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한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시작한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나라는 2003년 2월 칠레와의 FTA를 시작으로 59개국과 21건의 FTA를 체결했다.
FTA 체결로 외국 농산물이 한국 식탁을 점령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 특히 한-중 FTA가 체결되며 농민들의 반발이 커졌고, 값싼 중국산 농산물에 대비해 농민들의 피해를 지원하고자 2017년 3월 농어촌 상생협력 기금이 출범했다.
농어촌 상생협력 기금은 농어민에게 자녀 장학사업, 복지시설 설치, 농수산물 생산 유통 사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설정된 기금으로, 처음 출범할 때만 해도 매년 1,000억 원씩, 10년간 1조 원이 모일 것으로 기대했으나 지난 7년간 조성된 금액은 2,200여억 원으로 전체 목표액의 약 22%에 불과하다.
실제 농식품 수출액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령화와 저출산의 영향으로 농어촌에 위기가 찾아왔다. 따라서, 농어촌 위기 극복을 위해 마련된 협력기금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농어촌 상생 기금을 활용해 창업 공간을 조성하고 새로운 삶의 도전과 희망의 삶을 찾은 사례자들을 소개하고 앞으로 우리나라 농어업이 나아가야 할 방안을 모색해 본다.
- 시골 유휴공간 활용 영월 복합문화공간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절반이 넘는 118곳이 지방소멸 위험지역이다. 그중 한 곳인 강원도 영월군. 60~70년대 석탄 산업의 중심지였지만, 사양산업이 되며 폐광촌이 됐다. 젊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고 영월은 고령사회로 노년층만이 지역을 지키며 농사를 지었다. 그런데 최근 젊은 층이 다시 영월로 돌아와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농어촌 상생협력 기금으로 청년들이 영월 폐공간을 활용해 창업할 수 있도록 도움 줬기 때문이다.
밭멍은 도시에서 직장을 다니다 고향인 영월 상동으로 귀향하여 아이디어를 내 창업한 기업이다. 김지현 대표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방치된 배추밭 부지를 이용해 재탄생시키고 지역주민과 상생을 통해 경제활동을 하며 자리 잡게 됐다. '밭멍'은 밭+멍때리다의 합성어로 밭에서 먹고, 심고 놀아보자는 의미로 기존 폐축사로 무너지던 공간을 리모델링해 단순히 농작물을 생산하고 판매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농지가 아닌 사람을 불러 모으는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김지현 대표는 정원과 농장의 경계가 없는 농장 정원인 퍼머컬쳐를 직접 설계해 아이들의 생태 놀이터, 도시 청년들에겐 힐링·소통 공간으로 알려져 많은 내·외부 관광객들과 청년들이 찾아오고 있다. 퍼머컬처 보급과 교육을 위해 애쓰고 있는 밭멍의 대표 김지현 씨를 만났다.
또 다른 복합문화공간을 찾아갔다. 강원도 영월군 연덕1리. 오래된 쓰레기와 낡은 폐하우스 등 환경 미화 작업을 통해 자연과 어우러진 따스한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물댄동산 카페이다. 특히 옥수수와 콩, 잡곡 등 지역의 농산물을 활용한 제품 개발 및 연구 등 소비자에게 지역의 특색있는 먹거리를 선보이고 있다. 김연정 물댄동산 대표는 영월산업진흥원의 청·장년 창업 지원을 통해 창업하게 됐다고 한다. 그녀는 영월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강원도 영월의 한 연탄공장. 88올림픽 전까지만 해도 연탄은 전 가구의 90%가 사용할 정도로 온 국민의 생활필수품이었다. 하지만 소득이 올라가고 삶이 안정화되면서 석탄 연료는 점차 기름과 가스로 대체되었다. 그러다 보니 전국의 많았던 공장과 종사자 수는 계속 줄고,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다 보니 종사자 평균 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조태윤 대표는 관광·체험 프로그램과 연탄의 접목과 사람들에게 연탄을 통해 산업화의 과정을 교육시켜 연탄의 역사를 보존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공장 부지에 큰 모형 탄광을 설치했다. 제2의 인생을 꿈꾸며 지원 사업에 도전하고 있는 조태윤 대표를 만났다.
-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이뤄준 순천 청소년 오케스트라
순천시 별량면 봉림리 한 연습장엔 다양한 장르의 연주곡이 울려 퍼진다. 순천청소년오케스트라는 순천지역 13개 초‧중‧고 60명의 학생이 1바이올린, 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로 구성한 청소년 현악 오케스트라이다. 출범된 지 6년 차, 순천지역의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도전과 희망을 꿈꾸고 있다. 농촌에서는 차세대 문화예술인을 양성하기엔 황무지와 다름없다. 문화적으로 재능이 있더라도 피아노학원 한 곳도 없다. 이동이 쉽지 않은 농촌 마을 아이들을 위해 매주 레슨을 거르지 않는 선생님들의 배려, 오케스트라 합주에 빠지지 않는 아이들, 어려운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음악을 통해 변화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전한다.
- 지속가능한 ESG 대표 지역 제주도
제주도에서는 갯녹음과 바다 사막화 방지를 위해 바다숲·바다목장 조성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다. 바다숲 조성이란 갯녹음이 발생한 해역에 해조류와 해초류를 조성하여 해양수산자원의 서식처 및 산란장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제주도는 2009년부터 바다숲 조성사업을 실시해 9,884㏊의 바다숲을 조성했다. 또 바다목장 조성사업을 통해 인공어초·자연석 조성, 자원 조성, 서식 환경 개선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2030년까지 5만 4,000㏊의 바다숲을 조성해 전 연안의 75% 바다 녹화 목표이다. 장기적으로 전 연안의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 및 적용을 통해 건강하고 풍요로운 바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다른 현장. 제주시니어클럽은 올해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숙박시설에서 나오는 폐린넨을 재활용해 앞치마나 작은 주머니, 가방 등을 만드는 일을 위해 '다새로미'를 운영하고 있다. 제주에서만 연간 6천 600톤의 폐섬유‧의류 폐기물이 발생해 이를 활용한 자원순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숙박시설에서는 폐기물 배출비를 절약하고 소각량을 대폭 줄여 환경보존에 참여하는 ESG 경영을 실천하는 셈이 되고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새롭게 제작된 제품은 다시 저소득층과 나눌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냈다. 다새로미 참가자들은 한 호텔에서 폐린넨을 수거해 오면 오염되거나 찢어진 부분은 잘라내는 마름질을 하고 감물을 들여 재료를 준비한다. 그리고 염색된 천은 만들어질 제품 디자인에 따라 다시 마름질이 되고 재봉틀 작업을 거쳐 최종 제품을 만든다. 올해 만든 폐린넨 제품은 2023년 12월 노인 주거 시설에 기부할 계획이다.
MBC '다큐프라임-농어촌의 미래, 상생의 길을 찾다'는 오늘 29일(수) 오후 5시 10분에 농어촌 상생협력 기금 사업들을 점검하면서 그 의미를 되짚어 본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 현장, 특히 도시를 떠나 농촌에 정착한 청년들을 만나 그들의 도전기를 통해 농어촌 상생협력 기금의 필요성을 제시해 본다. 더불어 출연금의 위축으로 위기에 봉착한 농어촌 상생협력 기금 사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나아가 우리나라 농어촌의 미래를 그려보는 시간을 갖는다.
iMBC연예 유정민 |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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