할 줄이야. 이 아이디어가 죽기 전에 빛을 볼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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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다. 신윤승은 후배 조수연과 함께 '데프콘 어때요' 코너를 통해 원초적이지만, 한끝 고차원의 개그를 선보여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세상이 정한 외모의 기준을 신경 쓰지 않고 당당하게 그리고 몹시 과하게 자신을 어필하는 여성과 이에 질색하지만, 단호히 그녀를 내치지 못하는 남성의 쫀득한 리액션. 웃음은 물론, 두 사람의 러브라인을 바라는 시청자까지 생겨나고 있다.

신윤승은 "유튜브로 재미를 봤던 캐릭터, 코너를 가져왔다. 당시에는 수연이에게 더욱 매콤하게 일갈했다. 무대 코너로는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겠더라.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수위를 낮출 수는 없겠더라. 코너 제작의 의미가 사라질 거 같았다"며 "그때 감독님께서 믿음을 주셨다. 수위를 보장해 줄테니 마음껏 해보라고 해주신 덕분"이라고 전했다.

그의 인기 유형은 희귀하다. 소녀팬들이 생겨났고, 팬사인회가 열리는 요즘이다. 코미디언보다는 배우 혹은 아이돌의 팬덤 문화 양상과 비슷하다. 신윤승은 "문화가 좀 바뀐 것 같다. 팬들께서도 즐기는 문화가 된 거 같아 뿌듯하다. 꼭 대포 카메라가 아니라도 모두 휴대전화라는 개인 카메라가 다 있는 시대니까 스스로 미디어가 되어 '내 연예인'을 챙겨주시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팬들에게 자주 묻는다. '아저씨가 왜 좋아?'라고. 재밌어서 좋다더라. 그리고, 내 입으로 말하기는 정말 민망하지만 다 좋다더라. 이렇게 보여도 앉은키가 상당히 큰 편이다. 개그맨 치고 잘생긴 느낌이라 좋아해 주는 거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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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신윤승이 걸어온 길은 탄탄대로보단 자갈밭에 가까웠다. 성공이 더딘 이들을 가장 좀 먹는 요인은 조바심이고, 그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행위는 비교다. 신윤승 주변에도 충분히 그럴법한 요소들이 즐비했다. 동기 이수지, 곽범은 진작에 성공해 고공행진을 해왔다. 같은 아카데미 출신인 이용주는 '피식대학'을 통해 엄청난 성과를 이뤄냈고, 엔조이커플은 대형 유튜버로 자리 잡았다.

신윤승은 "물론 부러웠다. 하지만 초조하지 않았다. 내가 가지지 못한 걸 가진 친구들이라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조바심 내지 않고 인정하고 축복해 줄 수 있었던 거 같다. 그리고 반대로 내 특기, 내 개그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갈고닦을 궁리하기 바빴다"고 답했다.

이제는 후배들의 길라잡이가 될 때다. 신윤승은 꿈을 묻자 "돈 많이 벌고 싶다. 하지만 명예 다음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멋지게 내 분야를 꾸준히 개척하면 될 일"이라며 "누군가 존경스러운 선배들의 발자취를 따라갔던 옛날의 나처럼 누군가 따라올 수 있는 그런 개그맨이 된다면 영광스러울 거 같다. '개그콘서트'를 포함해 우리 코미디가 꾸준하기를 바란다"고 염원했다.

iMBC연예 이호영 | 사진 iMBC 고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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