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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식당' 정재익-서태수 감독 "장애인과 비장애인 공동작업, 배우 스태프 감독의 3박자 좋았던 현장" [인터뷰M]

기사입력2022-04-1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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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애인에게는 충격을 장애인에게는 공감을 살수 있는 영화 '복지식당'을 만든 정재익, 서태수 감독을 만났다. 장애인의 불편한 삶을 조명해 주는 영화 려니하고 봤던 영화지만 기대를 뛰어넘는 배우들의 열연과, 생각보다 더 처참했던 장애인 복지 실태, 그리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장애인 사회의 권력구조를 파헤치는 영화 '복지식당'은 충격 자체였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알리고 싶어 영화를 만든 감독님을 인터뷰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영화 '복지식당'은 사고로 홀로 거동조차 힘든 중증 장애인이 된 청년 '재기'(조민상 분)가 경증 장애 등급을 받아 힘겨운 싸움을 하는 와중 딱한 사정을 봐준 선배 장애인 '병호'(임호준 분)은 도움과 고통을 동시에 주고 있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영화가 흥미로와 감독님을 만났는데, 감독님들의 사연은 영화보다 더 극적이었다. 감독님의 개인적인 경험이 영화에 오롯이 녹아져 있기도 하거니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장편 영화를 만들었다는 자체가 영화 같은 일이었다.

극중 주인공 '재기'를 만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정재익 감독의 신체적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전동 휠체어에 앉아 한 손은 계속 떨고 있고 의식과 상관없이 입으로는 계속 쩝쩝거리고, 생각하는 말을 듣기 편한 발음과 문장으로 온전하게 전달하는 건 50%에 불과했다. 한눈에 봐도 중증 장애인인 정재익 감독이었다. 보통 영화감독과 40여 분 정도 인터뷰를 진행하면 충분했던 시간이 정재익 감독과는 한 시간 반 이상을 들여야 감독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었다. 이런 분이 영화를 만드셨다고?


장애인 정재익 감독 옆에는 비장애인인 서태수 감독이 있었다. 서태수 감독이 정재익 감독의 영화 연출에 필요한 기능적인 부분은 많이 도와주셨다고. 물론 영화 제작의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연출 선배로서 할 수 있는 역할도 많이 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인터뷰를 하는 내내 서태수 감독은 정재익 감독의 말을 다시 듣기 좋은 말로 수정해서 들려주지 않았다. 정재익 감독의 말에 함께 웃고 대꾸하고 자신이 덧붙이거나 해야 할 말만 했다.

이 둘의 관계도 흔히 생각했던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무조건 도와야 하는'것과 달랐다. 그동안 내가 장애인에 대한 인식뿐 아니라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경직되어 있었던가를 깨닫게 하는 시간이었다.

두 감독이 함께 만나게 된 건 2018년이었다고 한다. 당시 제주도에서 '제주 혼듸 독립영화제'를 운영하고 있던 서태수 감독에게 제주 장애인 단체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영화 교육을 해 달라는 제안이 왔었다고. 아무리 장애가 있더라도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영화 제작도 가능하다는 걸 알리고 싶어 서 감독은 교육을 시작했고, 수강생 자신의 이야기로 단편영화 2~3작품을 만들어 2018년에 1기 수강생의 수료식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때 후배의 수료식을 축하해 주러 정재익 감독이 현장에 왔고, 자신보다 더 중증인 후배가 만든 영화와 후배가 펜을 입으로 물고 콘티를 일일이 그려가며 영화를 제작하는 메이킹필름을 보며 자신도 자신의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정 감독과 서 감독이 만나게 된 것이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정 감독은 "후배가 장애인 영화 워크숍 시사회가 있다고 초대를 했다. 그러면서 '영화 한번 만들어 볼래요?'라고 하더라. 장애인이 어떻게 영화를 만들 수 있겠나 싶었다. 그런데 진짜로 작품을 만들었더라. 보고도 못 믿었는데 메이킹필름을 보니까 나도 만들면 되겠다 싶더라. 사실은 제 이야기로 수필이나 소설을 쓸까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영화로 보여드리게 되었다"라며 영화 연출에 도전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서 감독은 "정 감독의 후배는 정 감독 보더 훨씬 더 중증이었다. 워크숍 수료식에 오셔서 보시더니 자신도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하시더라. 그런데 '우리 워크숍은 하고 싶다고 해서 다 만들지 않고, 장애인이 시나리오만 쓰고 비장애인에게 만들라고 하면 절대 안 만든다. 장애인이 주도적으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씀드렸는데 꼭 하고 싶고 끝까지 하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내시더라. 그러고 나서 본인이 쓴 글을 가져오셨는데 그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본인이 겪은 일로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셨는데 시나리오가 좋았다. '끝까지 직접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울 수 없다'라고 계속 약속을 하며 이 영화를 만들었다"라며 정 감독의 작품에 공동 연출을 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처음에 서 감독은 도와주는 역할로만 영화에 참여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단편 시나리오였다. 그런데 하다 보니 장편으로 시나리오가 개발이 되었고 영화 제작의 준비도 하게 되었다. 단편이었으면 정 감독 혼자 했을 텐데 장편이 되다 보니 영화가 커져서 서로 역할분담을 해서 공동 작업으로 발전되었다. 이 영화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각자의 역할에 맞게 참여한 공동체 작업으로 만들어진 것이다"라며 정 감독의 단편 시나리오가 장편 영화로 발전되어 어떻게 제작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했다.

정 감독은 "처음엔 단편으로 준비했고 장편을 할 계획도 대책도 없었다. 장편을 해보니까 단편과는 하늘과 땅 차이더라. 이렇게 장편이 힘든 줄 몰랐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며 "단편에서는 장애인 등급제 이야기만 다뤘는데 장편으로 확장되면서 장애인 사회의 권력층까지 이야기할 수 있었다. 이 두 이야기를 다루기를 잘한 것 같다"라며 단편일 때에 비해 장편에서는 어떤 내용이 보강되었는지를 밝혔다.

그렇게 2018년부터 쓰기 시작한 시나리오로 2019년 겨울 촬영을 했고, 2022년 4월 14일 전국의 극장에서 개봉을 하게 되었다. 촬영에 20일 정도 걸렸다는 '복지식당'인데 생각보다 빨리 촬영을 끝낸 거라 한다. 서 감독은 "장애인들이 자기 역할을 너무 잘 해줬고, 솔직히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은 장 감독의 이야기였고, 장 감독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자리를 지켜준 덕에 스태프들의 응집력이 생겼다."라고 빨리 진행될 수 있었던 비결을 밝혔다. 이어 "장애인 영화 워크숍을 진행해 봐서 장애인의 영화 제작 스케줄은 비장애인의 영화 제작 스케줄에 비해 많이 느리고 더딘 것에 익숙해졌다. 그래서 촬영 계획도 여유 있게 잡고, 로케이션의 경우 동선을 최소화시키고, 되도록 장 감독의 생활 반경 내에서 일정을 잡고, 특별한 경우에만 장거리 이동을 넣었다. 또 장애인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분으로 조연출을 뽑는 정도로 기능적인 일만 제가 많이 담당했다"라며 본인이 이 영화에 한 역할 부분을 설명했다.

정 감독은 "현장이 즐겁고 영화를 만드는 게 즐겁다 보니까 빨리하게 되더라. 모두가 웃으며 제작했고 20일 내에 만들게 되었다."라고 좋은 영화가 나오게 된 것을 감사해했다. 그는 "사실 전문 배우들이 나를 보고 감독으로 인정할까 걱정했고, 장애인인 나를 안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너무 나를 보고 믿고 의지하더라. '감독님~감독님~'하면서 어떻게 할지를 물어보는데 힘을 안 낼 수 없었다.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작업을 했는데 스태프들의 분위기도 좋았고, 배우들도 좋았고, 나도 좋았다. 삼박자가 너무 잘 맞았던 현장이었다"라며 촬영 전의 걱정이 현장에서 즐거움으로 바꾸어 힘을 내게 한 원동력이 되었음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영화의 제목이 왜 '복지식당'인지를 물었더니 정 감독은 "영화의 모든 사건이 식당에서 일어난다. 그런 의미에서 만든 제목"이라고 답했다. 여기에 서 감독은 "원래는 '복지국가'라는 단어를 생각했는데 타이틀로 하기엔 너무 선동적이고 무거울 거 같아서 친근하고 편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라고 덧붙이며 "장애인들이 움직이는 공간은 아주 제한적이다. 영화에서도 식당에서 희로애락이 다 벌어진다. 이게 대한민국 장애인 삶의 단면이고 상징성이 있을 것 같아서 정했다."라며 제목 설정의 이유를 밝혔다.

영화 '복지식당'을 보며 놀랬던 것 중 하나가 배우들의 연기였다. 주인공 조민상 배우의 경우 극중 걸어가는 판타지적인 장면이 보이지 않았다면 영화가 끝나고 나도 장애인 배우로 알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장애인 연기를 펼쳤다. 이렇게 대단한 배우를 어떻게 캐스팅한 걸까?

정 감독은 "서 감독이 단편 영화들을 많이 보여줬다. 이 배우는 어떠냐, 저 배우는 어떠냐 많이 물어보면서 역할별로 어울릴만한 배우들을 많이 고민할 수 있게 해줬다. 그 과정에서 조민상 배우가 보였다. 착하고 키도 크고 내가 생각했던 설정과 맞는 이미지였다. 휠체어에 앉아서 연기하는 영상도 만들어서 보내주는 열정이 대단한 배우였다"라며 주연배우의 캐스팅 과정과 이유를 밝혔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서 감독은 "'병호' 역할의 임호준 배우는 제가 추천했다. 한태경 배우는 기존 '무중력'이라는 단편 영화에서 장애인 연기를 해봤던 분이다. 그래서 장애인 누나의 역할을 잘 해주실 것 같더라. 임호준 배우의 추천도 있어서 한태경 배우를 누나 역할에 캐스팅했다. '봉수' 역할의 송민혁 배우는 제주 출신의 배우다. 그 외의 배우들은 모두 제주에서 활동하는 장애인 연극 단체의 배우분들이시다. 장애인이나 장애인 가족, 식당 주인 등 모두 비전문 연기자들로 제주 분들이 참여하셨다"라며 영화 속 배우들을 소개했다.

정 감독은 주연배우 조민상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재익 감독의 장애 모습을 판박이처럼 재현해 내며 거기에다 '재기'의 감정과 서사까지 담아낸 조민상이었다.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도 항상 물어본다. 떨리는 거나 쩝쩝하게 되는 증상에 대해 만히 물어보고, 특히나 상황에서의 심리상태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라고 정 감독이 칭찬하자 서 감독도 "제가 봐도 처음에 장애를 입게 된 상황부터 점점 '재기'가 되어가더라. 너무 잘해줬다"라며 한마디 보탰다.

정 감독은 "장애인들은 집 밖에 나오면 항상 불안하다. 모든 게 다 힘들다. 직접 장애인이 되지 못하면 절대 못 느낄 거다. 그전까지 아무것도 아니던 모든 습관 하나하나가 다 무섭다. 심리적 장애가 많다. 어딜 가면 항상 화장실이 어딘지 제일 먼저 알아놔야 하고, 전동 휠체어를 타고 가게 될 거리도 배터리 용량이 충분할지 늘 불안하다. 불안감이 많은데 상황마다 참고 참는데 예상치 못한 순간에 욱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 상황에 대해 계속 물어보는 조민상이었다. 장애인의 겉모습뿐 아니라 심리상태까지 연기를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내 이야기도 듣고 자기가 연구해온 모습도 이야기를 하는 등 현장에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특히 마지막에 욱하는 장면은 나와 똑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100% 만족했던 인물이었다"라며 비장애인들은 쉽게 짐작할 수 없었던 장애인들의 평상시 심리상태도 함께 이야기했다.

정 감독은 "마지막에 그렇게 착하던 '재기'가 '고병호!'라고 반말로 욱해서 이름을 부르는 장면을 조민 상이 잘 살려냈다. 너무 몰입해서 연기를 해줬는데 그 덕에 영화가 잘 된 것 같다. 너무 고맙다"라며 조민상 배우의 연기가 도드라졌던 장면을 언급했다.

영화 전체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으로 정 감독은 휠체어 질주 신을 꼽았다. "술 한잔하며 그렇게 해변가를 달리면 마음이 풀어진다. 제주도 하면 대부분이 밝고 예쁜 해변만 생각하시는데 재기가 달리는 해변은 어두운 바다다. 바다가 재기의 마음을 대신하는 것 같아서 마음에 쏙 들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정 감독은 "현재 우리나라 애 등록된 장애인 숫자가 260만 명이 넘는다. 그런데 장애인으로 등록되지 않는 장애인까지 더하면 실제 장애인은 더 많을 것. 장애인 복지에 대한 한 사람의 외침이고 목소리인데, 보이지 않는 곳에 정재익 같은 사람이 꽤 많이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많이 들리면 좋겠다. 많은 장애인들이 이 작품을 보러 밖으로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라며 개봉을 통해 바라는 점을 이야기했다

사고로 장애인이 된 청년 ‘재기’가 세상의 수많은 문턱을 넘어 ‘재기’하려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복지식당'은 4월 14일 개봉해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부디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장애인들이 인간답게 살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에 마음과 손길을 보태어주길!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주)인디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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