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언론시사회를 통해 완성된 작품을 처음 봤다는 류준열은 "너무 기다린 순간이어서 그 어떤 순간보다 설레고 긴장을 했다. 빨리 보고 싶어서 못 참겠더라. 완성작에서 최동훈 감독님의 이야기꾼 다운 세계관이 잘 드러났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라며 영화를 본 소감을 밝혔다. 그러며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CG에 대한 염려가 있었다. 워낙 할리우드 영화에서 뛰어난 그래픽을 많이 봐서 혹시나 싶었는데 영화를 보니까 엄청나게 기술이 발전했다는 게 느껴지더라. 개봉 직전까지도 시간을 쓰며 공들인 결과물이 만족스러웠다. 2부가 기대된다"라며 촬영 당시에는 확인하지 못했던 그래픽 부분에 대해서도 놀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음을 이야기했다.
최동훈 감독이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류준열을 상상하며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무륵'에 대해 그는 "평소에 제가 뭐든 가볍게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무거운 이야기나 심각한 이야기를 별로 안 좋아하고 심각한 일에도 너무 가볍게 이야기해서 공감을 잘 못하냐는 소리도 종종 듣는데 이런 제 성향을 '무륵'에 잘 담아주신 것 같다."라며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하며 "감독님께서 저를 만나기 전에는 저를 좀 어둡고 차가운 사람이라고 생각해 오셨던 것 같다. 그런대 만나보니 헐렁한 구석도 있고 잘 웃고 그러다 보니 이런 역할이 어떨까 하고 영화를 주신 것 같다."라며 캐스팅 배경도 밝혔다.
최동훈 감독의 작품에 출연하는 게 꿈이었다는 류준열은 "영화를 공부한 학생으로 영화는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각하게 세상을 보고 싶지 않고 가볍고 즐겁게 보고 싶은데 최동훈 감독의 영화에는 그런 모든 게 담겨있으면서도 자기만의 이야기를 해서 독보적이라 생각한다. 영화를 유쾌하게 찍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좋은 영화, 좋은 감독님은 많지만 유쾌한 영화와 유쾌한 감독님을 꼽으라면 최동훈 감독의 작품들이다. 남녀노소 모두가 볼 수 있는 영화는 그 밖에 못 만든다고 생각한다"라며 최동훈 감독에 대한 평소의 생각을 전했다.
데뷔 후 첫 사극 도전인 류준열은 "사극 대사톤을 위해 제 안의 늙은이 같은 부분을 꺼냈다. 도사는 세상을 통달한 부분이 있는데 저의 애늙은이 같은 부분이나 어른들 선배들의 좋은 점을 가져다 썼다. 워낙 사극도 좋아하고 꼭 해보고 싶었던 장르여서 이것저것 많이 보며 연구했다. 관객들도 똑똑해지는데 사극 말투가 정해져 있거나 전해져 오는 것도 없지 않나. 기존 방송에서 봤던 사극 말투에 딱딱해지지 않게 구어체도 일정 부분 넣었다가 빼는 등 섞어가면서 했다"라며 자신만의 도사 말투를 만들어 낸 과정을 이야기했다.
그는 "최동훈 감독님의 전작 '전우치' 때문에 그 작품을 참고했냐는 질문도 많이 하시던데 저는 참고하지 않았다. '전우치'는 구름을 타고 등장하는 신선에 가까운 도사이지만 제가 연기한 '무륵'은 개울가에서 탁주나 마시며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며 허접한 도술을 자랑하는 인물이다"라며 자신이 연기한 '도사'를 설명했다.
어딘가 허술하고 허세 가득해 보이는 도사이지만 류준열은 "학교에서 공부할 때 변하는 인물이 매력적이라고 배웠고 그런 인물을 차지하기 위해 오디션을 봐야 한다고 배웠다. '무륵'이 개울가에서 '물 안개를 잡아 본 적 있소'라고 대사를 하는데 처음에는 얼뜨기라는 면을 보여줄 수 있는 뜬구름 잡는 대사로 들렸겠지만 이 대사가 뒤에 한 번 더 나올 때는 소름이 돋고 이 인물이 정말 매력적인 인물이 되겠다는 변화가 예상되더라.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었는데 똑같은 대사지만 깊이감을 관객들이 확 느낄 수 있도록 연기했다. '무륵'을 대표할 수 있는 장면이라 생각한다"라며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보였던 장면을 언급했다.
얼치기 도사에서 후반으로 갈수록 진정한 도사로 변신하는 '무륵'의 연기를 위해 류준열은 기계체조를 배웠다고 했다. "기존 영화에서 액션을 연습할 때는 복싱을 배우거나 무술을 배웠다면 이 영화에서는 몸을 얼마나 자유자재로 쓰느냐가 중요했다. 저한테 춤을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도 해주셨는데 춤은 벽이 높다 보니까 스포츠나 운동으로 하고 싶어서 기계체조를 배웠다. 와이어에 매달려서 자유자재로 움직여야 했는데 그러면서도 밸런스를 잘 잡아야 했다"라며 기계체조를 배우게 된 배경을 이야기하며 "열심히 배운 게 도움이 되었다. 와이어를 그렇게 탔는데도 발목 한번 접질리지 않고 안전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라며 많은 도움이 되었음을 밝혔다.
이렇게 기계체조까지 배워가며 했던 와이어 액션에 대해 류준열은 "예전에는 와이어 액션도 작품에서 한두 번 하는 정도였고 그때마다 몸에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게 아플 때까지 조였는데 이제는 와이어를 흐뭇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심지어 밥 먹을 때에도 살짝 풀고 먹을 정도다"라며 능숙함에 대해 너스레를 떨었다.
와이어에 익숙해져서 '외계+인'에서의 촬영이 편했을까? 류준열은 "와이어 팀과의 호흡이 너무 좋아서 배우들과의 호흡 못지않게 신뢰가 많이 쌓였다. 하지만 복병은 따로 있었다. 원래 더위를 잘 타지 않고 얼굴에 땀이 거의 안 나 분장팀이 저를 너무 사랑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추위도 너무 추웠는데 액션이 태가 나려면 옷을 껴입을 수 없어서 엄청 추위에 고생했다. 또 '밀본'에서의 액션 때는 너무 더워서 하루에 속옷을 두세 장씩 갈아입어야 할 정도로 땀이 나더라. 의상이 얇은 천으로 3~4겹 되는데 땀이 배어 나와 계속 갈아입거나 말리거나 해야 했다. 그때 5kg 정도 살이 빠지더라. 땀 흘리며 액션 하다 보니 밥도 잘 못 먹어서 살이 많이 빠졌다"라며 쉽지 않은 현장이었음을 이야기했다.
고려 시대 도사의 의상도 인상적이었다. 류준열은 "의상 감독이신 조상경 실장님이 워낙 저를 좋아하신다. 옷을 입혀놓고 만족스러운 리액션을 하시는데, 고려 시대 의복이 좀 달라 어려웠다고 하시면서도 저에게 청록색 옷을 입히시고는 마음에 들어 하시더라. 이후에 퍼스널 컬러를 찾아봤는데 저에게 어울리는 색 중에 청록색이 있더라. 역시 전문가는 바로 알아차리는구나 싶더라"라며 의상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극 중에서 김태리와 호흡을 맞춘 류준열은 "김태리와 첫 촬영이 결혼식 장면이었다. 빨간 베일 안으로 들어가 얼굴을 보는 장면에서 처음 봤는데 김태리가 너무너무 아름답더라. 친구로의 김태리가 아니라 배우로의 김태리가 보이며 연지 곤지가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데 그게 수줍은 여인의 모습으로 보이면서 애틋한 감정도 생기게 하더라. 그 순간만큼은 아름다운 신부를 보는 듯했다. 지나가는 장면인데도 잠깐 신검을 잊고 신부와 시간을 보낼 정도로 좋아하는 장면이다"라며 김태리와의 첫 촬영을 회상했다.
얼마 전 최동훈 감독, 조승우와 식사를 했다는 류준열은 "영화인, 영화 '타짜'의 팬, 최동훈 감독의 팬으로서 즐거운 하루였다. 내가 이들과 이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에 감정적으로 요동치더라. 이런 대단한 사람들과 지금 내가 감자탕을 먹고 있네?라는 생각도 들고 지금 봐도 재미있는 영화인데 좋아하는 영화를 만든 감독, 주연 배우와 시간을 보내며 제게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순간들이 저에게는 처음 '연기를 해야지. 좋은 배우가 되어야지'라고 생각했던 순간으로 돌아가게 하는 어마어마한 순간이다."라며 영화계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새삼스럽게 초심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외계+인' 1부는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 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7월 20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제공 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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