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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지연 감독 "아이 대신 영화를 낳았다." [인터뷰M]

기사입력2022-04-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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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감기' '어떤 생일날' '소년병' '봄에 피어나다' 등으로 각종 영화제를 휩쓸고 이번에 영화 '앵커'로 첫 상업영화에 데뷔한 정지연 감독을 만났다. "잠을 잘 못 잘 정도로 관객과 만나길 너무 바라왔는데 막상 개봉하게 되니 도망치고 싶고 떨린다. 행복하고 긴장되는 마음"이라며 영화 개봉 소감을 밝혔다.

iMBC 연예뉴스 사진

감독이 아닌 배우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맑은 얼굴을 가진 정 감독은 "2009년 '나는 곤경에 처했다!'라는 영화에서 직접 연기도 했었다. "학교에 다니면서 학생 신분으로 과제를 하거나 작품을 할 때는 서로의 영화에 배우도 해주고 하는데 그걸 보고 실수로 저를 캐스팅한 것 같다. 배우 같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원하셨는데 그 작품을 통해 제가 카메라 울렁증이 심하고 연기를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절대 연기하지 않는다"라며 연기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밝혔다.

사회적 욕망과 개인적 욕망을 양립시키기 어려워 고통받는 여성의 서사를 완성하고 싶었다는 정지연 감독은 앵커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로 "대외적으로 성공한 여성의 일면을 보여주기에 신선했고 누구나 동경할 만한 외적 분위기, 지성을 가지고 있는 직업이다. 특히 개인적인 흠을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기에 개인적인 영역과 상반되는 결과를 만들어 낼 것 같아서"라고 밝혔다. 또한 "방송 장비가 가득한 아무도 없는 공간도 무서울 것 같아서 미스터리 스릴러물의 배경으로 방송국을 결정했다"라며 앵커여야 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혹시나 앵커가 꿈이었냐는 질문에 그는 "전혀 아니다. 어릴 때는 말을 잘 못해서 발표라고 한 마디 하려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눈앞이 캄캄하고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소심한 성격이었다. 그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작품 속에서 숨이 막히고 목이 졸리는 장면이 본능적으로 떠올랐던 것 같다"라며 경험을 작품 속에 녹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정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자신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는 "영화는 안 할 수 있다면 안 하고, 안 만날 수 있다면 절대 안 만나고 싶은 친구 같다."라고 이야기하며 "저같이 소심하고 부족한 사람들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작업해야 하는 영화를 어떻게 만들겠다고 했는지 스스로도 신기하다.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그걸 많이 말하지 못했고, 더 크게 외치고 싶어서 영화를 하게 되었다"라고 여성 서사의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를 밝혔다.

영화 속 등장인물이 임신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는 것에 대해서도 정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대입하여 설명했다. "저에게 사회생활은 영화감독이 되는 과정이었다. 감독이 되는 게 너무 숙제같이 힘든 일이어서 평범하게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것에 엄두를 못 냈다. 이런 게 바로 양립할 수 없는 욕망이란 생각이 들더라."라고 사회적 욕망과 개인적 욕망은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에 대한 배경을 밝히며 "저는 아이 대신 '앵커'를 낳았다고 생각할 정도다. 이렇게 열심히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이 되고 영화를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살면서 아이를 가지다는 건 무섭고 가능한 일인가 싶어서 아예 시도하지도 못했다"라는 말로 현대의 젊은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고민하고 있는 일과 가정의 양립,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문화예술인이라고 해서 해당되지 않는 건 아님을 이야기했다.

영화의 주인공, 스토리뿐 아니라 미장센조차도 '여성'에 많이 집중되었다. 정 감독은 "다세대 주택의 반지하 공간은 특별해 보이고 싶었다. 좁고 긴 공간을 들어가면 거실 양쪽에 문이 있고 한쪽에는 아이의 죽음, 다른 한쪽에는 '윤미소'의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이 공간은 엄마의 자궁을 상징하고 싶었다. 음습하고 불행한 느낌을 주는 반지하와 달리 엔딩에서 보이는 '소정'의 집은 다시 태어나는 평화로운 자궁을 그리려 했다. 따뜻하고 편한 물속에 있는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영화 속 장소들에 부여한 공간의 의미를 설명했다.

정 감독은 "너무 반전이나 의미만 유추하면서 보다 보면 재미가 떨어지기도 하니 그냥 아무 생각 없이봐주시면 더 잘 즐기실 수 있다"라고 당부하며 "영화를 보시고 그냥 재미있었다고 해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는 반응도 듣고 싶다"라며 희망하는 관람평을 언급했다.

방송국 간판 앵커 세라에게 누군가 자신을 죽일 것이라며 직접 취재해 달라는 제보 전화가 걸려온 후, 그녀에게 벌어진 기묘한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앵커'는 4월 20일 개봉해 현재 상영 중이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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