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푸터(고객센터 등) 바로가기

'이브' 일등공신 유선…'아저씨 고함' 탄생 비결 [인터뷰M]

기사입력2022-07-26 09:00
  • 트위터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링크 복사하기
'이브' 유선이 난생처음 듣는 목소리를 냈다. 괴랄한 악녀 한소라를 연기하던 중 일순간 몰입해 마치 '아저씨의 고함'을 지른 것. 시청자에게 충격을 준 그녀의 비명은 작품 전체의 몰입도를 높였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최근 파격적인 소재와 줄거리로 이목을 끈 작품 tvN 드라마 '이브'(극본 윤영미·연출 박봉섭)가 인기리 종영됐다. 13년의 설계, 인생을 걸고 펼치는 한 여자의 가장 강렬하고 치명적인 격정멜로 복수극이다. 유선은 극중 가족을 몰살시킨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인생과 사랑을 모두 내던진 이라엘(서예지)과 대척점에 선 재벌가의 딸 한소라를 연기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유선은 악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호평을 얻었다. 한소라는 강윤겸(박병은 분)의 남편이자 이라엘의 복수의 대상이다. 정재계 최고의 권력자로 군림하는 한판로의 외동딸로 안하무인 갑질을 일삼는 그이지만, 태어나 처음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해준 자신의 남편에게는 항상 갈증을 느낀다. 복잡다단한 사연에 엄청난 감정의 진폭을 지닌 인물이 분명하다. 유선은 그런 한소라를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들어 열연했다.

유선은 iMBC연예와 진행한 종영 인터뷰를 "소라 안에 계속 머물고 있는 느낌이 든다. 이제는 이별해야 할 때가 됐다는 게 체감된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결말에 대해 "소라가 어떤 식으로든 응징당할 것이라는 건 예상했다. 비참한 말로의 방식에 대해 여러 생각을 했다. 대본을 막상 보니 정말 충격이었다. 상상 이상의 결말이라 더 좋더라. 감정선이 복잡하고 힘들었지만, 예상을 깬 결과라 시청자에게도 더욱 좋았던 거 같다"고 전했다.


이어 "소라를 연기하며 굉장히 외로웠다. 세상에 물질은 모두 누리고 있지만, 다 필요 없고 남편 사랑만 가지고 싶다는 순종적인 면모도 지닌 인물이다. 그런 남편을 잃은 감정은 정말 고통스러웠을 거다. 아버지의 사랑도 받지 못한 상처가 아주 깊은 사람이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궁지에 몰린다"며 "그 상황에서 오는 고립감이 나에게도 영향을 줬다. 굉장히 외롭고 불쌍했다"고 덧붙였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유선의 역할 한소라는 현실에서 쉽사리 마주치기 힘든 성격의 소유자다. 직업이 뚜렷하게 드러나지도, 역사적 고증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유선은 "어떤 역할을 연기할 때나 참고할 이미지를 찾아보는 편이 아니다. 오로지 대본 안에서 정답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간 악녀는 많지 않았나. 또 다른 악녀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한소라의 개성은 확실했다"며 "천진난만한 구석도 있고, 남편을 향한 지고지순 사랑도 있다. 깊이 들어갈수록 순수악의 면모가 담겼다. 그런 걸 조금 더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주안점을 설명했다.

극중 한소라는 온갖 악행으로 보는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가, 때로는 원초적 웃음을 주기도 한다. 유선 역시 이를 캐치했다. 그는 "인격적으로 부족하고, 미성숙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 작품 속에서 오히려 한소라만 웃음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버럭 성질을 내는 과정, 남편의 불륜에 오열하는 장면, 추격하는 장면 중 정말 원초적인 모습에서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었다"며 "시청자 여러분이 그걸 그대로 느껴주시더라. 웃음을 주는 그녀에게 친근감을 느껴주는 분들이 종종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한소라의 주특기는 '고함지르기'로 꼽힐 정도로 툭하면 목청을 높이며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유선이라는 20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 배우가 쌓아온 이미지와는 상반된 결이기도 했다. 하지만 유선은 이번 작품을 통해 난생처음 듣는 낯선 음성을 아주 정확한 딕션으로 내뱉어 극의 밀도를 높였다. 이와 관련 유선은 "어떤 분들은 촬영 중 스트레스가 풀릴 것 같다고 하시더라"며 웃었다.


이어 "이 역할 중 정말 어려웠던 건 소리를 지르는 장면들이었다. 일상 생활 중 그렇게 소리를 지를 일이 없었다. 온순한 딸을 키우며 언성을 높일 일이 없다. 성향도 화를 많이 참는 편"이라며 "화를 내다가 울어버리는 스타일이다. 돌이켜보니 그간 분노를 그렇게 즉각적으로 소리 높여 표출하고 살아본 적이 없었더라. 그런 연기를 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어떤 소리를 어느 정도로 질러야 한소라스러울까 고민이 많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어느 순간 딱 깨우쳤다. 정말 분노를 참지 않고 폭발시키는 한소라의 감정에만 집중해봤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가 나오더라. 일각에서는 '아저씨 같다'고 표현하시더라. 나 스스로도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iMBC 이호영 | 사진제공 tvN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