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파엠' 곽재식 "어중간한 매력을 가진 붕소, 열에 강한 유리·살충제·LCD에 이용"

기사입력2022-05-31 09:48

'김영철의 파워FM'에 SF소설 쓰는 과학자 곽재식이 출연했다.

31일(화) 방송된 SBS 파워FM '김영철의 파워FM'에서는 SF소설 쓰는 과학자 곽재식이 '과학편의점' 코너에서 청취자들의 호기심을 해결하고 재밌는 과학 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DJ 김영철이 "저희 딸이 곽재식 작가님의 유행어를 따라 한다. 궁금할 수 있잖아요 라고. 혹시 다른, 미는 유행어 있냐?"라는 한 청취자의 질문을 소개하자 곽재식이 "제가 김영철 DJ님을 보면서 항상 마음에 품고 있는 말이 있다. 방송을 할 때 태도는 겸손하고 낮게, 흥은 높게. 로우 포지션, 하이 텐션"이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곽재식은 '소풍 갈 땐, 주기율표'라는 주제로 원자번호 5번 원소 'B, 붕소'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를 전했다.

곽재식은 "붕소 유리처럼 투명한 맘이 이제 탄소 숯덩이가 되었네"라며 직접 만든 주기율표 노래 중 '붕소' 부분을 부르고 "유리를 뜨겁게 잘못 사용하면 깨지는 현상이 발생할 때가 있다. 자파현상이라고 해서 유리가 온도에 영향을 받아 스스로 깨지는 현상이다. 온도라는 게 묘하다. 뜨거운 물체는 구성하고 있는 입자들이 더 빠르게 심하게 떨리고 차가운 물체는 입자들이 천천히 그리고 덜 떨린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영철이 "열에 약한 유리를 붕소라는 원소가 열에 잘 견디도록 도와주는 것이냐?"라고 묻자 곽재식이 "그렇다"라고 말하고 "유리는 주로 규소와 나트륨으로 되어 있는데 이 두 개의 원소가 성질도 다르고 크기도 다르기 때문에 뜨거워졌다 차가워졌다 하면 떨리는 정도가 서로 달라 그게 어긋나다가 금이 가서 깨진다. 그런데 여기에 붕소를 넣으면 규소와 나트륨 사이의 어중간한 빈 자리에 붕소가 들어간다. 이렇게 하면 요리에 사용하는, 뜨겁게 끓여도 되는 유리 주전자 등의 기구를 만들 수 있다. 대표적으로 파이렉스 라고 부르는 제품이 붕소를 첨가해서 만든 유리다"라고 설명했다.

곽재식은 "과학자들이 온갖 실험을 할 때 붕소유리가 없었다면 실험을 못했을 것이다. 모든 과학실험을 할 때 유리에 꼭 필요한 원소가 붕소다"라고 전했다.

"붕소는 어중간한 매력을 가진 원소다"라며 곽재식은 "붕소는 리튬처럼 전기를 잘 띠는 것도 아니고 베릴륨처럼 모든 물질 중에서 제일 가볍다 이런 것도 아니다. 좀 어중간한 성격이 있다. 그래서 붕산을 만들면 산성물질인데 산성이 그렇게 강하지는 않은 어중간한 산성물질이 된다. 산성물질이라면 화끈하게 뭔가를 녹이거나 뿌리면 지글지글 끓고 해야 하는데 이 어중간한 산성물질은 대체 어디에 쓰일까 싶겠지만 어중간한 물질일수록 어중간한 것에 맞는 기막힌 용도가 있다"라고 설명하고 살충제를 그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곽재식은 "곤충들이 붕산에 약하기 때문에 붕산으로 된 살충제를 뿌리면 벌레들을 물리칠 수 있다. 그런데 산성이 그렇게 심하지는 않기 때문에 사람에게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라고 말하고 이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상품 중 하나인 액정화면 LCD를 만들 때 앞에 성질이 다른 얇은 플라스틱 판을 겹쳐서 만든다. 플라스틱 판을 녹이고 섞고 붙이는 작업을 할 때 붕산을 사용한다. 너무 강한 산을 사용하면 다 녹아버려서 어그러지고 모양이 망가질테니까 어중간한 산인 붕산이 굉장히 요긴한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제 이름이 유리다. 붕소 같은 남자를 만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제가 가끔 폭발한다"라는 한 청취자의 문자에 곽재식은 "정말 멋지다"라고 응수했고, "강화유리는 붕소를 때려 부은 거냐?"라는 한 청취자의 질문에 곽재식은 "붕소는 열에 견디게 하는 장점이 있다. 강화유리는 강도 자체도 좋아야 하므로 붕소만 때려 붓는다고 되는 건 아니고 보통 유리를 여러 장 겹치고 중간에 플라스틱 필름 같은 것도 넣고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라고 답했다.

'김영철의 파워FM'은 매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SBS 파워FM에서 방송되며, PC 및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SBS 고릴라'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