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 교양프로그램 '도망쳐'(연출 조철영)는 다양한 인간관계 속 몹쓸 인연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치지 못한 이들을 위해 김구라, 김대호, 풍자가 대신 관계를 정리해 주는 토크쇼다.
지난해 8월 4부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첫 선을 보인 '도망쳐'는 지난 22일 정규 편성 프로그램으로 첫방송됐다. MC로는 독설가이자 베테랑 방송인 김구라를 중심으로 '2023 MBC 방송연예대상 신인상 듀오' 김대호, 풍자가 힘을 합쳤다.
◆ 가까이 들여다 본 삶은 뜨겁다? 눈물 동반 공감 가득한 사연
스페셜 게스트로는 '환승연애3' 화제 출연자 성해은과 '데블스 플랜' 등에 출연한 서동주 전 변호사가 출연했다. 성해은은 남사친이 저질렀던 충격적인 악행과 승무원 시절 당한 갑질 사연, 서동주는 가족 문제로 힘들었던 과거 본인의 경험담을 털어놓아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을 불렀다.
일반인들이 직접 출연해 밝힌 사연은 뭉클함을 자아냈다. 20살부터 32살인 현재까지 월급의 절반을 엄마에게 드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엄마의 빚 갚는 데만 수천만 원을 썼다는 사연자. 엄마에게서 도망치고 싶어도 끊어낼 수 없는 자신의 현실을 고백했고, 풍자를 비롯한 게스트들도 비슷한 경험을 고백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 MBTI 'T'는 차갑다? 누구보다 따뜻할 조언 '도망쳐'
'도망쳐'의 메인 키워드 '손절'은 주식 투자에서 쓰이던 은어로, '손해를 보더라도 적당한 시점에서 끊어낸다'는 뜻을 가진 '손절매'에서 파생됐다.
프로그램에선 본래의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 아닌, 나를 옥죄어 오는 몹쓸 인연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수단이자 축복'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제시한다.
이러한 부분에서 '도망쳐'는 기존 고민상담 프로그램과 궤를 달리하는 차별점을 지닌다. 주식에서의 단순한 금전적 손해와 비교불가한 인간관계 손절 고민, 그 자체의 어려움에 집중하며 시청자들에게도 생각해 볼 만한 딜레마 상황을 제시한다.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 하나로 말 못 할 고민을 안고 사는 사연자, 명백한 갑질을 당하고 있으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손절을 고민하는 사연자,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있으나 정 때문에 연인과 헤어지지 못하는 사연자 등. 누구나 살면서 겪어볼 수 있는 '손절 딜레마'를 공감의 영역으로 편입시킨다.
연출을 맡은 조철영 PD는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지인, 친구들과 소통하며 보면 재밌을 프로그램"이라며 "일상에서 겪었던 고민상담을 떠올리면서 보면 재밌게 느낄 것"이라고 귀띔한 바 있다.
◆ 외로와 공감이 최선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건 '현실적인 정답'
이들에게 과감히 "도망쳐"라고 외칠 수 있는 MC진도 주목할 만한 관전포인트다. 독설가 김구라를 필두로 거침없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풍자, 독특함으로 무장한 '마이웨이 아나운서' 김대호까지 세 사람의 진심 어린 상담이 '도망쳐'를 조화롭게 꾸민다.
이들 모두 MBTI 'T형'으로서 냉철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건넨다. 이미 "사연자의 편을 항상 들어주지 않는다"고 선언한 MC들. '답정너'식 사연자를 바라볼 시청자들의 답답함은 기우가 될 예정이다.
그렇기에 '도망쳐'는 차갑지만 궁극적으로 누구보다 따뜻한 고민상담을 지향하는 프로그램이다. 신체 일부를 잘라내는 것 같은 손절의 고통이, 결국엔 사연자를 살리는 일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MC들의 진심이 안방에도 고스란히 전해지길 기대해 본다.
누구나 겪었을 법한 '몹쓸 인연'을 대신 깔끔하게 정리해 줄 '도망쳐'는 매주 월요일 밤 9시에 MBC에서 방송된다.
iMBC연예 백승훈 |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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