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이 공개되었을 당시 시청자의 입장에서 재미있게 봤다는 최영준은 "감독님과 이야기했던 걸 충실히 하려 애썼던 게 보이더라. 그리고 이렇게 하니 저렇게 나왔구나라며 공부를 하면서 봤다."며 소감을 밝혔다.
처음 이 인물을 제안받았을 때 작가와 감독이 입을 모아 '가토는 우아해야 한다'는 말을 했었음을 밝히며 최영준은 "어떤 행동을 할 때도, 표정을 지을 때도 조심스러웠다. 감정이 없는 건 아닌데 감정 표현을 많이 자제하는 인물이었고 사이코패스는 아니고 다른 개념의 인간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신경을 썼다."며 가토의 표현에 중점 둔 부분을 이야기했다.
가토의 안경이 빛에 반사되어 그의 눈빛이 정확하게 보이지 않아 더 속내를 알아볼 수 없는 궁금한 인물로 그려졌던 것에 대해서는 "우연히 나온 장면이었다. 든 게 그 모습이 너무 좋아서 일부러 다시 하려니 각도와 방향을 찾는 게 어려웠다. 조금만 왼쪽으로, 아니 조금만 덜 왼쪽으로 이러며 겨우 각도를 찾아갔고 이후부터는 인물의 표현을 위해 일부러 그런 장면을 더 많이 쓰기도 했다."는 설명을 했다.
이 작품의 핵심인 크리처를 창조해 내는 인물, 도대체 뭘 목표로 하고 그런 실험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인물이 가토였다. 최영준은 "신이 되고 싶은 인물"이라며 가토를 설명했다. "자신도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인간은 어차피 나약해서 죽기 마련이기에 더 강력한 존재가 필요하다며 신인류를 만들려 했다. 다른 피조물을 만들다니, 신이 할 수 있는 걸 하겠다는 인물 아닌가. 신인류를 세상에 선물하고 간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가토의 욕망을 짐작했다.
처음 최영준이 연기한 가토가 등장하던 장면을 봤을 때 '가토를 연기한 배우가 누구지?'라며 궁금증이 생겼다. 단박에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슬림해지고 날카로우면서도 분위기가 너무 달라져서였다. 최영준은 "15kg을 감량했다. '우리들의 블루스'를 끝나고 바로 첫 촬영을 만주 씬으로 했었는데 그러고 나서 다음 내 촬영이 있을 때까지 한참의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명절에 감독으로부터 전화가 왔더라. '편집본을 보니 살을 좀 뺴야겠다. 완전 기름기가 쫙 빠진 사람으로 보이면 좋겠다'라고 하셨다. 얼마나 상황이 급하면 명절에 전화해서 이런 이야기를 할까 싶어서 그날부터 바로 내리 8일을 굶어서 6~7kg을 뺐다. 이후에는 식단을 하며 조금씩 감량했는데 사실 감량보다 더 힘든 건 그 상태를 촬영 기간 내내 유지하는 것이었다."라며 효과적인 캐릭터 표현을 위해 극강의 체중감량을 했음을 알렸다.
원래도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면 첫인상을 어떻게 줄지 고민을 하며 조금이라도 다른 목소리, 표정, 비주얼을 많이 고민하는 최영준이었지만 감독의 감량 요구는 어느 정도 감량했다고 생각했는데도 계속되었고 그래서 어금니를 악물고 "빼고 있습니다"라고 할 때도 있을 정도로 혹독한 다이어트를 했다는 그는 "저체중으로 1년 정도를 사는 게 제일 힘들었다. 촬영할 때 오래 서 있어야 하는 장면에서는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더라. 하지만 결과적으로 완성작을 보니 감량하길 잘한 것 같더라. 예쁘고 잘 생기고의 문제가 아니라 군더더기 없고 기름기 없는 사람이라는 게 비주얼적으로도 단박에 느껴지더라"며 힘든 과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경성크리처'를 연기하며 체중감량만 힘들었던 건 아니다. 가토는 일본군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한본어 대사도 없는 일본어 대사로 연기했어야 했던 것. "중국어는 기어 들어가서 걸어 나오고 일본어는 걸어 들어가서 기어 나온다는 말이 있던데 실감 나더라. '아리가또' '스미마셍'만 알고 있었지만 만만하게 보고 시작했다가 너무 힘들었다. 발음도 힘들었고 일본어에는 받침이 없다고 하는데 받침을 어떻게든 하고 넘어가는 말이더라. 촬영 2달 전부터 수업을 받고 촬영하면서도 일주일에 2~3번씩 줌으로 수업을 받고 대본 체크를 하며 연습했다."며 외국어 대사가 힘들었음을 토로했다.
또 하나 연기에의 어려움은 바로 크리처물이었다는 것이다. 실체 하지 않는 존재를 상상하며 연기하는 것이 처음이라는 최영준은 "그림도 없는데 허공에 대고 연기할 때가 많아서 시선처리부터 걱정되었다. 일본군 단체로 크리처와 싸우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다들 무서워하며 총 쏘다가 컷 하면 현타가 오기도 했다. 저는 연극과 공연을 많이 해서 늘 사람을 대면하며 연기를 했는데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연기를 하는 게 쉽지 않더라. 이번에 해 보니 마블의 작업을 하는 배우들은 대단한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경성크리처'를 재미있게 본 시청자라면 가토의 역할과 이 인물의 심리에 대해 많이 궁금해했을 것. 일본의 국익이나 전쟁에서의 승리도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새로운 생명체를 만드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는 가토였다. 최영준은 "일본의 현 상황과 전쟁의 결과에 관심이 없고 내 일만 하면 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악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스스로 악하려고 하면 안 된다 생각했다."라며 캐릭터 표현에서 어떤 부분을 신경쎴는지를 이야기했다.
그러며 "가토는 주체적으로 일하는 사람이고 어찌 보면 워커홀릭이다. 사이코패스가 아니고 소시오패스일 수 있지만 감정이 없지는 않고 어떤 한편으로는 가슴이 뜨거우니가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공감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인물이면서 자기 자신은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 착각했던 것 같다."는 해석을 했다.
연출을 한 정동윤 감독이나 작가인 강은경 작가와는 가토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강은경 작가는 내가 처해있는 계급보다 내 일이 먼저인 사람이라는 말을 해주셨다. 감독님은 가토에 대한 정확한 이미지를 갖고 계셨는데 그걸 딱 부러지는 말로는 표현을 못하셨다. 하루는 굉장히 긴 내용의 카톡으로 가토에 대해 설명을 해 주셨던데 맨 마지막에 영화 '인셉션'의 팽이 같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쓰셨더라. 그걸 읽고 나니 저도 좀 더 구체적으로 이미지가 와닿더라."라며 처음 들어보는 디렉션을 해줬던 정동윤 감독을 이야기했다.
구체적이고 분명한 디렉션이 처음부터 있지 않고 작품을 촬영하는 동안 감독과 대화를 통해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분명 어려운 일이었으리라. "촬영이 끝난 뒤 고생시켜 미안하다는 말을 감독이 했는데 저는 재미있었다. 열정이 없어 보이지만 엄청난 열정이 있고, 의지가 없어보지만 엄청난 의지가 있는 사람이 가토였다. 그래서 움직임을 많이 가져가지 않고 고갯짓으로면 표현했다. 뭘 보더라도 똑바로 보지 않고 고개를 살짝 기울여서 쳐다보는 설정을 통해 다른 사람과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표현하려 했다. 그렇기에 똑똑한 사람이지만 결과물은 안 좋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라며 긴 시간 고민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만들어갔던 가토를 설명했다.
최영준은 "이런 작업이 오히려 저는 좋았다. 손에 잡히는 뻔한 연기를 하고 쉽게 읽히는 인물을 연기했다면 이런 결과도 반응도 나오지 않았을 것. 그런 연기는 제가 원하는 작업 방식도 아니고 제 스타일의 연기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정동윤 감독과의 작업을 회상했다.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던 결과물을 보인 '경성크리처'였지만 가토의 공간을 보여주는 설정에 있어서는 약간의 아쉬웠다는 최영준은 "나진을 주고 해부를 하는 것을 모두 가토가 했으면 더 표현이 잘 되었을 것 같은데 모든 걸 지시만 하는 인물이다."라며 과학자인지 군인인지 의사인지 분명하게 알 수 없었던 초반의 미술이나 설정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경성크리처'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로 시즌1은 현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에이스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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