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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선언' 한재림 감독 "어떤 기대를 했는지에 따라 호불호 갈릴 수 있다" [인터뷰M]

기사입력2022-08-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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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새 영화 '비상선언'을 내놓은 한재림 감독을 만났다.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항공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와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74회 칸 영화제 공식 섹션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는 쾌거를 이룬 작품이다.

iMBC 연예뉴스 사진

한재림 감독은 "몇 년 만에 영화를 소개하는데, 이 작품은 작년에 한번 칸에서 선보이고 리뷰도 들어서 그런지 또 한 번 개봉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도 설레고 떨린다. 예매율 1위라는 좋은 소식도 있지만 그건 배우들에 대한 기대감의 표시인 것 같고, 이 영화가 관객과 만나면서 어떤 평을 들을지 기대되고 초조하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10년 전 이 영화의 제작을 제안받았다는 한재림 감독은 "'관상'도 하기 전에 시나리오를 받았으니 10년도 더 된 것 같은데, 그때도 항공기 테러였다. 당시에는 뒷부분을 과연 어떻게 해결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느낌이 오지 않아 미뤄뒀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작품으로 관객에게 뭘 줘야 할까의 의미가 떠오르더라. 재난 앞에서 인간은 두렵고 힘들 수 있지만 조금의 성실함이 모인다면 재난을 극복해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이 이야기를 통해 희망을 갖고 싶었다"라며 오래 끌었던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공포감 조성을 위해 윤리적인 고민까지 했었다는 한재림 감독은 "공포가 어디서 기인하는지를 생각해 봤다. 대부분은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더라. 아주 작은 것이 점점점 사람의 심리를 변하게 만들고 결국 인간성까지 변화하게 만든다. 그래서 영화에서도 너무나 작은 공기 중에 공포를 심고 공기가 밀폐된 곳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그려갔다"라고 설명을 했다.


그러며 "재난은 이겨내는 게 아니라 왔다 가는 것 같다. 재난이 왔다 간 다음의 삶이 무엇인지, 남겨진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가 중요한 것이고 영화에서도 거기에 집중했다. 영화 속에서 임시완은 재난의 상징이다. 재난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서 모든 인물들이 아주 작은 용기를 보태어 힘든 상황을 버텨내고 서로 연대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 냈다. 그런 게 재난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거라 생각한다"라며 재난에 대응하는 여러 등장인물을 구성하게 된 이유를 이야기했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한재림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리얼리티'라고 했다. 실제 다큐처럼 보이고 싶어서 비행기 세트 내부의 촬영도 기계로 대신하지 않고 카메라 감독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360도 회전하는 장면을 촬영했다는 한재림 감독은 "영화 속 모든 설정이 실제 리얼타임을 계산하고 짜여졌다. 영화 속 등장하는 플랭카드들도 제작에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확인했고 한두 시간이면 만들어진다고 해서 비행기가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시간 안에 충분히 들고나갈 수 있는 거라는 걸 확인했고, 항공 기장이나 파일럿의 비행 조종의 손동작과 누르는 버튼까지 다 고증을 해서 만들었다"라며 영화 속 모든 상황을 검증해 봤다는 이야기를 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한재림 감독의 리얼리티에 대한 집착은 배우들의 연기에도 이어졌다. 그는 "배우들에게도 사실적으로 연기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각 캐릭터의 직업을 앞세우지 말고 사람을 앞세워 달라고 했다. 유일하게 승무원 역할의 배우들에게만 직업적인 모습을 강조해 달라고 했고 그들도 이병헌과 함께 있는 순간에는 인간적인 모습이 보이게 해달라고 했다. 사람으로서 그들의 삶을 보여주길 바랐다."라고 디렉팅 방향을 이야기하며 "임시완에게도 범죄자라 생각하지 말고 과장하지 말고 힘주려고 하지 말고 일상적으로 편하게만 연기해달라고 했다."라며 모든 캐릭터를 망라하고 공통된 요구를 했음을 밝혔다.

영화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출연했다. 송강호를 비롯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을 비롯해 얼굴만 봐도 알만한 훌륭한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승객으로 출연해 빈틈없는 연기 열전을 펼쳤다. 그 누구 한 사람을 꼽아 칭찬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연기를 펼쳤다고 한재림 감독은 이야기하면서도 "송강호가 출연하지 않겠다고 하면 이 작품을 안 하려 했다."라며 이 작품은 절대적으로 송강호가 필요했음을 강조했다. 그는 "땅에서 송강호가 연기한 '인호'의 역할이 단순해 보이지만 많은 레이어가 필요한 인물이었다. 짧지만 하루의 일을 어떻게 표현해 내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균형이 잡힌다고 생각했다. 송강호와는 이번이 세 번째 호흡이기도 하지만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이전에 항상 어른이고 기댈 수 있는 선배다. 그래서 더 많이 의지하며 작업했다"라며 송강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재림 감독은 가장 캐스팅이 어려웠던 배우로 현봉식을 꼽으며 "송강호와 같이 나오는 형사 역할의 배우다. 송강호와 같이 다니는 형사가 어떤 느낌이어야 리얼하고 시너지가 있을지 그 톤이 너무나 고민되었고, 어렵게 모신 분이다. 그다음은 송강호의 아내 역할로 출연하는 배우였다. 극 중에서 한 번도 송강호와 만나지 못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아내라는 걸 리얼하면서도 과장되지 않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스러웠다. 송강호를 움직일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인물을 캐스팅하느라 고심했다."라며 극중 모든 캐릭터를 세심한 고민 끝에 캐스팅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영화의 호불호에 대해 한재림 감독은 "어떤 영화를 기대한 것인가에 따라 감상은 갈릴 수 있다고 본다. 저희 영화는 테러 영화가 아닌 재난 영화다. 재난 영화의 범주로봐주시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임시완은 빌런이 아니라 재난이다. 재난이기에 이유도 없이 와서 사라진다. 그런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에 중간에 사라진다."라며 테러나 응징의 관점이 아닌 재난의 관점에서 보면 좀 더 영화의 해석이 풍성해질 것임을 이야기했다.

그러며 "영화는 어떤 의견도 있을 수 있다. 다양한 피드백이 있더라. 어떻게 이렇게 의도를 완벽하게 파악했을까 싶은 것도 있고 왜 이렇게 생각하시나 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에 걸리고도 바깥에 나가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코로나에 걸린 것 같다는 생각만으로도 집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현실 세계의 사람들이 이렇게 다양하듯이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인물들이 출연하는 영화다. 그들이 이해되길 바랐다"라는 말로 관객들의 어떤 평도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한재림 감독은 "매번 관객들에게 새로움을 주고 싶다. 공교롭게 '더 킹'이나 '비상선언'이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로 보일 수 있는 타이밍에 공개되며 뭔가 예지하는 것처럼 보이게 되었는데, 다음에는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을 영화화하고 싶다"라는 말로 차기작의 방향성의 힌트를 안겼다.

한편 '비상선언'은 현재 개봉해 절찬 상영 중이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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