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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옷소매'로 완성한 이산 그 자체 [인터뷰M]

기사입력2022-01-0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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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에게 이산이라는 실존 인물은 도전 그 자체였다. 이미 걸출한 배우들이 가지각색의 모습으로 이산을 열연했고, 시청자의 뇌리에 강하게 자리했기 때문. 그럼에도 이준호는 해냈다. 자신만의 이산을 만들어 오롯이 녹아들었고, 우려의 시선은 기우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iMBC 연예뉴스 사진

3일 이준호는 iMBC와 만나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극본 정해리·연출 정지인)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와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5%대 시청률로 출발한 '옷소매 붉은 끝동', 7회 무렵 10%를 돌파하더니 이윽고 최종회에 자체 최고 시청률 17.4%를 기록하며 화제의 드라마로 우뚝 섰다.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과 화제성을 잡은 일등 공신은 단연 실존 인물인 정조 이산 역을 맡은 이준호였다. 비극적인 과거를 딛고 성군이 되는 왕의 서사와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애틋한 로맨스를 깊이 있는 연기로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이준호가 군백기(군대+공백기)를 마치고 처음으로 만난 드라마다. 드라마 '김과장', '기름진 멜로' 등에서 차근차근 연기 경력을 쌓아온 그는 군백기에 대한 부담이 없었냐는 질문에 "오히려 부담감보다는 '빨리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밝혔다.


이준호는 "너무나 감사하게도 제대 전부터 많은 작품의 시놉시스를 보내주셨다. 그러던 중 '옷소매 붉은 끝동'을 만나게 됐는데, 앉은자리에서 대본을 계속 재미있게 읽었다.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내가 이 캐릭터(이산)를 잘 연기하면 좋은 작품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며 '옷소매 붉은 끝동'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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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과 운명적인 만남으로 사랑의 결실을 맺은 것과 같이 이준호와 '옷소매 붉은 끝동'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러나 작품 속 티격태격하며 멀어지고 가까워지기를 반복하는 두 사람의 모습처럼 이준호의 새로운 연기 도전은 쉽지 않았다. 이준호는 "초반 내 연기가 맘에 들지 않았다"며 "모니터링을 할 때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이 보였다. 집에 가서도, 새벽에 이동하면서도 모니터링에 열중했다"고 말했다.

이준호는 '작품에 완벽하게 몰입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연기자로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보단 '완벽하게 그 인물이 되자'고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그간 이산을 연기한 이서진, 현빈 등 걸출한 선배 배우들과 비교되는 점 또한 부담으로 작용했느냐는 질문에는 "크게 작용하지는 않았다. 단지 내 스타일의 이산을 보여주고 싶었고, 이를 '잘 보이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캐릭터 연구에 누구보다 몰두했다고 밝힌 이준호는 "실존 인물을 연기하다 보니 담백하고, 사실적으로 다가가고 싶었다"며 "내가 잘 알지 못했던 인물에 대해 파고 들어갈수록 희열이 느껴지더라. 유튜브 영상이나 책을 보면서 정조라는 인물을 계속 연구했다. 드라마 '이산' 같은 특정 작품을 참고하기보단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그 인물의 사실적 묘사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덕분에 오히려 금방 몰입을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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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의 완벽한 연구 끝에 완성된 이산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산 그 자체'라는 찬사와 함께 다른 작품 속 이산의 모습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누구의 이산도 아닌, 오롯이 '이준호만의 이산'이었다. 외적인 싱크로율을 유지하는데도 노력했다고 밝힌 이준호. 그는 "촬영장에서 배우들과 식사를 한 적이 없다. 1년 내내 식단 관리를 했기 때문이다. 역할에 맞는 적절한 체형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이 좋아해 주셔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완벽한 이산의 탄생 배경엔 자신에게 누구보다 엄격한 이준호만의 성격이 있었다. 이준호는 "이산과 내가 닮은 부분은 스스로에게나 남에게나 엄격한 점"이라며 "나는 나를 보는 기준이 엄격하다. '내가 잘났다' 생각하는 게 아니라 계속 스스로를 채찍질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내 팬들에게는 잘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준호는 이산에 굉장히 몰입한 탓인지 드라마의 엔딩이 너무나 슬프게 다가왔다고. 그는 "마지막 대본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특히 15회에 덕임이 내 옷소매를 딱 붙잡았을 때 그 묘사가 너무 가슴이 아렸다. 엔딩씬도 마찬가지였다. 대본을 숙지해야 하는데 더 보질 못하겠더라. 이세영 배우와 PD와 함께 대본 얘기를 하면 서로 '못 보겠다'는 얘기를 나눌 정도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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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스포'라는 말이 있듯, 산과 덕임의 비극은 예정된 것이기도 했다. 실제 역사처럼 덕임은 산의 승은을 입고 아이를 여러 차례 낳았으나 세상에서 떠나보내고, 본인도 죽음을 맞이했다. 두 사람의 로맨스가 비교적 늦게 이뤄지고 일찍 진 것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었을 터. 이준호는 "방송 시간과 회차가 정해져 있다 보니 어쩔 수 없고 안타까운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아쉬울수록 슬픔이 더 크게 다가오는 듯싶다. 극적으로는 어울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준호는 자신과 로맨스 호흡을 맞춘 덕임에 대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세영은) 굉장히 좋은 배우"라며 "합이 너무 잘 맞았다. 촬영하며 애드리브를 할 때도 스스럼없이 편하게 했다. 메이킹 영상에서 보이는 완벽한 케미 그대로였다. 덕분에 몰입이 쉽고 좋았다"고 거듭 칭찬했다.

두 사람의 완벽한 연기를 입증하듯 이준호와 이세영은 지난해 열린 '2021 MBC 연기대상'에서 각각 최우수 연기상과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 2관왕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이준호는 "2관왕은 예상도 못했다. 종영도 하기 전에 받은 상이라 받고 싶다는 생각을 못했다. 그럼에도 좋은 상을 받아 기뻤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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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룹 2PM 이야기도 빼놓지 않으며 지난해를 돌이켰다. 이준호는 "2021년은 신기했었던 해였다. '우리집 준호'로 많은 사랑을 받게 됐고 그 사랑을 양분 삼아 컴백했다. 이제야 조금 시간이 나서 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앞으로의 계획도 전했다. "2PM과 배우 중 '어느 쪽을 더 많이 해야지'라고 생각하기보단 자연스럽게 상황이 맞아떨어지는 대로 활동을 할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타이밍에 따라 양쪽을 오가지 않을까. 비중은 비슷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이준호는 "아직도 작품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좀 오래갈 것 같다. 이번 드라마는 특히 그렇다. 씁쓸하면서도 적적하다.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옷소매 붉은 끝동'을 떠나보내는 소회를 전했다.

이산으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한 이준호의 '옷소매 붉은 끝동'은 지난 1일 17회를 끝으로 종영됐다.

iMBC연예 백승훈 | 사진제공=JY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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