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감독, 배우들의 교체 없이 시즌2,3의 제작을 알린 '스위트홈'은 태초의 배경이었던 그린홈을 떠나 더 넓은 세상으로의 확장을 예고했다. 공개 당시 팬데믹으로 인해 '스위트홈'의 괴물화를 코로나 감염과 유사하다고 느낄 정도로 생생한 공포감을 주었던 작품이었고 평범한 이웃이 괴물로 변하고, 안전하던 집이 더 이상 안전한 장소가 아니라는 불안감을 안길 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는 괴물의 모습은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에 빠지게 했다.
그런 작품의 새 시즌이 공개됐다. 극 중 배경은 폐허가 된 그린홈을 떠나 안전지대를 찾아 떠나는 서울 시내로 확장되었다. 처음에는 밤섬으로 떠나는가 싶었으나 괴물체는 어디에서나 등장했다. 그 과정에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며 혼란스러운 세상의 질서를 잡고자 하는 시도를 한다. 예전 같았다면 이런 혼란스러운 시기에는 군사정권이 자리를 잡는 게 정설이었겠지만 상대는 인간이 아닌 괴물. 특공대조차 괴물 앞에서는 적수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군인들도 대안이 되지는 않았다.
새롭게 투입된 진영, 유오성, 김무열은 군인의 신분으로서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기존의 인물 중 괴물이 되지 않은 인물은 그저 세상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나마 군인인 이 새 인물들은 주도적으로 상황을 헤쳐가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괴물화의 비밀을 연구해 온 임 박사를 오정세는 처음부터 끝까지 도대체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로 나온다. 기괴한 행동, 광기를 보이는 인물로 원래는 선악 사이에 외줄을 타는 인물을 그리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보다 보면 선의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 인물.
안전지대는 아니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집단 거주를 하게 하는 스타디움의 설비를 총 관리하고 보수하는 지반장으로 새롭게 등장한 김신록도 시즌2에서 많은 혼란을 야기하는 인물이다.
보면 볼수록 새로운 인물이 너무 많이 등장해 솔직히 시즌2는 기존 인물들의 서사는 2~3회 차에 한 번씩 잊히지 않을 정도로만 보인다. 전 시즌을 다시 봐야 이해가 되려나 싶었지만 다시 본들 이번 시즌에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 펼쳐지는 세계관이 다르기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루아침에 인간이 아닌 모습으로 변해버린 연인, 친구, 가족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은 시즌이 거듭되어도 변하지 않는 메시지이지만 솔직히 시즌2에서의 확장된 세계관은 그 질문도 살짝 흐려진다. 오히려 '인간성이라는 개념은 어떤 상황까지 유효한 것인가?'라는 질문이 더 강해진다. 인간성은 과연 무엇인지, 정상적인 인간의 형상이 필수 요소인 건지, 연민과 배려 등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 필수 요소인 건지 보면 볼수록 혼란스럽다. 이런 메시지 적인 면을 파고든다면 시즌2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깊이 있는 메시지와 달리 너무 많은 등장인물로 인한 산만해짐, 시즌1에서 집중되었던 캐릭터들의 분량이 갑자기 적어짐, 특히나 이진욱의 캐릭터에 대한 설명 부족 등은 기존 시즌 애청자에게는 많이 아쉬운 대목이다.
너무나 괴물 앞에 인간이 무력한 존재로 그려지고 있는데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미래가 있는가? 다음 시즌에 기대할만한 반전이나 희망이 있나? 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이번 시즌의 아쉬움 중 하나다.
전 시즌은 이런 크리처의 모습 사이사이로 인간의 고뇌가 보이는 드라마였다면 이번 시즌은 표면적으로 완전히 크리처물로 전향한 것 같다. K-크리처의 매력은 드라마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즌을 진화시킨 감독 입장에서는 장르적인 발전이 더 매력적이었던 모양이다. 물론 VFX기술의 발달로 작품 속에서 보이는 괴물의 모습이나 화면 효과들은 시즌1에 비해 훨씬 더 세련되고 자연스러워지고 매끄러워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보고 싶었던 건 멋진 괴물 쪽이라기보다 괴물에 맞서는 정의로운 인간 쪽이 아니었을까.
'스위트홈' 시즌2는 지금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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