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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식당' 정재익-서태수 감독 "개봉했지만 여전히 장애인에게 극장에서 영화보기는 어려운 과제" [인터뷰M]

기사입력2022-04-1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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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애인에게는 충격을 장애인에게는 공감을 살수 있는 영화 '복지식당'을 만든 정재익, 서태수 감독을 만났다. 장애인의 불편한 삶을 조명해 주는 영화 려니하고 봤던 영화지만 기대를 뛰어넘는 배우들의 열연과, 생각보다 더 처참했던 장애인 복지 실태, 그리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장애인 사회의 권력구조를 파헤치는 영화 '복지식당'은 충격 자체였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알리고 싶어 영화를 만든 감독님을 인터뷰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영화 '복지식당'은 사고로 홀로 거동조차 힘든 중증 장애인이 된 청년 '재기'(조민상 분)가 경증 장애 등급을 받아 힘겨운 싸움을 하는 와중 딱한 사정을 봐준 선배 장애인 '병호'(임호준 분)은 도움과 고통을 동시에 주고 있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정재익 감독의 실제 경험을 영화로 만들었다는 '복지식당'에는 감독이 사고로 5년 동안 병원생활을 하고 난 뒤 사회에 나오며 겪었던 일들이 자세하게 그려진다. 정 감독은 "장애 등급을 다시 받기 위해 인권 단체에도 물어보고 청와대 실무부서에까지 물어봤는데 답이 없더라. 전동 휠체어를 사는 것도 산 넘어 산이었다. 하라는 대로 다 하고 도움 준다는데도 다 가봤는데 구매가 안되더라. 결국 대여를 받으면서부터는 거동이 가능했다."라며 영화에서처럼 우여곡절을 통해 겨우 외출이 가능했던 과거를 회상했다.

정 감독은 "갑자기 사고가 나니까 장애인으로 사는 방법에 대한 정보도 없고 인맥도 없고 막막하더라. 어머니는 밖에 나가라고 하시는데 나갈 수가 없었다. 초반에는 행정심판, 등급 공부 등의 공부만 엄청 많이 하며 시간을 보냈다. 등급에 대한 행정 취소를 하려고 해도 비용이 많이 들더라. 여기저기 물어보러 다니는데도 저와 같은 장애인인에도 불구하고 도와주지 않고 오히려 냉정하게 "안돼요. 포기하세요"라며 판단을 하더라. 더 이상 내가 갈 곳은 없구나 싶어 이 답답한 심경을 소설이나 수필을 쓸까 하다가 갑자기 이렇게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라며 얼마나 막막하고 절망스러운 심정으로 살아왔는지, 그래서 그런 당시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게 되었음을 이야기했다.


법정에서 이야기하는 '재기'의 모습에서 시작되는 영화는 다시 법정에서 마지막 발언을 하는 '재기'의 모습으로 끝맺음을 한다. 정 감독은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의 현실에 대해 너무 잘 모르고 있다. 정부에서 말하는 정책 용어들은 장애인들의 현실에 엄청나게 어려운 장벽이 되고 있다.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어려운 용어로 장애인을 등급 매기고, 그 등급은 생활을 차별 짓게 하고 있다."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서 감독은 "이런 수미상관의 구성을 하게 된 건 '재기'의 대사 때문이었다. 그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관객들도 이에 대해 더 생각해 보셨으면 하고 생각해 그렇게 구성했다. 정말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복지가 뭔지 정책 결정자들과 사회가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하는 취지였다. 마지막에 계단 아래에서 '재기'가 한참을 머물다 떠나가는 장면도 그런 의미를 주려고 했다"라며 영화에 담은 메시지를 설명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정 감독은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많은 분들이 '장콜'(장애인 콜택시)이 뭔지, '활동 보조 서비스'(활동지원서비스)가 뭔지를 처음 알게 되셨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시고서야 계단이 있는 장소가 장애인들에게 불편하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셨다는 분도 계시더라. 이런 게 하나씩 모이면 장애인에게 어떤 것이 불편한지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장애인이 무섭고 불쌍하다고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 영화가 이런 사회 인식을 바꾸는 출발점이 되면 좋겠다"라며 바램을 밝혔다.

'복지식당'이 완성되어 상영되기까지는 여러 단체의 지원과 도움이 있었다. 서 감독은 "시나리오의 완성 시점에 제주 영상문화산업진흥원에서 프로덕션 예산을 지원받았고, 편집이 끝날 즘에 또 후반 제작지원도 받고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기존의 영화에 화면을 설명해 주는 음성해설과 화자 및 대사, 음악, 소리 정보를 알려주는 배리어 프리 자막을 넣어 모든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영화)도 지역에서 제작지원을 해주셨다. 촬영할 때도 지역사회의 병원, 장애인 단체나 기관, 식당 등 지역의 인프라들이 협조를 잘해주셔서 좋은 지원을 받으며 만들 수 있었다"라며 제주도에서 큰 도움을 받아 영화를 완성했음을 밝혔다.


서 감독이 제주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도 밝혔지만 이 영화는 제주도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되었다. 당연히 두 분 감독 모두 제주도민이며 여기에 더해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장애인 연극 단체의 회원들도 작품에 출연했다. 아름다운 풍광과 달리 제주도에서의 촬영은 쉽지 않기로 유명하다.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이다. 촬영 컨디션에 대해 물어보자 두 감독은 모두 웃음을 터트리며 "날씨가 많이 도와주기도 했고, 우리도 날씨에 맞게 촬영을 했다."라며 답을 했다. 정 감독은 "날씨가 맑을 때는 기분 좋은 장면을 찍었고 바람이 심하게 불고 흐리면 그런 날씨에 어울리는 장면을 찍었다. 전반적으로 날씨가 많이 도와줬다"라고 이야기했고 서 감독은 "겨울에 촬영했지만 여름, 가을, 겨울의 3계절의 분위기를 담아낼 수 있었던 건 제주도의 날씨 덕이었다. 한 겨울에도 23도까지 올라가 반판을 입고 촬영하기도 했고, 겨울이지만 가을 장면을 찍기도 했다."라며 변덕스러운 날씨 덕에 영화 속의 세월감을 풍성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비결을 이야기했다.

여러 도움도, 날씨도 영화를 도와줬지만 특히 촬영이 힘들었던 장면이 뭐냐고 물으니 뜻밖에 두 감독은 '장콜' 때문에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영화에서도 여러 번 '장콜'이 등장하는데 차량 섭외가 힘들었나 했더니 포인트는 그게 아니었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정 감독은 장거리 이용시 '장콜'을 타고 장비와 함께 이동을 해야 했는데 다음 촬영을 위해 스태프와 배우는 먼저 이동을 했지만 감독의 이동을 위해 불렀던 '장콜'이 제때 오지 않아 배우와 스태프가 몇 시간이나 기다리기도 했고, 심지어 촬영을 취소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재기'가 해 질 녘 방파제 길을 달리는 장면은 정 감독의 장콜을 기다리는 사이에 이미 해가 져버려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찍을 수 있었음을 밝혔다. "어디를 가든 다음 장면의 촬영지가 멀면 '장콜'을 부르고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들도 무엇보다 많이 미안했다. 배우와 스태프가 이해해 줘서 이겨냈지 불평했다면 정말 견디기 힘들었을 것 같다"라고 정 감독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사실 이 영화를 보면서 장애인의 삶이 얼마나 '인간답기'가 힘든지에 대해 깨닫게 된 것도 있지만 장애인 사회 내부의 갈등을 보여준 것도 상당히 놀라웠다. 장애인끼리는 서로 더 많이 돕고 비장애인보다 더 연대가 좋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장애인 사회는 비장애인 사회의 더 극단적인 축소판이었다. 정 감독은 "장애 연차라고 아세요?"라며 질문 던졌다. 머리가 띵해지는 순간이었다. 불편함과 아픔이 연차로 줄을 세워 권력과 맞교환이 가능한 개념인 건가? 장애인 사회에서의 정보는 권력이 되고, 그 권력은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어느 사회에나 기득권이 있고 기득권을 넘보는 조직이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알력은 있겠지만 장애인 단체처럼 철옹성인 곳은 없을 것이라는 감독들의 이야기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그 철옹성을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이번 작품을 통해 건드려본 정 감독은 참으로 용감했다.

힘들게 만들고 공들여 제작한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는지 두 감독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회환의 웃음을 짓기도 했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관객 입장에서는 두 사람이 대단한 영웅처럼 보였는데 막상 제작하는 동안 두 사람은 엄청난 마음고생을 하며 서로에게 유일한 위로이자 희망이 되어주었다고 한다. 정 감독은 "사람들 말 한마디 한 마디에 너무 심장이 뛰고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 모자란 분이 왜 영화를 만드냐는 말에 속상하고, 영화 제작기간이 길다 보니 영화 찍은 지가 언젠데 왜 작품이 안 나오냐, 지원받은 돈들 다 꿀꺽한 거 아니냐는 등 별말을 다 하더라. 농담이라고는 했지만 정말 가슴이 아팠다. 그 시기를 함께한 막걸리에 정말 감사했다"며 속상했던 일화를 털어놓았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서 감독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일부이지만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이용한다는 말을 하던데 너무 불편했다. 정 감독이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소연하시면 같이 견디자고는 하지만 감정이 격해지면 혼자 울기도 하고, 그렇게 프로덕션 하는 2년을 보냈다."라며 지난 2년 동안 어떤 마음으로 지내왔는지를 밝혔다. 그러며 "멈출 수가 없었다. 멈추면 우리는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존재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그저 한 발 한 발 앞으로 가야 했다. 영화의 완성이 목표였다. 꼭 완성해야겠다는 목표로 정 감독과 함께했다."라고 이야기하는데 얼마나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는지가 느껴져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관객을 만나고 상영을 하는 건 꿈도 못 꿨다는 서 감독은 "영화 완성 무렵에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했는데, 그러고는 생계를 꾸리느라 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경쟁부문에 상영된다는 전화를 받았는데 정말 눈물이 나더라. 그때 가장 감동이 크게 왔다. 우리가 고생하며 만든 작품이 세상에 알려지겠구나 싶고, 이후에 몇몇 영화제에 초청이 되며 우리는 우리가 할 일을 다 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계속해서 개봉 지원 사업도 덜컥 결정되며 기적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라며 전국의 개봉관에서 관객을 맞이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정 감독은 "개봉을 했지만 여전히 딜레마는 있다. 극장에 휠체어 좌석이 몇 개 없다. 비장애인도 보고 장애인도 보면 좋겠는데 장애인을 극장에 초대하기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장애인 석 도 맨 앞자리에 있는데 휠체어에 타고 고개를 뒤로 꺾은 상태로 2시간 동안 영화를 본다는 건 장애인에게 엄청나게 힘든 일이다."라며 현실적인 장애인의 영화 보기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 감독도 "저희가 스크린과 빔 프로젝터를 들고 찾아가서 시사를 하는 서비스도 하고 있지만 그렇게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사회 시스템적으로 장애인이 문화적 체험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라며 아쉬운 부분을 이야기했다.

정 감독과 차기작 준비를 하고 있다는 서 감독은 "정 감독의 케이스가 저에게도 많은 용기를 줬다. 장애인이 창작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셈이어서 이후에 제주지역의 다른 장애인, 청소년, 다문화가정 등 사회적 약자로 불리는 어느 계층이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창작의 여건을 만들고 싶다. 본인들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어 제2의 정재익을 만들고 싶다"라며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밝혔다.

이렇게 의미 있는 데뷔작을 내 놓은 정재익 감독은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아직도 이야기할 만한 소재는 너무나 많다.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찾아서 보여주는 게 내 역할이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소감을 밝히며 "서 감독이 해준 말인데 '영화는 스스로 움직인다'라는 말이 지금도 실감이 난다. 이 영화는 저희가 계획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개봉을 해서 관객들을 만나게 되었다. 영화를 재미있게 만드니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되고, 그 마음이 이런 결과를 이끌어 내게 된 것이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서 영화가 스스로 계속 움직이게 하고 싶다"라며 신인감독의 포부와 의지가 드러나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고로 장애인이 된 청년 ‘재기’가 세상의 수많은 문턱을 넘어 ‘재기’하려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복지식당'은 4월 14일 개봉해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부디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장애인들이 인간답게 살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에 마음과 손길을 보태어주길!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주)인디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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