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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톡] "아들 못 낳은 여자" 선 세게 넘은 '미녀와 순정남', 대사 왜이래

기사입력2024-03-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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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못 낳은 아들을 낳은 여자다. 이 집안 대를 이을 아들을 낳은 여자라고."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이런 구시대적인 대사가 드라마에 그것도 공영방송에서 흘러나오는 걸까. KBS 새 주말극 '미녀와 순정남'의 이야기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지난 23일 KBS2 새 주말드라마 '미녀와 순정남'(극본 김사경, 연출 홍석구)이 첫 방송됐다. 하루아침에 밑바닥으로 추락하게 된 톱배우 박도라(임수향)와 그녀를 사랑해 다시 일으켜 세우는 초짜 드라마 PD 고필승(지현우)의 인생 역전을 그린 로맨스 성장 드라마다.

우선 KBS 주말극은 내놓는 작품마다 최악의 시청률로 막을 내려 구원투수가 절실히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지난 2022년 종영한 '신사와 아가씨' 이후 줄곧 부진한 시청률을 보였다. 38.2%로 최고 시청률을 찍고, 최종회 36.8%로 종영한 '신사와 아가씨'와는 다르게 후속 '현재는 아름다워'는 29.4%, 이후 방영한 '삼남매가 용감하게'는 27.5%, '진짜가 나타났다'는 22.9%, '효심이네 각자도생'은 22%(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로 시청률이 점점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 속 '신사와 아가씨'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김사경 작가와 지현우가 KBS 주말극 살리기에 뛰어들었다. 특히 주말극으로 지난 2021년 KBS 연기대상을 수상한 지현우는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또 한 번 KBS 주말극을 선택해 기대감을 높였다.


높은 기대 속 먼저 박도라의 안타까운 어린 시절을 중심으로 1, 2회가 방송됐다. 13살인 도라는 결손가정에게 주는 쌀과 식료품을 동사무소에서 받아 수레에 담은 뒤 집으로 걸어가던 중 수레바퀴가 고장 나 모든 짐을 바닥에 쏟아버린다. 이때 거짓말처럼 고등학생 고대충(문성현)이 나타났고 무거운 짐을 도라의 집까지 들어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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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는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보기 드문 얼굴과 나이스 한 매너를 지닌 대충의 모습에 한눈에 반하게 된다. '폰 번호 줄 수 없냐', '어디사냐'며 호감을 드러낸다. 지방이 아닌 서울에 살고 있다는 대충의 말에 도라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아쉽게 헤어진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거짓말처럼 재회, 또다시 인연을 맺게 된다. 이설아와 문성현은 각각 임수향과 지현우의 어린 시절을 풋풋하게 그려내 눈길을 끌었다. 이설아는 정말 대충을 짝사랑하는 것처럼 설렘 가득 담아 연기했고, 문성현은 친동생 대하듯 도라를 챙겨 훈훈하게 했다.

도라와 대충에 이어 공진택(박상원)과 공진단(고윤) 가족의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대충의 모친 김선영(윤유선)은 친한 친구 장수연(이일화)의 시아버지 제사를 도와주러 간다. 선영의 도움으로 제사상이 차려졌고 한 명씩 돌아가며 절을 올리던 와중에 두 사람의 고등학교 동창인 홍애교(김혜선)가 집 안으로 들이닥쳐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애교는 수연의 시아버지 사이에서 아들 공진단을 낳은 인물이다.

'고교 동창이 시아버지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다'라니. 상상도 못한 막장 설정의 향연이다. 애교는 진택에게 자신의 아들에게 자회사를 넘기라고 반협박을 하고, 친구이자 며느리 수연에게는 시어머니라고 부르고 예우를 갖추라고 반협박을 한다. 이 말을 들은 수연이 "내가 왜 그렇게 해야 하냐, 조용히 있어라"며 황당해 하자 애교는 "너 지금 나 무시해? 난 네 시어머니"라면서 "난 네가 못 낳은 아들 낳은 여자야. 이 집안 대를 이을 아들을 낳은 여자"라고 소리 질렀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지금이 남아선호사상의 중심이었던 7, 80년대인가?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2024년에 방영되는 드라마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구시대적인 발상과 대사들이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공영방송에서 그러시면 어떡해요", "소름이다. 나 본 방송으로 저 대사 직접 들었는데 2024년 맞나 의심했다"라며 구시대적인 대사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신사와 아가씨'로 영광을 맛본 김사경 작가와 연기대상 지현우의 KBS 주말극 복귀작이라는 이유만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은 '미녀와 순정남'.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화려한 포장지를 둘러싸고 있었지만, 알맹이까진 화려하진 못했다. 시청률 역시 아쉬움을 남긴다. 첫 방송은 15.3%를 기록했고, 2회는 그보다 조금 오른 17.2%다. 이는 전작 '효심이네 각자도생' 1, 2회(16.5%, 18.4%) 시청률보다 다소 낮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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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직 2회만 방송됐고, 총 50부작으로 제작돼 반등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또 아직 아역들이 극을 이끌어 가고 있고, 지현우와 임수향이 본격 등판한다면 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소 시대착오적인 설정과 대사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 '미녀와 순정남'이지만, 쌍팔년도 드라마가 아닌 공영방송 KBS에서 방송하는 드라마답게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드는 가족 이야기 전개해 주길 기대해 본다.

iMBC 장다희 | 사진 KBS2 '미녀와 순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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