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토일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남다른 능력을 지녔지만 아무도 구하지 못했던 남자 복귀주(장기용)가 마침내 운명의 그녀 도다해(천우희)를 구해내는 판타지 로맨스. 세상 흔한 현대인의 고질병에 걸려 흔치 않은 능력을 잃어버린 초능력 가족과, 우연인 듯 운명처럼 얽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4일 첫방송된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초능력자 가족 복씨네 가족의 우울한 소개로 시작됐다. 불면증 탓에 예지몽을 꾸지 못하는 복만흠(고두심),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우울증에 빠져 타임슬립 할 수 없는 아들 복귀주, 몸이 무거워져 하늘을 날지 못하는 딸 복동희(수현), 능력이 나타나지 않는 손녀 복이나(박소이)까지. 그리고 위기에 빠진 이들을 구해줄 도다해의 첫 만남이 공개됐다.
집안을 부흥시킬 구원자로 이들과 엮인 도다해. 사실 그의 정체는 복씨 가족의 재력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접근한 결혼 사기꾼. 그러나 그의 의도와 달리, 복귀주와의 의도치 않은 운명적인 로맨스로 서사가 전환된다.
초능력 소재 드라마들 틈바구니에서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별종이다. 디즈니플러스 '무빙', JTBC '힘쎈여자 강남순', '힙하게' 등 초능력으로 세상을 구하고 권선징악을 실현하는 주인공들에 비하면 훨씬 일반인스러운 면모를 지닌다.
예지몽으로 부를 축적한 복만흠이나 행복한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타임슬립 초능력자 복귀주까지. 이들의 초능력은 사회로부터 쓸모를 증명받는 것이 아닌, 생활밀착형이라는 점에 집중된다.
'초능력자'와 '히어로'를 동일시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제목('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서 알 수 있듯 복씨네 가족은 사회가 원하는 히어로와는 거리가 멀다. 그리 거창한 능력이 아니기에 불면증, 우울증, 비만 등 현대인에게 익숙한 질병 따위에 쉽게 꺾이고 만다. 히어로는 아니지만 현대인은 맞는 이유다.
그렇기에 이들이 상실한 능력을 되찾는 과정은 현대인의 질병 극복 서사와 궤를 같이 한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이와 동시에, 매 순간 악당과의 전쟁을 치르듯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찬사를 보내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픽사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을 떠오르게 한다. 일반인들 틈에서, 히어로와 일반 시민 사이에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뇌하고 보편적인 문제들을 극복하며 가족들과의 끈끈한 유대를 지켜나가는 이야기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역시 이 점을 놓치지 않는다.
복귀주와 도다해의 로맨스는 별첨이다. 쌍방 구원 서사를 통해 각자의 아픔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행복에 이르는 엔딩을 응원하게 만든다.
주연들의 열연이 설득력을 더한다. 군 전역 후 복귀작으로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을 택한 장기용은 예상을 깨고 푸석푸석한 얼굴로 등장한다. 술독에 빠져 사는 우울증 환자를 연기하면서도, 천우희와의 설렘 포인트를 만드는 순간에서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차세대 로맨스 장인으로서의 본능을 꺼낸다.
도다해 역의 천우희도 주목할 만하다. 복씨 가족에 접근하기 위해 넉살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면서도 불에 대한 트라우마를 꺼내는 순간에는 완전히 다른 얼굴로 안쓰러움을 자아낸다.
극 초반이기에 두 사람의 케미를 보여주기에는 다소 짧은 시간이었던 만큼, 2회 시청률은 3.0%(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으로 다소 저조하게 출발했다. 세계관 설명이 마무리된 만큼, 빠르게 진도를 밟을 로맨스 기대도 높아진 상황. 복씨네 가족 그리고 복귀주와 도다해가 잃어버린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매주 토, 일요일 밤 10시 30분에 방송된다.
iMBC 백승훈 | 사진 iMBC DB | 사진제공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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