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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표 "돌아가신 어머님 때문에 오히려 행복하게 살려고 한다" [인터뷰M]

기사입력2022-08-1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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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육사오'로 관객들에게 돌아온 고경표를 만났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형사 '수완'을 연기하며 관객들에게 반짝 인사를 했던 것도 무려 4년 만이었는데 곧 '육사오'의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주연으로 돌아와 8월 극장가의 웃음 단추를 예고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전역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군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육사오'를 촬영한 고경표는 "극 중에서 말년 병장이었는데 실제 저의 병장 때의 내무반에서의 모습을 많이 그렸다."라며 군에서의 경험을 작품에 녹여냈다는 이야기를 했다.

군대 생활은 어땠냐는 질문에 그는 "재미있었다. 제 또래 친구들이 군대 갔을 때와 달리 제가 입대할 때는 병영문화가 많이 달라졌다. 저는 군 생활 끝 무렵에는 핸드폰도 썼었다. 그리고 입대했는데 중간에 군 복무 기간이 30일이나 줄었다. 이게 웬 경사인가 싶었다. 나이 어린 선임이 기를 잡으려고 저를 호되게 잡으려고 했었는데 그래도 군대에서 갇힘을 공유하고 있는 사이이다 보니 이후에는 돈독해지고 즐거웠다. 저는 분대장 조교였는데 저희보다 더 선임을 교육해야 했다. 그래서 더 동기들과 돈독한 군 생활을 했다"라며 군에서의 생활을 이야기했다.

군대 다녀온 게 연기 생활에 큰 도움을 준다는 고경표는 "우선 아침에 일어나는 습관이 달라져서 너무 좋다. 입대 전에는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 싫고 힘들었는데 지금은 알람 소리 들으면 일단 일어난다. 그리고 눈을 뜨면 지금 있는 곳이 군대가 아니라는 게 너무 행복해서 새 아침을 시작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지더라. 생활뿐 아니라 배우로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늘 다른 이미지로 변신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입대 전에는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나는 생각도 했었는데 입대 이후에는 뭐든 자유의지로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서 더 열심히 살게 되더라. 쉴 때도 가만히 있지 않고 무조건 나가서 한강에서 10km를 걷거나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라며 군 입대를 통해 일상의 자유로움이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인지를 새삼스럽게 깨달았음을 말했다.


작품이나 캐릭터의 비중에 대해서도 고경표는 꽤나 열린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 "배우로서의 목표는 다 이뤘다. 주연도 해봤고 많이 알려지기도 했고 장르도 여러 가지 해봤고 배우로서 노렸던 건 이미 다 해봤다."라고 이야기하며 "한번 주연을 해보고 나서는 꼭 주연을 고집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배우로서 연기를 오래 하고 싶은 거지 주인공이 하고 싶은 건 아니어서 특별출연이건 단역이건 조연이건 가리지 않고 저를 써주시는 곳이 있다면 꽉 꽉 채워서 연기를 하고 싶다. 그 캐릭터들을 다 다르게 하고 싶고, 그걸 마주하는 관객의 반응을 보면 성취감도 있더라. 그러다 보니 작품이나 캐릭터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바뀌게 되었고 작업하는 게 너무 즐겁다"라며 캐릭터의 경중보다는 얼마나 새롭고 재미있는 캐릭터인지에 매력을 느끼며 작품을 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얼마 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서 '수완'으로 연기했던 고경표는 "그때도 기분이 좋긴 했었다. 그 영화를 보고 친한 친구들이 제 연기가 눈에 띄더라며 연기를 좋게 봐줬더라. 그전까지 저에게 그러게 호의적이지 않던 친구들인데 이게 박찬욱 감독님의 영향인지, 저를 대하는 태도도 살짝 달라지더라. 그 이후 '육사오'를 봤는데 매일 놀리던 친구들이 연기를 잘 했다고 말해줘서 너무 좋았다"라며 영화에 대한 가까운 친구들의 반응을 전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이야기가 나온 김에 '헤어질 결심'으로 만난 박찬욱 감독에 대해 물었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수완'이 영화의 숨 쉴 구멍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해준'과 대화를 할 때는 반응도 크게 하고 계속 투덜거리면서 진심 또는 실망을 표현했다. 그런데 정말 감독님의 디렉션이 좋았다. 정말 디테일하고 말의 어미 처리조차도 전달하는 의미가 달라진다는 걸 여실히 느꼈다. 극 중에서의 '수완'이의 말투는 제 말투가 아니라 박찬욱 감독의 말투다. '남편이 죽었는데 안 놀랐대?'라는 대사의 리듬을 알려주시더라. 감독님은 어, 아, 음 등 망설이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면 좋겠다고 하시고, 콤팩트하고 확실한 전달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옛날 선생님들이 수업할 때 장음과 단음의 구분이 중요하다고 하시면서 그래야 전달하는 바가 다름이 드러난다고 했었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를 명확하게 새겨주셨던 분"이라며 박찬욱 감독의 디렉션에 대해 이야기했다.

고경표는 군 전역 후 4년 만인 2022년에 많은 영화를 쏟아내며 스크린을 자주 두드렸다. 그는 "작년에 비치지 않고 묵묵히 일만 했다. 그게 올해 '우라 까이 하루키'라는 단편영화로 처음으로 관객을 만났던 작품이다. 지금껏 제가 그런 청년의 이미지로 사랑하는 캐릭터를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고경표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나 하는 새로운 발견을 하셨다는 평이 있더라. 이후에 '헤어질 결심' '육사오' '모퉁이'에 이어 곧 있으면 공개될 넷플릭스의 '서울대 작전'까지 올해 공개된다. 지금 찍는 드라마 '월 화 수 목 금 토'도 있고, 내년 초에는 디즈니 플러스에서 보여드릴 '커넥트'까지 각기 다른 캐릭터를 연속으로 보여드릴 예정이다. 아직까지는 흐름이 좋다"라며 올해와 내년 사이에 선보이게 될 작품들을 열거했다.


지난해 넷플릭스의 'D.P.' 출연에 이어 내년에 디즈니 플로스까지 연이어 OTT 드라마를 하게 된 고경표는 "OTT 진출에 대해 별 다는 생각은 없다. 지금에 만족한다. 이미 한국의 문화시장이 세계적으로 많은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데 여기 올라 칼 수 있으니 좋다. 꿈꿔보지도 못했던 일이 현실화되는 걸 보면서 많은 선배 배우들이 존경스럽고 자긍심도 생기고 더할 나위 없이 좋다"라며 글로벌 진출에 대해서는 별다른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도 "외국어를 너무너무 잘하는 김민하나 손석구는 너무 부럽다. 특히 남성적인 섹시함도 있는데 할리우드에서 먹힐 수 있는 유려한 영어 실력도 갖추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는 상상해 봤다."라며 지금 자신에게 가장 매력적인 대상은 손석구라는 이야기를 했다.

앞으로의 연기에 대해 "지금 연령대에 할 수 있는 연기는 많이 하고 싶다. 뭉텅뭉텅 흘러가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말하는 고경표는 "지금처럼 잘 쓰이는 배우이고 신뢰 주는 배우이고 싶다. 차근차근 묵묵히 연기하는 배우이고 싶다. 그게 저의 가장 큰 바람이다. 사고가 굳어있고 자신과 타협하는 사람이고 싶지 않다. 개 버릇 남 못 준다는 말도 싫어한다. 작품 하나를 끝내고 나도 이렇게 느끼는 바가 많고, 사람은 계속해서 변한다. 그 변화가 끊이지 않기를 바란다. 진취적이고 낙천적이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고 싶다. 스스로 우물을 파고 싶지 않다. 기준은 스스로 정하는 거 아닌가. 요즘 제일 마음에 드는 단어는 '오히려'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오히려 전화위복 되었다는 의미로 많이 쓴다. 되게 힘이 있는 말인 것 같다"라며 요즘 고경표로서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생각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렇게 건설적인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는 "좀 무거운 이야기인데 들어보시렵니까?"라며 2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입대할 당시에도 어머니의 투병을 알고 있었지만 결국 어머님이 돌아가신 이후 자신의 세상도 끝나고 스스로가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는 고경표는 "삶이 짤다면 너무 짧고 부질없다고 느껴졌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 엄마가 나를 낳고 키워주신 과정을 헛되게 하고 싶지 않더라. 그래서 기왕이면 많이 웃고 행복하고 열심히 살면서 어머니께 받은 사랑을 널리 베풀고 싶었다. 어머님이 늘 포용하시고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셨었다. 살아보니 늘 괜찮은 게 아니더라. 어쩌면 그렇게 내색하지 않고 살아오신 게 어머니를 일찍 보내드리게 된 게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그때가 제 가치관을 크게 바꾸게 한 계기가 되었다."라며 왜 더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는지 이유를 밝혔다.

고경표는 "웃을 일이 많지 않은 요즘이다. 하지만 우리 영화를 보시면 웃을 수 있으실 것. 웃음은 보장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오셔서 많이 웃다 가시길 바란다"라며 관객들이 영화를 통해 웃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랐다.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버린 57억 1등 로또를 둘러싼 남북 군인들 간의 코믹 접선극 '육사오'는 8월 24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싸이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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