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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부모' 설경구 "직접 쓴 글로 최후변론 장면 연기" [인터뷰M]

기사입력2022-05-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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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의 강공 속에서도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에서 학교폭력의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이기도 한 강한결의 아버지, 변호사 '강호창'을 연기한 설경구를 만났다.


iMBC 연예뉴스 사진

극중 '강호창'은 구치소 접견 전문 변호사로 재판장에서 누군가를 변론할 일이 거의 없지만 항상 양복 차림에 변호사 배지를 잊지 않고 챙기는 인물이다. 어느 날, 그는 호숫가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학생이 남긴 마지막 편지에서 자신의 아들 ‘강한결’이 학교폭력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 후 무죄 추정의 원칙, 유서의 효력, 사실 관계 파악 따위를 내세우며 다른 가해자 부모들과 공모,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아들의 기숙사부터 노트북까지 뒤져가며 수단을 가리지 않는 뻔뻔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인물이었다.


이런 강호창이 직업적 소명까지 버려가며 지키려고 했던 아들 '강한결'은 배우 성유빈이 연기했다. 설경구와 벌써 세 번째 함께 작품을 하고 있는 성유빈에 대해 그는 "그때 고등학생이었지만 굉장히 묵직하다. 고등학생이지만 과묵하고 생각도 많은 내적인 모습이 있더라. 이 작품을 끝내고 바로 영화 '생일'도 같이 했는데 힘든 이야기이고 연기도 힘든데 그런 도전을 기꺼이 하고 싶어 하는 배우더라. 나이답지 않게 강직하고 묵직해서 어떻게 성장하고 커갈지 궁금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캐스팅 단계부터 강력하게 추천하고 직접 섭외 전화를 해 출연하게 되었다는 천우희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시나리오에서는 남자 선생님이었는데 뭔가 단단한 느낌이 드는 게 천우희가 어울릴 것 같더라. 한번 제안을 고사했다고 하던데 너무 아까워서 한번 매달려보자는 심정으로 전화했었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까 천우희여서 이 영화에 더 몰입되더라. 천우희가 이 역할을 수락해 줘서 너무 고마웠다"라고 천우희의 출연에 되려 감사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설경구였다.



두 사람은 영화 '우상'에서도 호흡을 맞췄었는데 후배의 연기 발전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저 발전하기도 바빠 죽겠다. 이 판에 선배와 후배는 없다. 서로 연기하는 동료인 거지 선후배는 없다고 현장에서도 그렇게 이야기한다."라고 정색하며 답변했다. 그러며 "오히려 천우희에게 배운 게 많다. '우상'에서 정말 힘든 연기를 했는데 현장에서 천우희가 많이 웃더라. '웃음이 나오냐?'라고 하니까 '힘들어하면 나아지겠어요? 웃어야죠'라는데 한대 맞는 것 같았다. 저도 그 경지까지 못 올라갔는데.... 그 이후에 저도 힘들지만 헛웃음이라도 웃자는 생각으로 현장에서 힘들어도 웃게 되었다"라며 후배에게서도 많은 걸 배우고 그걸 실천하는 멋진 선배의 모습을 보였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난 뒤 천우희와 문소리에 많이 감정 이입이 되었다는 설경구는 "문소리와는 정말 친한데도 이 영화를 할 때는 같이 밥, 술 한 번을 안 먹었다. 혼자의 시간이 필요했던 거 같고 그 모습을 지켜줘야 할거 같아서 감히 말도 잘 못 붙였다. 문소리의 준비 과정이 화면에서도 잘 드러났다. 아픔을 계속 머금고 있으려는 모습이 잘 드러나서 영화를 보며 문소리, 천우희에게 이입되고 그들의 시선으로 영화를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라며 현장에서 문소리의 모습을 전했다.


설경구는 영화 후반부 법정에서의 장면에 김홍파 배우의 에피소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앞선 영화의 기자간담회에서 김홍파는 아이들의 가해가 밝혀지는 순간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고 했었는데 "감독은 그래도 얼굴을 들라고 했고 김홍파는 끝까지 얼굴을 못 들겠다고 실랑이까지 했었다. 그런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못 드는 모습이 강렬하게 보이더라."라고 현장 상황을 덧붙여 설명해 주었다.


법정 장면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는 또 있었다. 설경구의 최우의 변론 장면이 바로 직접 쓴 대사였다는 것. 그는 "대본에도 잘 쓰여있긴 했는데 그때가 변호사 '강호창'에서 아버지 '강호창'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진심으로 호소도 하고 싶었고 제 진심이 닿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감독님께 미리 이야기해서 제가 쓴 말을 리허설이나 테스트 없이 현장에서 바로 선보였다. 당시 연기하면서도 재판장의 눈을 보며 이야기했었는데 그분이 저한테 넘어온다는 게 느껴지더라. 이 재판은 이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촬영 이후 재판장 역할을 했던 배우와 이야기하는데 자기는 '강호창'에게 설득 당했다고 하더라"라며 극중 재판장 뿐 아니라 관객들의 마음까지 설득시킨 최후 변론의 대사는 직접 쓴 글로 수정했음을 이야기했다.



설경구의 연기는 엔딩 장면에서 더욱 빛이 났다. 한순간의 찰나지만 아들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 인물의 복잡 미묘한 표정이 관객들의 뇌리에 오래도록 남으며 계속해서 곱씹게 했다. 그는 "사실 언덕으로 올라가는 과정을 굉장히 길게 찍었다. '건우'가 갔던 길을 비슷한 모습으로 올라가는데 입으로는 계속 미안하다고 하면서 올라가다 주저앉아 울기도 하고 다시 일어서서 걷기도 하며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언덕을 올라간다. 올라갈 때는 괴롭고 힘든 표정이었지만 언덕 위에서 드론을 호수에 던지면서는 선택은 이미 끝나고 악마가 되었다는 마음으로 더 독해지려는 효정으로 확 바뀌게 연기를 했다. 진실을 수장시키고, 결국 자기 자식을 지키는 결정을 한 '강호창'이었다"라며 연기할 당시의 심정을 설명했다.


아무리 영화라지만, 학교 폭력의 가해자의 부모라는 입장은 정말 끔찍한 상황이다. 설경구는 "저에게 이런 일이 닥치면 어떤 결론을 내릴까. 저에게 이런 상황이 올수 있다는 게 공포스럽다."라고 이야기하며 "어떻게든 이런 상황이 안 닥치길 바라며,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많은 이야기들을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당장 영화 한 편으로 인해 사회를 바꿀 수 없겠지만 끊임없이 이야기 함으로서 언젠가는 바꿀 수 있는 힘을 실어줘야 함을 강조했다.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이름,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린 영화 '네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라는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주)마인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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