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아무리 예쁜 꽃들이 많아도
저한테는 국화가 제일 예쁜 꽃입니다"
경상북도 김천시의 수도산, 그곳에서도 해발 800미터에 자리 잡은 작은 산골 마을. 알프스가 부럽지 않을 만큼 넓고 뻥 뚫린 풍광을 자랑하는 집에 이봉우(56) 씨가 살고 있다. 그곳에서 꾸지뽕을 재배해 판매하는 일을 하는 그는, 16년 전만 해도 서울에서 부동산 개발 회사에 다니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었다. 그러나 직업 특성상 잦은 술자리로 인해 건강이 나빠졌고 '이러다 죽겠다'란 생각이 들어 귀촌을 결정. 마흔 살이 되던 해에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기 위해 고향인 김천으로 오게 됐다. 조용한 산골 생활에 활기를 더하는 건 그의 단짝, 반려견 '국화' (암컷/14살). 태어난 지 두 달도 채 안 됐을 때 만나 14년을 함께하고 있다.
첫 만남부터 운명이었던 둘. 14년 전, 친한 형님이 식당에서 키우던 국화는 처음 만난 봉우 씨의 무릎에 올라 잠을 청했다. 스스럼없이 다가온 국화가 마냥 귀엽고 인연처럼 느껴진 그는 형님께 부탁해 국화를 입양했고 가족이 되었다. 산을 오를 때면 야생동물로부터 봉우 씨를 지켜주기 위해 늘 경계하며 걷는다는 국화. 작은 체구로 앞서 걸으며 자신을 보호하려는 듯한 모습이 사랑스러워 봉우 씨는 볼 때마다 웃음이 난다고.
덕분에 든든하게 산을 다녀올 수 있는 봉우 씨는 반려견 국화와 하루에 한 번 꼭 산을 오른다. 산에 피는 꽃과 나무, 야생초들을 살피며 국화에게도 산의 아름다움을 가르치고 있다. 그 덕분일까? 반려견 나이 14살, 사람 나이로는 팔순에 가까운 국화인데도 체력만큼은 청춘 못지않다. '산책'이란 단어만 들리면 멀리서 전력 질주로 달려올 정도! 오늘은 매일 가는 뒷산 대신 특별한 절경을 보러 간다는데... 봄의 끝자락에서 함께 오른 산, 어떤 풍경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까?
"끝을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함께 살면서 추억을 많이 쌓고 더 재미있게 사는 게 중요한 거죠"
노령견인 국화가 더 나이 들기 전에 이곳저곳 다니며 많은 추억을 쌓고 싶다는 봉우 씨. 그동안에는 국화가 오랜 시간 차를 타면 불안해해서 동네를 벗어나기 힘들었단다. 하지만 오늘은 평생을 산만 보고 살아온 국화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큰마음 먹고 장거리 여행에 도전한다. 오늘을 위해 든든한 지원군도 초대했다. 봉우 씨와 같은 동네에 사는 오랜 친구가 국화의 편안한 여행길을 돕기 위해 일일 기사가 되어주기로 한 것이다. 운전을 맡아준 친구 덕분에 봉우 씨는 국화를 품에 안고 뒷좌석에서 편안하게 여행지로 출발한다.
그렇게 국화를 데리고 간 곳은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 태어나 처음 보는 광경에 어리둥절하는 것도 잠시. 봉우 씨 품에 폭 안겨서 바다를 느끼다 보니 금세 모래사장 데이트도 가능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봉우 씨의 친구는 둘만의 추억을 남겨주기 위해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사진 속 봉우 씨와 국화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국화가 꽃이니까요
저는 국화가 필 수 있는 들과 산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오늘은 봉우 씨 마을에 직거래 장터가 열리는 날. 봉우 씨를 포함해서 마을 사람들이 저마다 재배한 식재료들을 갖고 나와 판매하는 자리다. 봉우 씨도 한자리를 맡아 그동안 열심히 재배한 꾸지뽕으로 만든 즙을 판매한다. 봉우 씨가 가는데 국화가 빠질쏘냐! 봉우 씨가 장터에 나올 때면 항상 같이 나온다는 녀석. 장터에서 일하는 동안 얌전히 기다려 준 국화 덕분에 짧은 시간에 판매 완료! 더운 날씨에 함께 고생한 국화를 위해 오늘은 시원한 곳으로 산책을 나간다는데...
봉우 씨가 여름이면 꼭 들르는 산속 작은 계곡이 오늘의 데이트 장소. 국화와 함께 바위에 걸터앉아 물소리를 반주 삼아 노래 한 가락을 뽑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오랜 시간 곁에 있어 줬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함께 할 국화에게 슬며시 건네는 말. '국화야, 우리는 축복받은 존재야!'
자연 속에서 행복을 찾으며 살아가는 봉우 씨와 꽃보다 예쁜 반려견 국화의 이야기는 6월 10일 토요일 저녁 8시 5분 '동물극장 단짝'에서 만나 볼 수 있다.
iMBC연예 유정민 |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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