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오는 "영화에서 평범한 한국 남자 역할을 해야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도 저를 평범한 한국남자로 안 보니까 아무도 저에게 이 작품 제안을 안 했다. 그런데 미국 매니저가 저를 추천했고 공식적인 오디션을 통해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되었다.."며 오디션을 보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셀프 테이프를 먼저 보내고 2차는 줌으로 오디션을 봤다. 보통 줌으로 하는 오디션은 정해진 씬의 연기만 보니까 길어도 한 시간이면 끝나는데 감독님이 시나리오의 다른 씬도 연기를 시키더라. 그리고 다르게 연기해 보라고 계속 주문을 하셨다. 결국 시나리오에 나오는 모든 장면들을 거의 3~4번 다른 버전으로 연기를 했다. 오디션을 4시간 가까이 봤는데 거의 마지막에는 감독님이 마음에 드는 게 있어서 계속 보는구나 싶어서 자신감이 생기더라. 이 오디션 2주 후 캐스팅에 합격됐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날이 제가 처음으로 '청룡영화제'에서 신인상을 받은 날이었다."라며 오디션 과정을 설명했다.
배우는 감독에게 선택을 받는 직업이지만 그 선택을 위해 배우 스스로도 작품에 매력을 느껴 오디션을 볼지 말지 결정을 하게 된다. 유태오는 "인연이라는 동양철학적인 요소를 서양 관객에게 소개하면서 로맨스로 잘 꿰어 편하게 다가가게 하는 실력이 너무 좋은 시나리오였다. 그리고 엔딩 장면의 시나리오를 보는데 그 장면을 상상하니까 눈물이 핑 돌더라. 이런 이야기라면 관객을 감동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지막 씬의 여운 때문에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셀린송 감독의 시나리오가 처음부터 너무 매력적이어서 작품에 끌렸음을 고백했다.
또한 이 작품의 비즈니스적인 면모에도 매력을 느꼈다는 그는 "이 시점에 한국 소재의 작품이고 '미나리'를 만든 A24라는 제작사와 '기생충'을 만든 CJENM의 합작이라니, 이 영화의 홍보 과정에 내가 노출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로맨틱한 생각을 하니 책임감도 느껴지고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라는 말을 숨김없이 쏟아내는 순수한 모습을 보였다.
그가 그렇게 욕심냈던 '패스트 라이브즈'는 극작가로 활약했던 셀린송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유태오는 "정말 멋있는 감독이더라. 배우의 입장에선 감독이 신인이건 베테랑이건 상관없이 자기의 주장이 확실하고 비전이 뭔지 아는 사람이면 너무 편하다. 셀린송 감독은 의상 컬러 선택부터 모든 의사 결정이 너무 빠르고 원하는 게 확실했다."라며 셀린송 감독과의 작업을 이야기했다.
실제 인터뷰를 했을 때 셀린송 감독은 엔딩 장면에서 바람의 방향과 그 바람에 의해 펄럭이는 옷자락의 움직임까지 의도한 바가 있고 담으려는 메시지가 있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자기 작품의 방향성이 분명한 감독이었으니 배우 입장에서는 연기하는 게 편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유태오는 '편하다'가 '쉽다'는 아니었다는 말을 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연기를 해 오면서 그동안 학교에서 배우고 경험으로 쌓았던 저만의 스타일이 있었는데 그걸 모두 바꿔야 했다. 이 작품에서의 인물을 기술적으로만 보여주면 '인연'이라는 철학을 담아낼 수 없겠더라. 진심으로 이해하고 소화시켜야만 여한 없는 연기가 나오겠더라. '인연'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제가 연기할 캐릭터도 전생에 한번 살았던 삶일 수 있다. 단순한 '새로운 캐릭터'로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받아 들이 다보미 배우를 직업으로 하는 제 인생은 어떤 운명인지까지 생각하게 되더라. 이 영화로 인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을 정도로 깊이 있는 생각을 했다."며 영화의 메시지를 깊이 있게 파 들어가 자신의 연기관과 인생관까지 송두리째 바꿔버린 작품이 되었음을 이야기했다.
캐릭터의 접근법부터 새롭게 시작한 유태오는 자신의 취약점이라 할 수 있는 대사를 위해서도 엄청난 노력을 쏟았다. "언어 치료를 하시는 선생님과 매주 대사 연습을 한다. 어휘, 모음, 뉘앙스, 말의 뒷배경까지 다 설명해 주시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며 한국어 대사를 준비했고 저는 이번에 특별히 영어를 잘 못하는 연기도 해야 해서 한국인과 미국인 모두에게 우스꽝스럽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어투와 악센트로 하는 어설픈 영어 대사도 고민했다. 예전에 '중경삼림'을 독일에서 자막 버전으로 본 적 있는데 광동어를 못 알아듣지만 당시에 양조위의 광동어가 아름다운 시처럼 들리더라. 제가 하는 말이 한국인이거나 미국인에게 그렇게 들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적당한 타협점을 찾기 위한 탐구를 했다."는 말을 해 다양한 언어로 연기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임을 짐작하게 했다.
유태오의 연기에 대해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호불호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이 배우에게 어떤 매력이 이어서 여러 감독들이 계속해서 그를 찾는지는 인터뷰를 하면서 이해가 되었다. 외형적인 매력도 있는 사람이지만 유태오는 확실히 독창적인 자신만의 세계가 있었다. 그리고 그 세계는 한 발씩 깊이 들어갈 때마다 겉에서 보이는 것과 다른 긍정적인 반전이 있었고 그런 반전이 쌓여 배우로서의 신뢰감을 가지게 했다.
이런 유태오의 옆에는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는 예술가 아내 니키리가 있다. 유태오는 "저와 니키의 사이는 천생연분이다. 저는 어릴 때부터 35살 이후의 제 인생이 어떻게 될지 상상이 안 됐었다. 그래서 35살까지만 살고 그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니키가 제 인생을 구원해 줬다. 니키는 저보다 더 이 세상에 단단하게 서 있는 사람"이라며 시간이 더 있었으면 하루 종일이라도 아내 자랑을 할 기세로 말을 했다.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과 ‘해성’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 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 '패스트 라이브즈'는 3월 6일 개봉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제공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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