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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피' 천명관 감독 "밑바닥 인생의 비극, 허무함을 문학적으로 느낄수 있는 영화" [인터뷰M]

기사입력2022-03-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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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뜨거운 피'를 연출한 천명관 감독을 만났다.

iMBC 연예뉴스 사진

개봉을 이틀 앞두고 있는 '뜨거운 피'는 1993년, 더 나쁜 놈만이 살아남는 곳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 ‘희수’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린 영화다.

밑바닥 건달의 주인공으로 배우 정우를 캐스팅한 천명관 감독은 "정우의 자전적 영화 '바람'을 봤고, 정우도 희수 역할을 굉장히 하고 싶어 했다. 정우는 곱상하고 코믹하고 밝고 명랑한 이미지라는 생각과 건달 이미지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서 정우가 잘 할수 있을지 의문이 있었는데 몇 번 만나보고 다른 자료도 보면서 어느 순간 이 배우라면 충분히 잘 할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천명관 감독은 "저는 어릴때 '스카페이스' '대부' 등의 영화를 보며 영화인의 꿈을 키웠다. 그래서 영화는 두 종류라고 생각했다. 경찰이 주인공인 영화와 마피아가 주인공인 영화. 그 영화들에서 본 수 많은 인물들이 이 영화를 만드는 데 많은 참고가 되었고, 정우의 큰 눈과 쌍꺼풀이 오히려 강단있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며 정우의 캐스팅이 성공적이었다고 했다.


천 감독은 "다른 건달과 달리 정우는 예리하고 리얼하면서 어딘가 쓸쓸한 건달의 모습을 구현했다"며 정우의 연기를 평했다.

그는 "정우의 노력과 열정이 너무 대단했다. 정말 잘 하고 싶어해서 스스로를 매우 괴롭게 채찍질하며 열심히 연습하고 고민하더라. 오히려 제가 너무 그러지 말고 바람쐬고 술한잔하며 여유있게 하라고 할 정도였다."라며 정우가 캐릭터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준비했는지를 이야기했다.

그러며 "저는 배우가 준비해 온대로 받아들인다. 제가 생각한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배우가 만들어온 인물을 영화 안으로 끌어드리려고 했다. '희수'는 정우가 만든 캐릭터다. 제가 소설을 읽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생각한 '희수'와는 차이가 조금 있었지만 그가 생각한게 더 현실적이로 매력적이면서 에너지가 있어서 오히려 그걸 더 잘 살리려고 했다"며 배우들의 노력에 초점을 맞춰 준 연출의 방향성을 이야기했다.

정우 뿐 아니라 김갑수, 최무성, 지승현 등의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 났으며 특히 신예 이홍내의 연기도 돋보이며 이들 배우들의 조합은 실제 살아 있는 인물을 보여주는 듯 생생했다.


천명관 감독은 "이홍내는 캐스팅 당시에 무명이었는데 당시 오디션을 가장 잘 본 배우였다. 수 많은 오디션 중에 연기가 가장 좋았고, 제가 생각했던 '아미'라는 젊은 건달의 이미지와도 가장 비슷했다. 이홍내도 양산 출신이라 그쪽 세계를 이해하는 정서도 있더라. 고민 없이 확신이 들어 캐스팅한 배우"라며 이홍내의 칭찬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영화 '뜨거운 피'는 부산 서쪽의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등장인물 모두가 부산 사투리를 쓰고 있다. 경기도 용인 출신인 천 감독은 "제가 사투리를 잘 모르다보니까 연출하면서 정말 힘들더라. 연기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가 감독의 역할인데, 연기는 결국 대사, 즉 말을 통해 드러나는 거 아닌가. 사투리 뉘앙스를 모르니까 확신이 안 서서 그 점이 너무 어려웠다. 부산 출신 국문과 교수에게 자문도 구하고, 무엇보다 원작자인 김언수 작가가 그 지역 출신이어서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공부했다"며 사투리가 대부분인 작품을 연출한 고충을 털어 놓았다.

하지만 이런 고충과 달리 작품이 매끄럽게 나온데에는 배우들의 공이 컸다고. 그는 "배우들이 더 많이 캐릭터 형성에 애를 써줬다. 김갑수를 제외하고는 다행히 모두가 경상도 사람이었고 다들 네이티브 스피커여서 자연스러운 사투리를 구사했다."라며 배우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이야기했다.

생애 첫 영화 연출에 도전한 천명관 감독은 "처음에는 나도 연출을 하는구나 싶어 긴장하고 어리둥절하고 바쁘고 당황한 상태라 기쁨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다 끝내고 개봉을 앞두고 보니 내가 이걸 해냈구나 싶다"며 첫 영화의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그러며 가장 애정이 가는 장면에 대해 '희수'와 '철진'이 비 오는 양식장에서 대화하는 장면을 꼽았다. "우정과 솔직함이 잘 그려진 것 같고 개인적으로도 그 장면의 연출이 잘 된 것 같다"며 애정이 가는 이유를 덧붙였다.

첫 연출을 하며 천 감독은 "아무도 정신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상처받지 않는 현장이 되면 좋겠다고 고사때 이야기 했었다"라며 작품 연출을 하며 가장 조심했던 부분을 이야기했다. 그러며 "저도 스태프들도 서로 많이 신뢰하고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일하려고 했고, 많이 열어 놓고 일 했다. 그러다보니 연기나 촬영, 음악, 조명 등 내가 연출가로서 별로 한게 없는게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더라. 모두가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하려고 했고, 제약하기 보다는 좋은걸 끄집어 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며 자신만의 연출 스타일도 이야기했다.

'뜨거운 피'는 누아르 장르였지만 소설 원작에 소설가인 감독의 연출이어서인지 상당부분 서정적인 감성도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천명관 감독은 "그런 느낌은 특히 엔딩에서 많이 들 것. 엔딩에 대한 고민은 굉장히 많았다. 결국 저의 노파심으로 만들어 진 장면이다. 영화의 주제. 테마를 관객들에게 조금 더 친절하게 전ㄴ달하고 싶었고 그걸 희수의 목소리를 통해 마무리 짓고 싶었다. 그래서 건달이 뭐 이런 이야기를 하냐고 할 정도로 문학적인 요소의 나레이션을 넣게 되었다. 관객이 극장문을 나설 때 여운을 안고 나서길 바래서 넣었는데 좋은 선택이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며 엔딩 장면에 대한 관객의 평을 기다린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직접 쓴 소설을 토대로 시나리오 작업도 하고 있는 중이라는 천명관 감독은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라는 작품에 매진하는 것이 '뜨거운 피' 이후의 1순위 스케줄이라고 밝혔다. "소설을 쓰고 싶은게 참 많고 이걸 언제 쓰지 싶어 초조해 하고 있다. '뜨거운 피'가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앞으로 좀 바빠지겠지만 영화를 연출할 기회가 없다면 어디선가 소설을 쓰고 있을 것. 흘러가는대로 살 계획"이라며 향후의 작품 계획을 밝혔다.

천 감독은 영화 '뜨거운 피'에 대해 "밑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날것의 생선처럼 퍼득이는 남자들의 이야기다. 그렇지만 그것이 공허한 칼부림이 아니라 그 안에 이야기의 원형, 인간 실존의 극한의 측면이 담겨있다. 비극성 허무함을 다 함께 느낄수 있는 문학성이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라고 소개하며 관객들의 관람을 당부했다.

김언수 작가의 소설을 영화화 한 '뜨거운 피'는 정우, 김갑수, 최무성, 지승현, 이홍내의 열연으로 3월 23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주)키다리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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