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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여왕' 이주빈 "오디션만 10년, 단 한 번을 못 붙었어요" [인터뷰M]

기사입력2024-05-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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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치 10년을 버텼다. 땅 속 매미가 억겁의 시간을 버티고 우화하듯, 쓰디쓴 오디션 탈락의 연속을 견뎌내고 마침내 '눈물의 여왕'으로 날아오른 이주빈의 이야기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최근 이주빈은 iMBC연예와 만나 tvN 주말드라마 '눈물의 여왕(극본 박지은·연출 장영우)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눈물의 여왕'은 퀸즈 그룹 재벌 3세이자 백화점의 여왕 홍해인(김지원)과 용두리 이장 아들이자 슈퍼마켓 왕자 백현우(김수현), 3년 차 부부의 아찔한 위기와 기적처럼 다시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다.

'눈물의 여왕'은 이주빈에게 인생작이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작품이 됐다. 최종회 시청률 24.9%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tvN 역대 시청률 1위 타이틀도 갈아치웠다.

이주빈은 "드라마가 많은 사랑을 받을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 정말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나라에서 큰 사랑을 주셔서 정말 너무 신기하다"며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웃었다.


매일이 감사하고 행복함으로 가득찼다고. 지난 2022년 '눈물의 여왕' 오디션에 합격해 합류하게 됐던 이주빈. "캐스팅이 됐으니까 기쁘긴 했는데, 이 엄청난 대선배님들 사이에서 누가 될까봐,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었다"고 당시 느꼈던 부담을 털어놓았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이주빈은 걱정이 아닌 영광의 순간으로 기억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렬히 작품에 매진했다. 그가 맡은 역할은 극 중 홍수철(곽동연)의 아내 천다혜. 순진한 얼굴 뒤 야욕을 숨기고 퀸즈가에 며느리로 입성한 반전의 캐릭터였지만, 자신을 향한 홍수철의 진심을 깨닫고 그에게로 돌아가는 인물이다.

열렬한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었기에, 주인공들에 몰입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자연히 이주빈에겐 박성훈만큼 시청자들의 분노(?)가 쏟아졌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제 캐릭터고 제가 연기를 하는 입장이었어서 방송에서 나온 것만큼 그렇게 나쁘게 비춰질지 전혀 생각을 못했어요. 잘못된 선택을 하긴 했지만 제가 이 친구의 대변인이 되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이입을 하다 보니, '그렇게까지 (다혜가) 나쁜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조금 들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악역은 누군가를 죽이고 때리고 협박하고 위험한 인물이었고, 다혜는 그냥 그 과정의 일부였잖아요. 결과적으로 나쁜 짓을 했지만요. 그런데 방송에 나오고 보니까 세상에, 이런 (나쁜 캐릭터가) 없는 거죠."


존재감이 미미했던 극 초반부와 달리, 다혜의 본모습이 드러나는 순간 지인들의 연락이 쇄도했단다. "그때부터 내 캐릭터가 보이기 시작했다더라"며 웃었다.

개과천선하는 악역이기에, 마냥 밉게 볼 수만은 없는 캐릭터였다. 극 중 아들 건우를 키우는 엄마로서의 연기에도 눈길을 주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이주빈은 "아직 결혼, 출산 경험이 없었어서 아이를 가진 엄마의 감정이 어떤지 잘 모르겠더라. 그런데 아이를 안아 올리고 내려놓는 등 자연스러운 모습이 가장 티가 많이 난다고 했다"며 "그걸 연습을 하려고 이제 주변 아이 엄마들에게 연락해서 연습했다. 가끔 만나주기는 했는데 막 달가워하진 않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부부로서 호흡을 맞춘 곽동연과의 연기는 어땠을까. 이주빈은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수철이를 누가 어떻게 해낼까' 궁금하더라. 텍스트로 보면 너무 재밌지만 이 모습을 실제로 구현해낼 배우가 궁금했다"며 "곽동연 배우가 캐스팅이 됐다는 얘기를 듣고 '됐다' 싶었다"고 떠올렸다.

이주빈은 "(곽동연은) 너무 잘하는 친구고, 기대도 했다. 너무 잘하더라"며 "연기를 보며 쥐어박고 싶다기보단, 순간순간 곽동연의 표정에서 나오는 짠함이 있었는데 이런 사람을 상대로 사기를 쳐야 한다는 죄책감과 혼란스러움이 계속 왔다갔다했다"고 웃었다.

극을 이끌어 간 주연 김수현, 김지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주빈은 "두 분 분량이 정말 많지 않나. 내가 그렇게 감정과 에너지를 많이 쓰면, 숨어있을 것 같다. 그런데 선배님들은 연기할 땐 집중을 정말 잘 하시면서 평소 모습은 너무 여유롭더라"며 감탄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자신감에서 나오는 여유인가 싶었다. 내가 만약 주인공이 된다면 확실하게 준비해서 두려움과 긴장이 없는 상태로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덧붙였다.

주로 화려한 캐릭터로만 소비됐던 그는, 다음엔 인간적인 소시민을 연기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이주빈은 "소소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차도 작년에 처음 생겼다. 그전까지는 대중교통을 타고 다녔었는데, 실제 내 삶과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너무 동떨어져있더라. 지금은 경제적 상황이 더 나아졌지만, 이런 얘기를 편하게 해보고 싶고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방향성은 오래 가는 것. 이주빈은 "재밌는 작품을 지속적으로, 오래 하고 싶다. '이주빈이 나오면 재밌겠다'는 말을 제일 듣고 싶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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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연습생에서 배우 지망생으로, 짧지 않은 공백기를 보낸 이주빈에게 '눈물의 여왕'은 더욱 특별하다.

"스물 아홉살 무렵에 겨우 데뷔를 했어요. 마음이 조급했어요. 어린 나이에 데뷔한 친구들보다 실력도 없고 경험도 없어서 급하다고 생각했는데, 다행인 건 20대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서 30대에는 미련이 없더라고요. '그냥 일을 시켜주면 하자'는 생각에 쉬지 않고 작품을 했던 것 같아요."

이주빈은 "속도가 다소 더딜지라도, 방향은 옳다"는 확신을 지니고 긴 시간을 버텼다. '언젠간 데뷔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과 오기가, 지금의 이주빈을 만들었다.

"데뷔 한번 해보고 그만두자는 생각이었어요. 안 해보고도 내 꿈을 접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 말도 안 되지 않나요. 막연하게 '난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하는 게 억울해서, 10년 동안 오디션을 봤어요. 그런데 단 한 번도 안 됐더라고요. 그때마다 이제 저에 대한 믿음으로 버텼어요. 또 버틸 수 있었던 건, 주변 사람들이 '너 잘 될 거야, 너가 안 되면 누가 돼?' 이런 얘기를 계속 주입식으로 해줬어요. 그래서 그때 또 느꼈죠. '사람이 혼자 사는 게 아니고 더불어 사는 거구나'. 그런 얘기를 해줬던 친구들이랑도 지금은 너무 잘 지내고 있어요."

지난 2008년 SS501 '널 부르는 노래' 뮤직비디오로 처음 얼굴을 알린 이주빈. 약 10년의 공백기 끝에 SBS 드라마 '귓속말'을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이후 '미스터 션샤인', '하나뿐인 내편', '트랩', '멜로가 체질', '조선로코 녹두전', '안녕 드라큘라', '그 남자의 기억법',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닥터로이어',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등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경험을 쌓았다.

이주빈의 반전 연기가 빛난 '눈물의 여왕'은 지난 28일 16회를 끝으로 종영됐다.


iMBC 백승훈 | 사진제공 앤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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