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푸터(고객센터 등) 바로가기

노덕 감독 "'글리치' 촬영중 돌아가신 오흥석 미술감독 애도하며 연출" [인터뷰M]

기사입력2022-10-17 16:41
  • 트위터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링크 복사하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글리치'를 연출한 노덕 감독을 만났다. '글리치'는 외계인이 보이는 지효와 외계인을 추적해온 보라가 흔적 없이 사라진 지효 남자친구의 행방을 쫓으며 ‘미확인’ 미스터리의 실체에 다가서게 되는 4차원 그 이상의 추적극을 그린 이야기로 '연애의 온도'의 노덕 감독과 '인간 수업'의 진한새 작가의 만남, 전여빈과 나나의 조합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지금의 '글리치'와 약간 비슷한 이야기를 수년 전 기획한 적이 있었다는 노덕 감독은 "그때는 OTT가 없던 시절이었고 연쇄 실종사건이 벌어지는 서울이 배경인 이야기로 중년의 아저씨 고등학생, 대학생 3명의 주인공이 조합인 작품이었다. 셋 중 하나가 사라진 지인을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나머지 2명을 만나며 같이 찾아가고, 왜 실종되었는지, '네가 인간임을 확신할 수 있어?'라는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기획했던 작품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는 이야기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에서 접어뒀던 아이템인데 너무 비슷한 이야기의 연출 제안이 들어왔다. 이 작품을 내가 연출하지 않더라도 누군가 연출을 할 테고 그렇게 되면 5~6년 전 내가 기획했던 아이템이 '글리치'의 아류나 표절이라는 이야기를 들을게 분명해서 남이 연출할 바에는 내가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서"라며 이 작품을 연출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유사한 이야기의 기획 경험이 있었던 노덕 감독은 진한 새 작가와의 작업에 대해 "저의 것을 강요할 수 없는 거고, 제가 이런 이야기를 기획했었다는 것도 알리지 않았다. 저에게는 그때 이야기를 준비하다 실패했던 경험이 있었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결코 쉽지 않고 우리에게 익숙하고 관습화된 장르에서 벗어나 길을 잘 개척해야 하는 이야기라는 걸 알아서 그런 부분에서 도와줄 부분이 있으면 도와주려고 했다."라며 자신의 것을 강요하지 않고 실패의 경험을 살려 작품에 도움이 되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SF와 미스터리, 스릴러, 버디물까지 한 번에 어우러진 작품을 만든 노덕 감독은 "처음부터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개척해야 하는 장르여서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또 그만큼 보시는 분들도 함께 모험을 각오하며 이 작품을 감상하셔야 한다. 어느 정도 대중의 반응은 감안하고 시작했고, 또 대중적인 작품은 아니라는 걸 알고 시작했고 지금은 그걸 확인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라며 공개된 작품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이야기하며 쉽지 않은 작품임을 알면서도 시작하게 되었다는 작업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감독으로서 이 작품을 만들어가며 힘들었던 건 '공간'이었다고 노덕 감독은 밝혔다. "모든 에피소드마다 저만의 숙제는 늘 있었다. 새로운 대본을 받을 때마다 가장 크게 온건 새로운 공간이 열린다는 게 어려운 숙제였다."라고 이야기하며 특히나 이 작품의 처음부터 비주얼 콘셉트를 공유했던 파트너인 오흥석 미술감독의 부재에 큰 부담을 느꼈다고 밝혔다. 작품의 시작부터 비주얼적인 담당을 해왔던 오흥석 미술감독이 10회차 촬영을 마치고 돌아가시면서 이후 촬영분으로 미뤄놨던 장면들의 미술과 연출까지도 믿었던 파트너를 잃은 아픔과 함께 감당하느라 연출적으로 힘든 시간이 있었다고 이야기하며 "촬영 막바지로 갈수록 그분이 공간에 담아놓은 에너지가 느껴서 마음이 스산했다. 특히나 '지효'의 집은 디자인부터 세팅까지 다 직접 마무리해 놓으신 공간이라 그 공간에서의 촬영이 더욱 그랬다."라며 애도의 마음과 연출자로서 책임감을 동시에 담아 후반부 작업을 했음을 털어놓았다.

'지효'와 '보라'가 외계인을 추적하는 SF적인 이야기냐, 아니면 외계인을 빙자한 뭔가에 대한 믿음에 관한 미스터리한 이야기냐, 그것도 아니면 두 인물의 버디물이냐에 대한 시청자들의 분분한 해석에 대해 노덕 감독은 "이 작품은 개인적인 이야기"라며 정의했다. 그는 "이 작품이 여러 장르를 건드리는데 장르적 관습을 넘어서서 클리세 끝까지 가지 않고 빠졌다가 다른 장르로 가는건 이 작품의 형식이라기보다는 인물을 중심에 두려는 노력이었다. 좀 더 개인이 갖고 있는 고민을 담고 싶었고, 그게 같은 고민을 하는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했다. 보시는 분들도 장르적으로 봐주시기 보다는 인물에 중심을 두고 개인들을 따라가주시면 좋겠다"라며 관전 포인트를 추천했다.

인물에 중점을 두고 작품을 본다 하더라도 외계인의 목격이나 사이비 종교 단체 등의 요소들이 너무나 강렬했던 것에 대해 노덕 감독은 "장르적 긴장감을 유발하기 위한 요소로만 쓰려고 장르를 접목시킨 것은 아니었다. '지효'라는 인물은 계속해서 외계인이 있는가에 대해 의심을 해오다가 후반부에 갑자기 자신이 호산나인가보다라며 확신을 가지게 되고 그렇게 확신을 한 순간 위기에 빠지게 된다. 그건 불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달려나간 행동에 대한 댓가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 역시 나는 아무것도 아니고 내 의심은 끝이 없을거라는 바닥같은 순간에 처했을때야말로 선물처럼 보석같은 깨달음을 얻을수 있다는 은유적 표현을 하고 싶었다. 인물의 모함을 보여주고 모험의 끝에 깨달음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설정으로 여러 장르들이 필요한 것이었다"라며 닭이냐 달걀이냐의 이야기 같지만 장르적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서가 아닌 메시지를 위해 장르를 활용했음을 이야기했다.

연출을 하는 것과 연기를 한다는 게 비슷한 작업같다는 이야기를 하는 노덕 감독은 "이 작품을 하면서 많이 위로를 받았다. 카메라의 앞에 있거나 뒤에 있거나가 다를 뿐이지 어떤 연기를 할지, 그 연기를 오케이 할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외로운 작업이다. 못하면 더 외롭고 자신에게서만 답을 찾는 건 많은 인내와 자기와의 싸움을 동반하는 긴 과정인데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게 어마어마한 힘이 되는 것 같다. 그걸 알게되면서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수 있을거라는 생각도 했다."라며 작품을 통해 배우와 스태프들로 인해 많은 힘을 받았음을 이야기했다.


그러며 "영화보다 2~3배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한 시리즈를 작업하면서 내면에서도 많은 일이 일어났고, 배우나 스태프를 대하는 방식이 많이 변했다. 그 전에는 제 작품을 열심히 만들려는 생각으로 연출했다면 이번에는 그러면서도 동시에 배우와 스태프의 고민에 내가 누군가의 '허보라'가 될수있다는 생각으로 먼저 믿어주는게 생겼다. 그게 확실히 그들에게 힘이 된다는 걸 체감했다.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같다."라며 이 작품이 감독의 인생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를 이야기했다.

'글리치'는 현재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중이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