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이후 큰 화제가 되고 있는 만큼 엔딩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이런 반응을 알고 있다는 방우리 감독은 "갑자기 남자 주인공이 죽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너무 많이 물어보더라. 김유정은 엔딩을 좋아했고, 변우석은 엔딩에 대해 아쉬워하더라."라며 주변 반응과 주인공들의 반응을 전했다.
결말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는 방우리 감독은 "첫사랑 영화로 가장 좋은 엔딩이 뭘까 생각해 봤고, 그전에 제 친구들에게 과거 첫사랑을 만나볼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기도 했었다. 제 친구들은 첫사랑을 다시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남녀 주인공이 만나는 게 과연 좋은 엔딩인가 싶더라."라며 지금의 엔딩을 결정하게 된 과정을 이야기했다.
방우리 감독이 엔딩에 담은 의미는 각별했다. 그는 "첫사랑은 결국 이뤄지지 않아서 아름답고, 첫사랑은 결국 첫 이별이기도 하다. 내 전부였던 사람이 사라지는 경험은 죽음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그 사람과 더불어 그 사람을 좋아했던 내 청춘에 대한 그리움이 첫사랑의 아련함이라 생각한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청춘을 의미하는 엔딩이고, 다만 두 사람의 엔딩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건 이별도 처음이기에 미숙하고 제대로 못했을 것 같아 영화에서 제대로 된 이별을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문호는 청춘 시절의 모습으로 남아 어른이 된 보라와 마주하게 되는 엔딩을 만들었다. 그게 첫사랑 영화로 좋은 결말이지 않나 생각한다. 죽음은 일종의 은유로 넣었고, 그래서 '20세기 소녀'라는 제목도 짓게 된 것"이라며 '풍운호'의 죽음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영화에 등장한 이정재 주연의 영화 '정사' 비디오에 대한 에피소드도 밝혔다. 방 감독은 "시나리오 때부터 '정사' 비디오테이프는 설정했었다. 2018년 시나리오 개발할 때부터 '정사'는 넣었는데 어릴 때 친구들과 너무 보고 싶어서 어렵게 빌려봤던 작품이다. 제목 때문에 야한 영화처럼 느껴지는데 작품성이 있는 영화다. 당시 청춘스타가 나온 영화이고 그때 소녀들이 보고 싶어 했던 영화여서 영화에 넣었는데, 중간에 '오징어 게임'이 잘 되면서 이게 운명인가 싶더라"라며 웃음이 빵 터지는 사연을 밝혔다.
극 중에서 '풍운호'의 "목소리가 예쁘다"라고 한 말 때문에 '나보라'가 성우가 되는 설정에 대해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꿈으로 이어지는 게 학창 시절 같다. '보라'에게 '운호'가 해준 말은 굉장히 짧았지만 평생을 가는 말이라 생각했다"라며 설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20세기 소녀'는 아련하고 파스텔톤 넘쳐나는 보드라운 색감으로 시청자들을 첫사랑의 모드로 안내한다. 이런 색감에 대해 방 감독은 "과감할 정도로 채도를 올려서 작업했다. 과거는 미화된다. 세기말의 이미지는 알록달록했다. 당시에 소프트한 필터도 많이 쓴 게 생각나서 몽글몽글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 제 세계가 색깔로 표현되면 좋겠다 생각돼서 과할 정도로 색감을 넣었다. 그 색깔로 정서를 받아들이기 더 좋지 않을까 했는데 호불호가 있을 거라 생각은 했었다."라며 색감에 담은 감독의 연출 의도를 밝혔다.
첫 데뷔작으로 전 세계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방 감독은 "학원물은 첫 도전인데 재미있었고 기회가 되면 또 해보고 싶다가도 새로운 것도 하고 싶다. 다음 작품은 판타지 로맨스를 하고 싶다. 원작이 있는 작품을 기획하고 있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앞으로도 지금과 비슷한 결의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다. 저는 평범한 삶 속에서 특별함을 찾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제 인생 영화가 '시네마 천국'인데 인생의 한 부분을 영화로 만드는 작업을 계속하게 될 것 같다"라며 앞으로 펼쳐낼 방 감독의 작품 세계를 기대하게 했다.
용필름이 제작하고, 국내 유수 영화제에서 단편영화상을 휩쓸며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아온 방우리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데뷔작이자, 청춘을 대표하는 신선한 배우들이 보여줄 연기 앙상블과 케미스트리로 우리 모두를 다시 두근거리게 할 로맨스 영화 '20세기 소녀'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스트리밍 중이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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